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골든위크’ 연휴…경기 둔화 속 소비 부진 드러나

2025년 10월 09일 오후 8:08
2023년 7월 1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상점 앞을 지나가는 여성의 뒷모습.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2023년 7월 1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상점 앞을 지나가는 여성의 뒷모습.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

중국의 ‘골든위크’ 연휴 기간 중 소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공식 통계를 통해 드러났다. 중국 내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체감 경기를 전하며 더욱 암울한 현실을 전했다.

중국 상무부가 10월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 중 첫 4일간 중국 본토의 주요 소매 및 외식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월 1일은 1949년 중국 공산정권 수립을 기념하는 날로 매년 10월 국경절 연휴의 시작일이다. 특히 올해는 10월 6일 중추절(추석) 연휴와 겹치면서 중국 내에서도 이번 연휴를 ‘슈퍼 골든위크’라 부르며 ‘큰 소비’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다.

올해 중국의 연휴 기간 매출 증가율은 시장이 기대했던 두 자릿수 성장에 못 미쳤을 뿐만 아니라 작년 같은 기간 기록한 4.5% 증가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휴 기간은 예년처럼 7일로 동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휴 소비 부진은 중국의 내수 소비 시장이 여전히 부진하며, 단순한 연휴만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하고 있는 경기 침체를 자극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 진작, 내수 확대, 경제 성장 촉진을 목표로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중국 교통운수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휴 전반기 동안 중국 내 여행은 약 12억4000만 건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하루 평균 3억1000만 건 이상 이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많은 국내 관광객이 호텔에 머무는 대신 거리에서 캠핑을 선택하면서 올해 골든위크는 실질적으로 ‘절약형 연휴’가 됐다.

후베이성 우한과 후난성 장자제 등지에서는 ‘알뜰 여행자’를 자처하는 많은 젊은이가 여행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호텔 대신 거리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다수 공유됐다.

한편 중국 공산당(CCP)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국경절 연휴 기간 중 중앙재경위원회 명의 기고문을 7회 연속 게재하며 “일부 기업이나 개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전반적인 경제의 긍정적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농민들이 한 달에 200위안(약 3만8000원) 받는 연금만 보고, 공산당 체제 내 퇴직 간부들이 받는 수만 위안(수백만 원) 연금은 못 본 척해도 된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하며 중국 내 빈부 격차를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해당 기사들의 논조를 겨냥해 “서민들이 실업, 빚, 집값 부담으로 고통받고 소비조차 못 하고 있다 해도 ‘경제는 좋다’고 말하라는 거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산당 체제 내부의 공무원, 관료, 정권과 결탁한 부유한 기업인들은 지금도 잘만 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주(州)에 위치한 페이톈(飛天) 대학의 중국사 교수 장톈량(章天亮)은 자신의 중국어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중앙재경위원회 수장이 바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번 연휴 기간 동안 해당 위원회 명의의 연속 기고문이 인민일보에 실린 것은 중국 최고 지도부조차도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가 붕괴됐고 체제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조용한’ 쇼핑몰

올해 골든위크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의 주요 상업 도시인 저장성 이우와 사오싱, 광둥성 선전, 푸젠성 샤먼과 취안저우 등의 상업 지구에서는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현지 상인과 주민 다수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연휴는 예년과 달리 이례적으로 조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 같으면 붐볐을 거리와 매장들이 한산했고, 소비 분위기도 크게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당국의 보복을 우려해 모두 성(姓)만 밝히고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2019년 11월 1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쇼핑몰에서 패션 소매 매장이 판촉 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한 직원이 풍선을 이용해 고객 관심을 끌고 있다. ⎟ Andy Wong/AP/연합

저장성 이우 소상품 도매시장 근처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근무하는 황 씨는 연휴 첫날부터 “사람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동안 7일, 8일, 심지어 6일짜리 연휴도 있었지만 이렇게 조용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올해는 정말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황 씨는 이어 “예년에는 연휴 기간이면 쇼핑몰에 인파가 몰렸고, 매출은 10월 중순까지도 호조세를 보였다”며 “그러나 올해는 손님이 거의 없고 인근 식당들도 눈에 띄게 한산하다”고 덧붙였다.

푸젠성 샤먼시 거주자 웬 씨는 국경절 연휴 분위기에 대해 “거리는 텅 비었고 문을 닫은 상점이 많다”고 전했다.

그녀는 “올해 장사가 더 힘든 이유는 기업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외부 환경 자체가 너무 안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앙 국유기업에 근무하는 리 씨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두 달째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일부 현縣)·구(區) 단위 지방 공공기관 직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기본급만 지급받고 각종 수당과 보너스는 지급이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리 씨는 “예전에는 국유기업이나 공공기관 일자리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런 곳들도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