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그린란드 ‘99년 임대’ 카드 꺼내나…트럼프, 다보스서 해법 제시 가능성

2026년 01월 20일 오후 6:15
2026년 1월 17일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시민들이 모여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시위에는 누크 시민 약 3분의 1이 참석했다. | Alessandro Rampazzo/AFP via Getty Images2026년 1월 17일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시민들이 모여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시위에는 누크 시민 약 3분의 1이 참석했다. | Alessandro Rampazzo/AFP via Getty Images

트럼프, 군사·통상·외교 전선 동시에 흔들며 협상 공간 넓혀
우크라 매체 “99년 임대안, 유럽 반발 누그러뜨릴 절충안으로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유럽에 ‘99년 장기 임대’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유럽 측에 그린란드 해법을 제안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임대’하는 방안을 배제해 왔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99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 사실상 한 세기에 가까운 기간 동안 그린란드를 통제할 수 있는 만큼 수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유럽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거론된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그린란드 주민에게 푸에르토리코 주민과 유사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구상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그린란드 주민은 미국 시민권을 부여받고 광범위한 통상·이동 특권을 누리게 되지만, 미국 본토로 이주하지 않는 한 연방 소득세는 면제되는 방식이다. 다만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수시로 바뀌는 만큼 최종적으로는 다른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제사회에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재차 강조하며,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 돔(Golden Dome)’ 구축을 위해 그린란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미국의 안보 이익 차원에서 그린란드 확보에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덴마크, 그린란드에 최소 200명 파병…노르웨이·스웨덴도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별도로, 덴마크는 이미 예정된 북극 지역 나토 합동훈련의 일환으로 그린란드에 병력을 증파하고 있다.

덴마크 공영 라디오 DR에 따르면 19일 밤 덴마크 병력을 태운 항공기가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도착했으며, 육군참모총장 피터 보이센도 병력과 함께 현지에 도착했다.

이번 병력 증파는 ‘아크틱 엔듀어런스(Arctic Endurance)’ 훈련에 따른 조치로, 누크와 캉게를루수아크 일대에 각각 최소 100명 규모의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와 스웨덴도 북극 지역 나토 임무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의 그린란드 병력 배치에 대해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영국 스카이뉴스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 같은 병력 배치가 미국의 안보 이해와도 부합하는 조치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며 긴장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유럽 정상들은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경계하며 외교적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르웨이 총리 요나스 가르 스퇴레와 핀란드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그린란드와 가자, 우크라이나, 관세 문제 등을 언급하며 “동맹국들이 단결해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덴마크 정부 역시 사태가 통상 분쟁으로 확대되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다. 덴마크 외무장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은 영국 외무장관과의 회동 뒤 “관세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2월 1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덴마크군 병사들이 그린란드 누크 항만에 도착해 배에서 짐을 나르고 있다. | AP/연합

북유럽 각국, 통상 분쟁 경계…북극지역 집단안보 필요성에는 공감

동맹 차원의 메시지도 이어졌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덴마크 국방장관과 그린란드 외무장관을 만난 뒤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 지역은 집단 안보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도 “북극 안보는 대서양 동맹의 공동 이익”이라며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관세 위협은 해결책이 아니며, 주권은 무역의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내에서는 덴마크의 방위 역량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의 유엔 주재 대사 마이크 왈츠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덴마크는 중형 쇄빙선 한 척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는 60척이 넘는 쇄빙선을 운용하고 있고, 중국도 북극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연자원이 점차 노출되는 북극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그린란드의 주권 문제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의 그린란드 소유권을 입증하는 문서가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나,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16년 8월 16일 미국 국무장관 로버트 랜싱이 서명한 외교 문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는 미국이 덴마크 정부가 그린란드 전역으로 정치·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덴마크 내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차단이 해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덴마크 언론 B.T.의 전 의원 요아힘 B. 올센은 “그린란드 문제의 핵심은 중국 자본의 진입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파나마 운하 사례처럼 중국을 배제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성을 가진 그린란드가 향후 20년, 50년 뒤 어떤 선택을 할지 미국이 확신하지 못하는 점이 이번 갈등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