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첫 여성 총리로 확정

2025년 10월 21일 오후 5:31
일본 자민당(自民黨)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가 2025년 10월 21일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임시국회에서 일본의 신임 총리로 선출된 뒤 박수를 받으며 일어서고 있다. | Philip Fong/AFP via Getty Images/연합일본 자민당(自民黨)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가 2025년 10월 21일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임시국회에서 일본의 신임 총리로 선출된 뒤 박수를 받으며 일어서고 있다. | Philip Fong/AFP via Getty Images/연합

일본 중의원이 실시한 총리 지명 선거에서 자민당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승리하며 제104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그녀는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기록됐다.

10월 21일(화) 오후 열린 선거에서 다카이치는 1차 투표에서 야당 후보를 누르고 총 465표 중 237표를 얻어 과반을 넘기며 결선 없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일본 헌법에 따르면 중의원과 참의원의 투표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결정을 우선으로 한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참의원에서는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될 예정이며, 다카이치의 당선은 이미 확정된 상태다.

이후 다카이치 총리는 천황이 임명하는 총리 임명식과 각료 인증식을 거칠 예정이며, ‘다카이치 내각’은 이날 밤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신연립정권 핵심 인사 확정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당선은 일본 정치권이 대규모 재편을 거친 끝에 이루어진 결과다. 자민당은 오랜 연립 파트너였던 공명당과 결별한 뒤, 일본유신회(維新會)와 새로운 연립 구성을 합의했다. 유신회는 새 정부를 ‘각외 협력’ 형태로 지원할 방침이다.

내각 인선 작업에서도 다카이치 총리는 신속히 핵심 멤버 구성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재무대신으로 내정된 가타야마 사쓰키(片山皋月)로, 그녀는 일본 최초의 여성 재무대신이 될 전망이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공약으로 내세운 ‘여성 각료 확대와 정치권 내 성별 격차 해소’를 실천에 옮긴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했던 3명의 인사를 중용할 계획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를 외무대신으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를 방위대신으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를 총무대신으로 각각 기용할 예정이다. 이는 자민당의 ‘통합과 안정’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전 방위상인 기하라 미노루(木原稔)는 새 관방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비자민계 의원 지지로 과반 돌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연립은 중의원에서 총 231석을 확보해 과반(233석)에 다소 못 미쳤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1차 투표에서 237표를 얻어 비연립 세력의 지지를 확보하며 승리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과 유신회는 향후 몇 년간의 핵심 정책 방향에 합의했다. 우선 정치 개혁 분야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올가을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추진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향후 2년 내 식품·음료 소비세를 0%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헌법 제9조 개정’과 ‘비상사태 조항 신설’을 위한 조문 기초 협의회를 설치하고, 올해 안으로 국회에 비상사태 조항 초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리 지명 투표 전, 다카이치는 자민당 내부 회의에서 “자민당이 참·중의원 모두에서 과반을 얻지 못한 어려운 상황이지만, 제1당으로서의 책임감을 깊이 느끼며 정치의 발전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지금 사회에 퍼진 불안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다카이치는 “어젯밤 일본유신회와 연립정권 구성을 공식 합의했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차원을 달리하는 유연성’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시게루에 이어 최근 5년 사이 네 번째 일본 총리로, 잦은 정권 교체가 이어지는 일본 정치의 불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카이치 내각’의 공식 출범 및 총리 기자회견은 이날 밤 열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새 정부의 국정 운영 기본 방침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