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인민일보, 시진핑 치켜세운 장유샤 기고문 게재…열흘 전 글 ‘재탕’

2025년 11월 13일 오전 11:28
중국 인민해방군 1인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우)와 2인자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좌)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 신화통신/연합중국 인민해방군 1인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우)와 2인자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좌)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 신화통신/연합

“‘군권 독주’ 의혹 해소하려 의도적 충성 연출” 분석도

중국군 고위층 숙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군권을 사실상 장악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張又俠)가 당 기관지에 장문의 글을 싣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치켜세웠다.

장유샤는 글 전체에서 시 주석을 20차례 이상 언급하며 ‘핵심 수호’와 ‘가짜 충성 방지’ 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장유샤 군권 독주설을 의식해 충성하는 모습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2일 자 6면 절반을 할애해 장유샤의 기고문 ‘국방·군대 현대화를 고품질로 추진하자(高質量推進國防和軍隊現代化)’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기고문은 15차 5개년계획의 국방·군대 현대화 부문에 관한 해설 성격이었다.

이 글은 “군 관리 및 통제 체계 전면 강화를 위한 시 주석의 새 구상”에 따라 “핵심을 단단히 수호해야 한다”며 “’두 얼굴을 가진 사람’과 가짜 충성을 단호히 방지해야 한다” 등 충성 표현을 반복했다.

“국지적 전쟁에서의 승리” 등 민감한 표현도 등장했다. 이는 대만 통일전쟁, 남중국해 분쟁,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충돌 등을 포괄하는 용어다. 주변국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시사해 민감한 발언으로 분류된다. 시진핑에 대한 충성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광둥성 매체 남방도시보는 이번 장유샤의 기고문이 이미 앞서 발표된 원고를 다시 발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3일 중앙군사위 명의로 발간된 ‘제15차 5개년 계획 제안 해설집’에는 장유샤 이름으로 된 동일한 글이 실려 있었다.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이미 9일 전 발표된 글을 공산당 공식 매체 인민일보에서 다시 게재한 것은 비정상적인 징후”라며 “이번 글은 장유샤의 발언 중 시진핑에 대한 칭송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과한 칭찬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징후의 배경에 관해 “장유샤가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시진핑과 타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체제 안정을 우선시하는 원로 세력의 우려를 받아들여 겉으로는 충성하는 모습을 취하고 실제로는 실권을 유지하는 방향을 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진핑 측과 협의가 없었더라도 최근 불거진 ‘군권 장악설’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낮추려 스스로 의도적인 충성 퍼포먼스를 펼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겉으로만 충성 금지’라는 표현은 최근 숙청된 허웨이둥(何衛東) 군사위 부주석과 먀오화(苗華) 군사위원 등을 겨눈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4중전회에서는 허웨이둥과 먀오화를 포함한 다수 장성이 공식적으로 처분됐다. 모두 시진핑이 직접 중용했던 인물들로, 군 매체는 이들을 “충성에 흠결이 있다”, “부패분자”라고 규정했다.

또한 11월 3일 열린 4중전회 건의 사항을 보고하는 군 세미나에는 대량의 상장(上將·대장급)이 낙마한 데 따른 여파로 장유샤, 장성민(張升民), 류전리(劉振立), 둥군(董軍) 등 네 명의 상장만 참석했다.

장유샤는 이 자리에서도 시진핑에 대한 충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자리 배치는 군부 서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연단에는 장유샤 혼자 앉았고 아래 첫 줄에는 신임 군사위 부주석 장성민과 군사위원 류전리가 앉았다. 그 아래에는 둥군 국방부장과 중장급 인사들이 자리했다.

대만 매체 상보(上報)의 평론가 두정(杜政)은 “두 명의 군사위 부주석 가운데 장유샤만이 유일하게 정치국 위원 신분으로 ‘1인 독주’ 형세를 나타냈다”며 “지난해 열린 3중전회와 비교하면 훨씬 강력해진 발언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군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두정은 “표면적으로는 장유샤와 장성민 모두 시진핑에 충성을 맹세하고 있으나, 실제 권력 구조는 장유샤에게 매우 집중돼 있다”며 시진핑으로서는 군권이 군사위원들에게 분산돼야 군 통제가 수월하지만, 현재로서는 장유샤의 독주를 막을 인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유샤가 야심을 품을 경우 ‘총이 당을 지휘하는 사태가 재현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