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트럼프 “방위비 증액 않는 스페인, NATO서 퇴출될 수도”

2025년 10월 11일 오후 3:56
2025년 6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025년 NATO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 Omar Havana/Getty Images2025년 6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025년 NATO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 Omar Havana/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 9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리겠다는 약속을 거부하자 NATO에서 퇴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2023년에 NATO에 가입한 핀란드의 알렉산더 스투브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으며, 두 정상은 NATO의 거의 전체 회원국이 약속한 국방비 지출 증액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스투브 대통령에게 “우리는 방위비를 증액해야 하는데, 핀란드는 이를 훌륭하게 해냈다. 스페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니, 핀란드와 다른 회원국들이 스페인과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방위비 증액을 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 NATO 국가 중 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스페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대화에서 “뒤처진 나라가 하나 있다. 스페인이다. 그들에게 전화해서 왜 뒤처져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방위비 증액을 피하는 이유가 뭔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괜찮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을 NATO에서 퇴출시켜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은 NATO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으며,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국방장관은 스페인이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블레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특정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만, 미군은 스페인의 헌신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로블레스 장관은 7월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NATO 본부를 방문했을 때 “NATO는 스페인을 믿어도 좋다”고 말한 바 있다.

7월 18일 스페인 정부 성명에 따르면, 로블레스 장관은 “우리의 약속은 확고하다. 누가 뭐라고 하든, NATO에 대한 스페인의 약속과 그 신뢰성은 훼손될 수 없다”고 말했다.

GDP의 5%

6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NATO 31개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국방비를 2035년까지 각국 GDP의 5%까지 늘리자는 목표에 합의했다. 이는 2014년 웨일스 정상회의에서 설정된 목표 2%의 두 배 이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들 간의 국방비 지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각국의 국방비 증액을 추진해 왔다.

NATO 웹사이트의 ‘NATO 재원 조달’이라는 문서는 이러한 불균형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동맹국들의 GDP를 모두 합하면 미국과 거의 동등하다. 그러나 그들이 지출하는 국방비의 합계는 미국이 지출하는 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균형은 동맹의 역사 전반에 걸쳐 다소 변동은 있었지만 지속되어 왔으며, 2001년 9월 11일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미국이 국방비를 대폭 늘린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1기 재임 중에도 이러한 불균형을 자주 거론했으며, 이 문제는 2024년 대선 기간 동안 다시 부상했다.

2024년 10월, 당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이자 현재 부통령인 JD 밴스는 “도널드 트럼프는 NATO가 강력하기를 원한다. 그는 우리가 NATO에 남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는 또한 NATO 국가들이 실제로 국방 부담을 분담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예외인가

6월 25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폴란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이미 트럼프의 증액 요구를 지지했다.

그러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자국을 국방비 증액 목표에서 제외해 달라고 NATO와 협상했다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6월 22일 TV 연설에서 “스페인은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지 않을 것이지만, NATO에의 참여, 비중, 정당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우리는 다른 국가들이 국방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당한 방침을 전적으로 존중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이 GDP의 2.1%만 지출해도 인력이나 장비 측면에서 NATO에 대한 모든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5년 6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본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 Markus Schreiber/AP/연합

6월 NATO의 최신 추정치에 따르면, 스페인은 국방비 지출에 있어 GDP의 2%를 간신히 달성했다.스페인은 동맹 내에서 국방비 지출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폴란드가 4.48%로 동맹 내 최고 지출국이며, 리투아니아(4%), 라트비아(3.73%), 에스토니아(3.38%), 노르웨이(3.35%), 미국(3.22%), 덴마크(역시 3.22%)가 그 뒤를 잇는다.

6월 23일 정상회의 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마크 뤼터 NATO 사무총장에게 스페인에 예외를 인정해 준 상황을 고려할 때 어떻게 5% 약속이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인지 질문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스페인을 언급하자면, NATO에는 ‘면제(opt-out)’ 조항이 없다. 또, NATO는 ‘개별 거래(side deal)’도 하지 않는다. 스페인 총리와 이 문제를 갖고 따로 협상한 바 없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NATO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경로를 결정할 주권적 권리와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