에포크타임스

[분석] 왜 미국은 그린란드를 포기하지 않는가…세계의 문제로 떠오른 이유

2026년 01월 20일 오후 9:05
17일(현지시간)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열린 미국의 그린란드 통제 시도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에 참석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라고 강조하며 주권 수호 의지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열린 미국의 그린란드 통제 시도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에 참석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라고 강조하며 주권 수호 의지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그린란드 확보 의지를 공개적으로 강조해왔다. 특히 2026년 1월 이후 불과 열흘 사이에만 네 차례나 “그린란드에 대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외교 현안에 대해 통상적인 수사나 여지를 남기는 표현을 즐겨 쓰는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트럼프의 이 발언은 처음부터 단호했다. ‘논의하겠다’거나 ‘검토하겠다’는 말은 없었고, 확보 의지를 분명히 하는 발언이 반복됐다.

이 같은 발언 방식은 워싱턴 안팎에서 단순한 관심 표명이나 외교적 압박을 넘어선, 상당 부분 결론에 가까운 전략적 판단이 공개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그린란드에 대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며 그린란드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미국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러시아나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는 덴마크나 나토 동맹국을 상대로 한 협상용 발언이라기보다, 미국이 인식하고 있는 안보 위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표현에 가깝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트럼프는, 그럴 경우 그에 따른 파장을 감수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는 그린란드 문제가 외교적 부담이나 동맹 관리의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트럼프에게 이 문제는 ‘관계 조정의 대상’이 아니라 ‘결단의 대상’인 셈이다.

북극을 관통하는 핵미사일, 그린란드는 왜 중요한가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는 흔히 영토의 크기나 자원 문제로 오해되지만, 미국 안보 당국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만약 러시아가 북미 대륙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 가장 짧고 효율적인 비행 경로는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우회하는 노선이 아니다. 미사일은 지구의 형태와 비행 효율을 고려해 북극을 가로질러 비행하며, 그 과정에서 그린란드 상공을 통과하게 된다.

이 때문에 그린란드는 러시아의 핵미사일 발사를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핵심 지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 조기경보 레이더와 감시 체계가 구축돼 있느냐 여부에 따라, 미국은 미사일 요격 체계를 가동할 수 있는 몇 분의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몇 분은 단순한 기술적 여유가 아니다. 이는 미국 주요 도시가 방어 태세를 갖출 수 있느냐, 수백만 명의 생명이 보호될 수 있느냐를 가르는 결정적 시간이다.

미국 안보 당국이 그린란드를 ‘첫 번째 버튼’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해, 미국의 모든 대응 체계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다. 그린란드는 단순한 섬이나 해외 영토가 아니라, 미국 핵 억지 체계의 최전선에 놓인 전략적 관문이다.

미국이 구축 중인 ‘골든 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체계에서도 북극은 핵심 축으로 설정돼 있다. 골든 돔은 지상·해상·우주 감시 체계를 통합해 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요격하는 차세대 방어 구상으로, 북극 경로를 통한 공격을 전제로 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개발 중인 장거리 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역시 북극을 경유하는 최단 경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은 지킬 수 있는가, 자동 개입의 함정

트럼프 행정부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러시아나 중국의 군사력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린란드를 현재의 국제 질서 속에서 과연 누가 실질적으로 방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미국의 판단은 냉정하다. 유럽은 이미 그에 필요한 역량과 정치적 의지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1월 18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NBC 〈미트 더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을 끊지 못했고, 그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자금줄을 사실상 스스로 제공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유럽이 그린란드를 실질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기대는 미국의 시각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군사력의 문제를 넘어, 위기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정치적 의지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나토 체제 하에서 작동하는 이른바 ‘자동 개입’ 구조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지만 외부의 공격을 받을 경우, 나토 조약에 따라 미국은 전쟁에 개입할 의무를 지게 된다. 다시 말해 그린란드를 직접 통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위기가 발생하는 순간, 미국이 선택권 없이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트럼프의 계산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린다. 전쟁이 벌어진 뒤 조약에 따라 개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쟁 자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린란드가 미국의 일부가 되는 순간, 미국의 군사력과 핵우산이 즉각 적용된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와 중국은 도발 자체를 전략적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침공을 부르는 약함이 아니라, 충돌을 미연에 차단하는 강함이라는 논리다.

중국, ‘협력’이라는 이름의 반복되는 침투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를 놓고 경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덴마크와 중국 간의 전략적 협력 관계다. 덴마크는 민주주의 국가이자 나토의 핵심 동맹국이지만, 2008년 중국과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다. 이후 에너지, 해운, 과학 연구, 북극 프로젝트 전반에서 협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표면적으로는 환경 보호와 과학 연구, 녹색 전환을 내세운 협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다르다. 중국은 군사적 점령이 아니라 경제·과학·인프라 협력을 매개로 전략 거점을 확보해 온 전례가 적지 않다. 대규모 투자가 먼저 이뤄지고, 공동 연구와 각종 프로젝트가 뒤따르며, 그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과 정보 접근권이 점차 확대되는 방식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방식을 통해 세계 각 지역에 자국의 영향력을 단계적으로 심어 왔고, 그 결과 통제 가능한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아프리카의 주요 항만과 중남미의 에너지 인프라,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의 통신망을 살펴보면, 이러한 확장 방식이 지역만 달리할 뿐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돼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북극과 그린란드 역시 이러한 흐름의 예외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경제 협력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핵 조기경보 체계와 직결된 지역에 대한 접근만큼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린란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린란드가 미국의 영향권에서 이탈해 러시아나 중국, 혹은 양국의 협력 체제 아래 놓이게 될 경우 그 파장은 북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미국의 핵 억지력이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하며, 자유 진영 전체의 전략적 균형이 무너지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억지력이 약화되는 순간, 그 공백은 가장 먼저 동아시아에서 시험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는 이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군사적 압박, 러시아의 전략적 존재감이 동시에 맞물려 작동하는 공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란드에서 미국이 후퇴한다는 신호는 국제 질서 전반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트럼프의 강경한 태도는 단순한 영토 욕심이나 개인적 정치 스타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오히려 이는 세계 질서의 균형점이 무너지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선택이라는 해석에 설득력이 실린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이 필요 없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판단에 가깝다.

지금 그린란드는 얼음 위의 외딴 섬이 아니다. 세계 질서가 어디까지 유지되고, 어디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할지를 가르는 경계선 위에 서 있다. 트럼프는 그 경계선을 넘는 순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점점 더 분명하고 강하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선거 전략과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축적했습니다. 이후 한국정치사회연구소 연구위원과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 현장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