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대만 총통 “트럼프, 시진핑의 대만 합병 계획 포기시키면 노벨평화상 받을 자격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설득해 무력에 의한 대만 합병 계획을 포기하게 만든다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이 밝혔다.
라이 총통은 10월 6일 방송된 미국의 보수 성향 라디오 토크쇼인 ‘더 클레이 트래비스 앤드 벅 섹스턴 쇼(The Clay Travis and Buck Sexton Show)’에 출연해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지속하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양안(兩岸)의 현상유지를 깨뜨리고 있는 쪽은 대만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했다고 대만 총통 집무실이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전했다.
중국 공산당은 한 번도 대만을 통치한 적이 없지만 대만을 분리된 하나의 성(省)으로 간주하며 무력을 통한 통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 공산 정권은 여러 방면에서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왔다. 여기에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자치 섬인 대만 인근에 거의 매일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행위 등이 포함되며 이는 대만해협에서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총서기로부터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하지 않을 것이란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라이 총통은 6일 라디오 방송에서 대만이 계속해서 미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을 설득해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게 만든다면 그는 틀림없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법적으로 대만이 자위 수단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다만 중국이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 방어를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역대 미 행정부 모두 의도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중국의 인도·태평양 확장
라이 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중국군이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진핑이 단지 대만해협에서 점점 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도 중국의 군사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줄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4년 3월 5일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환초에 주둔 중인 자국 병력에 정기 보급 임무를 수행하던 필리핀 해군 임차 선박 ‘우나이자 메이 4’에 중국 해경선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중국 해경선이 두 척의 선박과 충돌하면서 필리핀 해군 4명이 부상을 입었다. ⎟ Ezra Acayan/Getty Images
“중국의 군사훈련은 이제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 항공모함은 제1도련(島鍊), 제2도련을 넘어 이동하고 있으며 북해함대는 일본 주변을 일주일 동안 항해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해군 함정은 호주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에서도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라이 총통은 덧붙였다.
타이베이 국방부에 따르면 라이 총통의 집무실이 해당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한 10월 7일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파견한 군용기 23대가 대만 인근에서 포착됐다.
타이베이 국방부는 이날 포착된 군용기 23대 중 17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 중간선은 수십 년 전 미군이 타이베이와 베이징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설정한 비공식 경계선이다. 타이베이 국방부는 또 중국이 이날 대만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합동 전투 대비 순찰’을 실시하는 동안 드론과 인민해방군 함정들도 추적했다고 덧붙였다.
라이 총통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문제의 초점이 단순한 대만 침공 가능성을 넘어선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중국이 대만을 합병하게 된다면 미국과 경쟁하고,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바꿀 수 있는 더 강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의 이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송산 공군기지를 방문한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이 ‘신속 대응 훈련’에 참가한 병력을 사열하고 있다. ⎟ I-Hwa Cheng/AFP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몇 주 내 시진핑과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10월 말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과 만날 것이라고 앞서 지난 9월 밝힌 바 있다.
미국과 대만의 정상 간 직접적인 교류는 매우 드물다. 예외적으로 2016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당시 대만 총통이던 차이잉원(蔡英文)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일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79년 미국이 공식 외교 인정을 타이베이에서 베이징으로 전환한 이후 대만 지도자와 직접 통화한 첫 미국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자로 알려져 있다.
대만의 억지력
라이 총통은 라디오 방송 중 ‘대만이 미국 국민에게 자국을 방어할 의지를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대만의 국방 예산 증액과 강력한 민방위 체계를 포함한 정부의 다양한 노력을 언급했다.
라이 행정부는 2026년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3.32%까지 끌어올리고 2030년까지 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대만은 지난 3월 중국 공산당을 ‘외국 적대 세력’으로 지정한 이후 이들의 침투 및 간첩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안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국방부가 자연재해 및 중국 공산당의 잠재적 군사 침공에 대비해 국민들을 준비시키기 위한 새로운 민방위 매뉴얼도 발간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은 자국의 국가 안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갖고 있다는 점을 미국민에게 말하고 싶다”며 “우리 스스로를 돕는 데 성공해야만 다른 이들의 도움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단결하고 함께 행동할 때 억지력은 가장 강력해지고 그럴 때야말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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