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참수 발언’에 들끓는 일본…82%가 지지한 다카이치의 반중 외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주창하는 ‘간사이 외교’는 도쿄 중심의 동맹 외교를 넘어, 간사이를 거점으로 한 실용적 시민 외교를 지향하는 일본 외교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연합뉴스 .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그 더러운 목을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
지난주 일본 사회를 뒤흔든 이 말은 쉐젠(薛建) 주일 중국 총영사의 소셜미디어(X) 글에서 비롯됐다. 그는 자신의 계정에 사실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를 겨냥한 ‘참수 협박’을 남겼다.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대만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면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힌 직후였다. 쉐젠은 이어 “대만이 위험해지면 일본도 위험해진다. 일부 어리석은 일본 정치인들이 죽음의 길을 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총영사급 외교관이 자국 주재국의 총리를 상대로 ‘참수’와 ‘죽음’을 언급한 것은 전례 없는 외교적 결례이자 사실상의 위협이었다.
일본 정부는 즉각 항의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매우 부적절한 언행이며 즉각 삭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글은 곧 삭제됐지만 이미 불씨는 번졌다. 일본 언론은 이를 “현대판 외교 테러 선언”으로 규정하며 맹렬히 비판했고, 중국 외교부가 “내정 간섭”을 주장하자 일본 여론은 “적반하장”이라며 들끓기 시작했다.
‘늑대 외교’의 부활…일본의 자존심을 자극하다
쉐젠의 발언은 단순한 막말을 넘어섰다. 외교관이 총리의 목을 언급한 행위는 일본인의 주권 의식을 건드린 모욕이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 사회 내 반중 정서는 팽팽히 긴장된 상태였다.
겐론NPO(비영리 싱크탱크)와 중국국제출판그룹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89%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최고치다.
이런 가운데 터진 ‘참수 발언’은 일본인의 불안과 분노를 동시에 자극했다. SNS에는 ‘늑대 외교가 돌아왔다’, ‘외교관이 아니라 협박범’이라는 글이 쏟아졌고, ‘전랑(戰狼) 외교: 중국의 공격적 외교 행태’가 다시 부활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정치평론가 야마모토 도루는 “쉐젠의 폭언은 일본의 반중 정서를 폭발시킨 기폭제였다”며 “중국 외교관의 언어 폭력은 오히려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적 정당성을 강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82% 지지… ‘굴복 않는 일본’ 상징으로
사건 직후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오히려 급등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82%로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의 88% 이후 두 번째를 기록했다.
보수층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도 “중국에 휘둘리지 않는 지도자”라는 인식이 퍼졌다. 다카이치는 국회에서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에 따른 발언을 했으며,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안에는 앞으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녀는 ‘대만에서 군사적 위기나 분쟁이 발생하면, 그것은 곧 일본의 안보 위기로 직결된다’는 원칙 아래, 집단적 자위권을 적극 행사할 법적·정책적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간사이 외교, 일본 외교의 새로운 모델
다카이치의 외교는 흔히 ‘간사이 외교(關西外交)’로 불린다. 오사카 출신인 그녀는 도쿄 중심의 관료 외교 대신 지방과 민간 네트워크 중심의 실용 외교를 중시한다.
간사이 지역은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지만 동시에 중국의 기술·안보 위협에도 민감한 곳이다. 다카이치는 “경제는 협력하되, 주권과 안보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경제포럼’에서도 그녀는 “일본은 이웃과 싸우려는 나라가 아니라, 책임 있게 국익을 지키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간사이 외교’는 단순한 지역 전략이 아니라 일본 외교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도쿄가 미국 중심의 동맹 외교를 상징한다면, 간사이는 실용적 시민 외교의 상징으로 읽힌다.
여론이 만든 방패, 단호한 현실주의 외교
‘참수 발언’은 결과적으로 다카이치 외교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일본 국민은 이번 사태를 통해 “중국의 본색을 다시 확인했다”고 받아들였으며. 외교관의 협박은 ‘대화만으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을 각인시키게 했다. 다카이치가 강조해온 “국가 안보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신념이 국민적 공감 속에 구체적 실체를 얻은 셈이다.
그녀는 미국·호주·인도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는 필요한 수준의 대화만 유지하는 ‘실용적 거리두기 외교’를 펴고 있다. 교류는 이어가되 의존은 줄이는 전략이다. 이는 감정적 반중 노선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균형을 잡는 ‘자립 외교’로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성적 강경파”라는 평가도 나온다. 감정이 아닌 전략으로 대응하는 외교, 그것이 다카이치의 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쉐젠 총영사의 ‘참수 발언’은 일본 사회에 모욕으로 다가왔지만, 다카이치의 대응은 감정보다는 절제된 원칙에 기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의 논란 직후 그녀는 “국가의 존엄은 타협할 수 없다”고만 짧게 말했다. 과격한 대응을 자제하고 원칙을 강조한 이 한마디는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며, 위기 속 정치 리더십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격한 대응을 자제하고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분노로 치닫던 여론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위기 속에서 정치 지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국민들은 격한 반중 정서보다, 위기 속에서도 일관된 태도를 지켜낸 다카이치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며, 그것이 이번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번 ‘참수 발언’은 일본을 위협하기는커녕 흔들지도 못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외교의 현장에서 냉정함과 현실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사례로 남을 것이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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