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협상력 높이려다 신뢰 잃어…희토류 통제에 역풍 우려

미·중 무역 휴전이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갑작스럽게 희토류 등 전략 자원에 대한 전면적인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추가로 시행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베이징의 이번 조치를 “도덕적 수치(moral disgrace)”라고 직접 비난하며 강한 어조로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태가 중국 공산당이 스스로의 경제적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도덕적 수치”라며 중국 비난
10월 10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0% 추가 관세 부과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11월 1일부터 발효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중국산 제품의 수입 관세율은 총 130%까지 상승하게 된다.
미·중 양국은 올해 상반기 관세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해당 휴전 협정은 11월 10일 만료될 예정이다. 휴전 이전에는 미국의 대중 관세율이 일시적으로 145%까지 치솟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이 10월 9일 발표한 수출 통제 조치를 “도덕적 수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무역 문제에서 극도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전 세계 각국에 매우 적대적인 서한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은 10월 9일 갑자기 국가안보를 이유로 5종의 희토류 원소 및 관련 기술·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를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11월 8일 발효될 예정이며, 이어 12월 1일부터는 중국산 희토류나 기술을 사용하는 외국 제조사에 대한 심사가 대폭 강화된다. 심지어 중국 기업이 직접 관련되지 않은 제품에도 베이징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고 명시됐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물 공급의 약 70%를 통제하고 있으며, 희토류는 자동차·국방·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한편, 같은 날 중국 당국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을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중국 교통운수부는 미국이 소유·운영·건조했거나 미 국기를 단 선박에 대해 항만 이용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공고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항만 크레인 및 화물 하역 장비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항만 장비의 미국 내 확산을 견제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10월 10일 오후 현재,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및 반격 조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郭嘉昆)은 미국이 중국 항공사에 대해 미·중 항로 운항 시 러시아 영공 통과를 금지한 문제에 대해 “양국 간 인적 교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만 언급했으며, 관세나 희토류 관련 대립에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전문가 “시진핑, 협상 카드 노리다 ‘신뢰 훼손’ 자초”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한국에서 열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나는 원래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난 6개월 동안 미·중 관계는 매우 원만했지만, 중국 공산당의 이번 조치는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세인트토머스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예야오위엔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은 당초 APEC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었으며, 그 자리에서 미·중 갈등, 무역 문제, 대만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며 “그는 회담 전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은 쉽게 다룰 수 없는 상대’라는 메시지를 보내 트럼프의 양보를 끌어내려 했다”고 분석했다.
예 교수는 “관세전쟁 휴전 이후 양국이 무역 협상에서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번 조치는 그 흐름을 깬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의 이번 행동은 신의를 저버린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사실상 협상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무엇이든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즈니스에도 지켜야 할 선(line)이 있다”며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그 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거나, 아예 그런 개념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대만국방안보연구원(INDSR)의 션밍스 연구원은 “이번 중국 공산당의 희토류 통제 강화는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다”며 “중국은 이미 엔비디아(NVIDIA) 반도체를 통제하고, 미국 선박에 항만 이용료를 추가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내부에서는 이미 미국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또 다른 이유로는 4중전회(四中全會)를 앞둔 내부 권력투쟁이 있다. 시진핑 진영이 이를 위해 미·중 갈등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APEC 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실제로 만날 경우, 중국이 자신에게 유리한 의제를 미리 만들어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션밍스 연구원은 “올해 6월 런던에서 열린 미·중 관세 협상에서 중국이 일부 양보를 하며 몇몇 희토류 수출을 허용한 것으로 보였다”며 “그러나 지금의 태도는 ‘기분이 좋으면 열고, 기분이 나쁘면 닫는’ 식으로 희토류를 협상의 조건으로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을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결국 미국의 인내심과 신뢰의 한계를 건드린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민주수호재단(FDD)의 중국문제 선임 연구원 크레이그 싱글턴은 사회관계망 X(옛 트위터)에 “중국 공산당의 이번 수출 통제 확대는 명백한 오판으로 보인다”며 “베이징은 이것을 협상 카드라고 생각했지만, 트럼프는 배신으로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중국 공산당, 스스로 돌로 자기 발을 찧은 것”
미국 하원 미국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 (중공특위)는 중국 공산당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확대한 것은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 이익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며, 일종의 경제적 선전포고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고 공급망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 교수는 “이번 중국 공산당의 행동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오만의 결과”라며 “결국 스스로 돌로 자기 발을 찧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 공산당이 태도를 누그러뜨릴지 지켜봐야 한다”며 “만약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무역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션밍스 연구원은 “미국의 반격 조치로 이미 급격히 악화된 중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미·중 관계 전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단기간 내 관계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관세 충돌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가, 누가 높은 관세 부담을 견딜 수 있는가에 따라 협상 주도권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관측통들은 중국은 통제 체제이기 때문에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더 오래 감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션밍스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은 국민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대미 강경 노선과 권력 유지를 우선시한다”며 “미국에 약하게 보이는 것을 두려워해 강경 대응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 내부의 정치투쟁이 여전히 격렬하기 때문에 정국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션밍스 연구원은 또 “미국이 최근 중국 공산당 고위층 부패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4중전회 이전에 새로운 의제를 만들어 내부의 반시진핑 세력을 자극하려는 의도”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내부의 정치 변화를 주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향후 협상에서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미국에 미칠 실제 영향은?
션밍스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이번에 발표된 추가 관세 외에도 미국은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2차 제재를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반드시 대체적인 희토류 공급원을 찾아야 하며, 일단 공급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추가적인 징벌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조치에는 “보잉 항공기, 첨단 의료기술 장비, 중장비 차량 등의 대중(對中) 수출 금지”가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션밍스 연구원은 또 “미국의 부품이 없으면 중국은 C919 여객기를 생산할 수 없다”며 “결국 중국은 여전히 미국으로부터 보잉 항공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이런 조치는 사실상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예 교수도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실제로 미국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단기간에 공급망이 붕괴되지는 않는다”며, “중국이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으면 미국은 다른 나라의 희토류 개발을 확대해 빠르게 중국 의존도를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예 교수는 “그렇게 되면 중국의 희토류 산업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중국 희토류 산업은 대부분 미국 공급망에 납품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국 시장을 잃으면 생산이 멈추고, 캐내고 정제한 자원을 팔 곳이 없어져 결국 산업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학자 황다웨이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응 수단은 네 가지 단계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째, 더 높은 수준의 관세 부과이고, 둘째는 핵심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운영체제(OS) 등 서비스 분야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셋째는 ‘미국 기술이 포함된 해외 생산품 규제 규칙(FDPR)’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제3국 제품의 대중(對中) 재수출까지 규제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동맹국들과 협력해 자석 소재, 합금, 중희토류 기술 분야에서 다국적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다웨이 박사는 또 “만약 베이징이 ‘미국에서 생산되는 14나노미터급 반도체도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규제를 확대한다면, 미국 역시 ‘중국으로 수출되는 14나노미터급 반도체 및 관련 제품은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대칭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중국의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군수산업 등 거의 전 산업 사슬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다웨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향후 전개에 대해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 번째이자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는 “베이징이 허가제의 강도는 유지하되, 일부 품목에는 예외를 두고, 워싱턴은 추가 관세를 시행하면서 핵심 소프트웨어를 허가제에 포함시키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양국이 싸우면서도 동시에 협상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희토류 자석과 대체 합금의 비용이 상승해 전 세계 전기차와 군수 부품의 생산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부분적으로 완화의 창이 열리지만, 양측의 대치 구도는 유지되는 경우”로, 겉으로는 완화된 듯 보이나 실질적 변화는 없는 국면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이른바 “오발적 확전” 단계다.
황다웨이는 “수출 허가제가 반도체나 기타 완제품 수출까지 확산되거나, 해운·항만 이용에 따른 선택적 요금 부과가 이뤄질 경우, 세계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고 공급망이 재차 경색될 위험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이 제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리셋’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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