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무대로 떠난 국민배우 이순재…한국 연기사의 한 장이 저물다
11월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이순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 연합뉴스 70년 연기 인생의 마지막 배웅…후배들 눈물 속 영결식 엄수
생전 션윈 공연에 깊은 감동…“예술의 본질을 일깨워준 무대”
27일, 향년 91세로 별세한 국민배우 이순재의 영결식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엄수됐다. 지난 25일 별세 소식 이후 빈소에는 동료 배우와 제자,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 출생인 그는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 연극과 인연을 맺어 1956년 연극 ‘지평선을 넘어’로 데뷔했다. 방송·연극·영화에서 70년에 걸쳐 140여 편의 드라마와 연극,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한국 연기사의 한 축을 세웠다.
2024년 건강 악화로 활동을 일부 중단하며 ‘영원한 현역’의 긴 무대는 조용히 막을 내렸다.
영결식 사회는 정보석이 맡았고, 김영철과 하지원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김영철은 “선생님의 눈빛 하나가 후배들에게 길잡이였다”며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원은 그를 “끝까지 질문을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라며 생전의 조언을 떠올렸다.
고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배웠던 가천대 연기예술과 학생들도 함께하며, 준비된 91송이의 흰 국화를 관 위에 올려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이순재는 마지막까지 열정을 잃지 않았다. 드라마 ‘개소리’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2024년 KBS 연기대상에서 최연소가 아닌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그럼에도 그는 “시청자께 평생 신세만 졌다”고 고개를 숙였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 복귀는 건강 악화로 무산됐으나, 그의 도전은 많은 후배들에게 남다른 울림을 남겼다.
고인은 생전에 미국 션윈(Shen Yun) 공연을 직접 관람한 바 있다. 2013년 4월 서울 상명아트센터에서 션윈을 본 그는 “발레와는 또 다른, 난도가 높고 표정 연기가 인상적인 아름다운 무대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서유기·수호지 등 친숙한 이야기와 중국 소수민족 문화가 소개된 점을 높이 평가하며,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마지막 프로그램 ‘신불(神佛)의 자비’를 꼽기도 했다.
그는 공연 속에 담긴 사상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신(神)에 대한 동경이 깊은 울림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볼 수 없다지만, 이런 전통문화가 다시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션윈이 “중국 전통문화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공연”이라며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했고, “앞으로의 연기 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가 남긴 작품은 무대를 포함해 100편이 넘으며, 사극·코미디·가족극 등 장르를 넘나들었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난 25일, 그의 공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이순재의 죽음은 단순한 한 배우의 별세가 아닌, 한국 방송·연극 현대사의 한 장이 저무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의 무대는 끝났지만,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과 삶의 태도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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