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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촉진당,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투 공작 연루 정황 드러나

2025년 10월 08일 오후 7:50
왼쪽은 과거 대만통일촉진당(統促黨) 관계자들이 중국 공산당의 붉은 깃발을 들고 대만 거리에서 행진하는 모습이고, 오른쪽은 통일촉진당 주석인 ‘백랑(白狼)’ 장안러(張安樂)다. | The Epoch Times왼쪽은 과거 대만통일촉진당(統促黨) 관계자들이 중국 공산당의 붉은 깃발을 들고 대만 거리에서 행진하는 모습이고, 오른쪽은 통일촉진당 주석인 ‘백랑(白狼)’ 장안러(張安樂)다. | The Epoch Times

대만 중화통일촉진당(統促黨, 이하 통촉당) 주석 장안러(張安樂)는 한때 범죄조직 ‘죽련방(竹聯幫)’의 두목 ‘백랑(白狼)’으로 불리며 암흑가를 누볐다. 그러나 현재 그는 정당 대표 직함을 내세워 활동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9월 29일 자 장문의 탐사보도를 통해, 통촉당이 오랫동안 중국 공산당(중공)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대만 내에 스파이망을 구축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반미·친중 성향의 ‘인지전(認知戰)’ 선전을 벌여왔으며, 반공 인사들을 위협·협박하고 심지어 불법 총기를 비축한 정황까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통촉당이 비록 정치적으로는 군소 정당이지만, 중공의 대만 침투를 위한 폭력조직형 도구로 전락했으며, 유사시에는 사회 내부에서 적을 돕는 세력인 이른바 ‘제5열(Fifth Column)’로 변해 내부 교란 세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스위안 대만 내정부 정무차장은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 단체는 사실상 하나의 폭력조직과 다르지 않다”며 “통촉당 간부 다수가 과거 죽련방 출신으로, 마약 밀수나 온라인 사기 등 범죄에 연루된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통촉당의 범죄조직 배경

장안러는 2004년 중국에서 통촉당을 창당했으며, 2013년 대만으로 돌아온 이후 지금까지 조직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대만 정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통촉당의 당원은 약 3만 명에 달한다. 장안러 본인도 “당 내에 실제로 폭력조직 출신 인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죽련방 활동에서는 이미 손을 뗐지만, 그곳과는 평생의 인연”이라며 자신의 범죄조직 경력을 숨기지 않았다.

장안러는 ‘백랑(白狼)’이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젊은 시절 죽련방에 가입했다. 미국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는 한때 이 조직의 지도부 일원으로 활동했다.

그가 살아온 길은 중국과 대만 현대사의 격동과 맞닿아 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패퇴해 대만으로 철수할 때, 장안러는 가족과 함께 중국에서 대만으로 이주했다. 16세에 그는 갓 창립된 죽련방에 들어갔고, 이후 미국으로 유학해 대학원 과정을 밟으며 죽련방 미국 지부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그러나 그는 마약 밀수 혐의로 미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약 10년간 복역했다. 출소 후 대만으로 돌아왔으나, 정부의 범죄조직 단속 과정에서 다시 수배 대상이 되었다.

1996년 장안러는 중국으로 도피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도략(韜略)이라는 스포츠용품회사를 설립하고 오토바이 헬멧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회사는 중국 공산당 당국의 특별한 지원을 받아 급성장했으며, 둥관시 정부의 세제 혜택을 통해 세계 헬멧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공급업체로 자리 잡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회사의 전 간부 버네사 차오의 증언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회사에서 수출이나 생산 규정 문제로 지방정부와 협의가 필요할 때마다, 장안러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다.”

장안러(張安樂) 자료사진. | Bozhou Chen/The Epoch Times

중국 공산당, 통촉당을 통해 대만 침투 정황 드러나

워싱턴포스트는 법원 기록, 기업 문서,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토대로 장기 조사를 진행하고, 대만의 정보·안보 관계자, 조직범죄 전문가, 전 미국 정보요원 등을 인터뷰한 결과, 중공이 통촉당을 이용해 대만에 체계적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통촉당 간부 일부는 중공 당국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받아 친중 선전물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제작·배포한 선전물에는 중공을 비판하는 인사들을 공격하거나, 중국군의 군사력을 찬양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죽련방과 통촉당 고위 간부직을 동시에 맡은 한 남성이 2024년 대만 총통선거에 친중 성향 후보를 출마시키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서명 운동을 조직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만 정부 기록에 따르면, 통촉당 간부들은 중공 중앙정부 관계자들과 빈번히 접촉했으며, 특히 중공 통일전선부 관계자들과의 회동이 다수 확인됐다. 통일전선부는 전 세계에서 중공의 영향력 확장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대만연구센터(Global Taiwan Institute)의 벤자민 샌도 연구원은 “베이징이 일부 대만 범죄조직이 중국에서 세력을 키우는 것을 묵인하는 이유는, 이들이 대만 내 여론과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공은 대만 범죄조직에 대해 중국 내 조직보다 훨씬 관대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보다 더 적합한 도구가 어디 있겠는가? 돈만 주면 뭐든 하는 사람들이니까.”

불법 총기 비축…통촉당, 중공의 ‘제5열’ 될 가능성

대만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압수된 불법 총기 상당수가 죽련방 및 통촉당 구성원들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정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통촉당 및 죽련방 관련 조직으로부터 약 200정에 달하는 총기가 적발됐다. 민간의 총기 소유가 거의 없는 대만에서 이 같은 규모의 무기 비축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며, 사회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린빙유 신베이시 의원 겸 군사 전문가는 “늘어나는 무기 저장고는 분명한 위협 신호”라며 “이들이 중공의 지시를 받게 된다면, 그 무기를 이용해 대만 사회를 교란하거나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대만 조사국 국가안전유지처장 예리칭은 “평시에 이들은 중공을 위한 조직 활동이나 정보 수집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전시 상황이 되면 중공에 협력하는 내부 세력, 즉 ‘제5열(Fifth Column)’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중공의 침투와 스파이 네트워크

통촉당은 수년간 중공 통일전선부 및 중국 지방정부 기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다수의 통촉당 간부들이 중공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친중 선전 활동과 대만 군 내부 포섭 임무를 수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만 국가안전국(國安局)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대만 내에서 적발된 간첩 활동 인원이 5배 이상 급증했으며, 그중 상당수가 통촉당과 관련된 사례였다”고 밝혔다.

이는 베이징이 통촉당을 매개로 대만 내 침투와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는 분석이다.

예리칭 처장은 “중공은 범죄조직 출신 인물들을 정보원으로 모집하고 있다”며, “그들은 합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요구 조건이 적지만, 매우 기밀성이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정보가 대부분 대만 군 관계자들을 통해 흘러나온다고 덧붙였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통촉당 원룽(溫瓏), 주신위(朱新瑜), 그리고 장총린(江瓊麟)이 중공을 위해 조직망을 확대하고 대만의 현역 및 예비역 군인에게 접근하려 한 사건을 들 수 있다.

특히 장총린은 대통령 전용기 운항을 담당하는 공군 송산지휘부 고위층 인사에게 접근해 금전, 진급, 해외 초청 등을 미끼로 포섭을 시도했으나, 상대가 이를 단호히 거절하면서 사건이 드러난 바 있다.

중공은 이들의 활동을 공로로 평가해, 원룽과 주신위가 중국 주하이(珠海)에 세운 ‘원나농업과학개발유한공사(溫拿農業科技開發公司)’에 특별 혜택을 제공했다.

지방 당국과 중공 통일전선부의 지원으로, 이 회사는 주하이시 더우먼진의 300무(약 20만㎡) 토지를 헐값에 제공받았으며, 사무실과 상점 공간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대만 고등법원 가오슝분원은 세 사람에게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서 6개월까지 실형을 선고했다.

2025년 9월 18일, 대만 최고법원은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통촉당이 중공의 지시를 받아 대만 내 간첩 활동을 벌인 정황이 사법적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인지전과 온라인 여론 조작

통촉당은 오프라인 활동뿐 아니라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운영을 통한 여론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라디오 방송,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운영하며 친중·반미 콘텐츠를 꾸준히 유포하고, 대만 사회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는 여론 조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선전 방식은 중공이 전 세계에서 전개하고 있는 ‘인지전’ 전략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검찰은 지난해 11월, 통촉당 중앙위원 장멍충과 그의 아내 훙원팅을 국가안전법 위반 및 외국 세력 공작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중공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國台辦)로부터 약 7400만 대만달러(약 32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중공의 해외 지시와 위탁 임무를 수행했다.

예리칭 처장은 “중공 관리들이 이 부부의 방송국 운영비를 직접 부담했으며, 통촉당 지역본부의 건물 임대료까지 대신 지불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이징이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는 사실은, 중공이 대만을 겨냥한 인지전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장멍충과 훙원팅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유튜브·페이스북 등의 플랫폼을 통해, 2024년 대만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에서 특정 후보와 정당을 공개 지지했으며, 특정 국민투표 안건과 탄핵 대상, 정치인, 정당을 집중 홍보했다.

또한 홍콩 민주운동가와 파룬궁 단체를 비방하며, 중공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이들은 중공 군대를 선전하는 콘텐츠도 자주 게시했다. 대만 국군을 향해 “전쟁 시 저항하지 말고 항복하라”는 등의 통일전선 선동을 퍼뜨렸다.

대만 법무부 조사국은 “장멍충이 올린 한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해방군이여, 대만은 준비됐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장멍충은 9월 병으로 사망해 재판이 중단됐지만, 그의 아내 훙원팅에 대한 기소는 계속 진행 중이다.

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을 중공의 인지전이 대만 내 정당·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시민단체·반공 인사에 대한 협박과 폭력

통촉당 구성원들은 여러 차례 폭력과 협박 사건에 연루돼 왔다.

2022년에는 타이베이 시내에 설치된 ‘톈안먼 6·4 민주화운동 기념 조형물’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가해자가 통촉당과 연계된 인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통촉당 지지자들은 학생, 시민단체, 반공 인사들을 상대로 폭행이나 협박을 가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2014년 ‘해바라기 학생운동’ 당시, 장안러 등 통촉당 인사들은 입법원 진입을 선동하며 반(反)서비스무역협정 시위대와 맞섰다.

또 2017년 9월에는 중공이 주도한 ‘상하이시 해협양안교류촉진회’가 명목상 회사 이름을 내세워 타이완대 운동장을 임차해 친중 행사를 개최하자, 이에 항의하러 모인 학생 시위대가 통촉당 회원들의 폭행으로 부상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자들이 쇠지팡이 등을 휘둘러 학생들이 피를 흘렸고, 사건 직후 장안러는 “잘했다!”라며 가해자들을 두둔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태가 “정치 활동의 범위를 넘어선 폭력조직식 위협이며, 국가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 정부, 통일촉진당 강제 해산 추진

라이칭더 대만총통은 최근 “중국 공산당이 통촉당과 같은 조직을 통해 대만의 민주주의·자유·개방성을 악용해 범죄조직, 언론, 정치 평론가, 정당 인사들을 포섭하고, 내부 분열과 전복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9월 30일, “통촉당이 국가안전법 및 반침투법 위반 혐의가 있으며, 국가 안보와 자유민주 헌정 질서를 위협했다”고 판단하고, 헌법 부속조항 및 정당법에 근거해 헌법법원(憲法法庭)에 통촉당 해산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헌법법원이 이를 최종 인용할 경우, 통촉당은 대만 역사상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강제 해산되는 첫 정당이 된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