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라이칭더 대만 총통 “중국 압박에 굴하지 않아” 中 강압은 지속

최창근
2024년 06월 20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4년 06월 20일 오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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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취임 한 달을 맞이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19일 “중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며 나날이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라이칭더 총통은 공식 취임 한 달을 앞두고 개최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그들(중국)은 무력 외에도 대만을 굴복시키기 위해 비(非)전통적인 강압적 수단을 점점 더 많이 쓰고 있다.”고 전제하며 이같이 말했다. 라이칭더 총통이 언급한 비전통적 수단은 경제 보복, 군사 훈련을 명분으로 한 대만 침공 위협 고조, 드론 촬영 등 회색지대 전술을 의미한다.

라이칭더 총통은 “대만 국민은 단호하게 국권을 수호하고 민주적이면서 자유로운 헌법적 삶의 방식을 견지할 것이다.”라며 “대만 합병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국가 정책이다.”라고 주장했다.

2008~16년 재임한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에 비해 보다 선명한 대만 독립 성향으로 간주되는 라이칭더 총통 취임 이후 중국의 무력 압박 수위는 높아지는 추세이다. 총통 취임 3일 째인 5월 23일부터 이틀간 대만 포위 훈련을 강행했다.

중국은 당시 중화민국 주권이 언급된 라이칭더의 취임사를 두고서 ‘대만 독립 선언’으로 규정하면서 “대(對)대만 군사 훈련은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 독립 분리 세력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다.”라고 밝혔다.

대만 내부에는 “중화민국(中華民國)은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과 분리된 실질적인 독립 국가이기에 헌법 개정, 국호 개정, 독립 선언 등을 할 필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중화민국 독립 세력, 즉 ‘화독(華獨)파’와 “중화민과 다른 ‘대만(臺灣)’ 국호 제정 등 실질적인 독립을 선포해야 한다.”는 대만 독립 세력, 이른바 ‘대독(臺獨)파’로 양분된다. 같은 민진당 소속이지만 차이잉원 전 총통은 화독파, 라이칭더 현 총통은 대독파로 분류된다. 이 속에서 중국은 라이칭더 총통의 대선 과정에서부터 견제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군사·비군사 수단을 동원하여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해경선은 대만해협 순찰을 명분으로 접경 지역인 진먼(金門)섬 주변 제한 수역과 금지 수역 침범 횟수를 늘리고 있다. 진먼섬은 중화민국(대만) 영토이지만 대만 본섬으로 부터는 약 200km, 중국 푸젠성 샤먼으로 부터는 약 2km 떨어진 대만 방위의 최일선이다.

중국은 각종 강압 수단 사용도 병행하고 있다. 대만 공식 수교국과 국교 단절, 세계보건기구(WHO) 등 각종 국제기구 대만 참여 배제, 대대만 무역 보복, 대만 상공 정찰 풍선 전개 등 회색지대 전술을 망라한다.

중국의 강압책 사용과 관련하여 라이칭더 총통은 “군사력만이 중국과 평화 유지를 위한 유일한 길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평화는 힘에 의지해야 한다. 즉, 평화를 이루기 위해 전쟁을 준비함으로써 전쟁을 피하는 것이다. 공허한 약속이 진정한 평화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

다만 중국의 지속적인 무력 침공 위협 속에서 대만군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양적·질적 군사력 열세 속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의 해상·공중 침범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라이칭더 총통 임기 4년 동안 중국의 지속적인 위협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대만을 상대로 일종의 고사(枯死) 작전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5월 17일 미국 기업연구소(AEI), 전쟁연구소(ISW)가 발표한 ‘강압에서 항복으로: 중국이 전쟁을 하지 않고 대만을 장악하는 방법’ 보고서는 ”중국이 대만을 강압해 침공하거나 전면 봉쇄하지 않고도 정치적으로 복속시키는 현실적 방법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일련의 비전쟁 강압 행동(the short-of-war coercion course of action)’이다.

보고서는 일련의 대대만 강압행동은 대만 독립 요인을 제거하고 이른바 ‘양안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중국 인민해방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정치 세력의 집권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강압 전략은 공중, 해상, 정보, 사이버, 경제, 인지 등 여러 영역에서 4단계로 진행하며 여러가지 강압 활동들을 장시간에 걸쳐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대만 각계에서 중국이 제안하는 평화적 통일 방안에 대한 지지가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강압 행동이 취해지고 있음을 감춰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단계는 경제적 당근과 채찍, 정보 공작을 통해 미-대만 군사 협력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반면 군사 협력을 중단하면 평화와 번영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단계다. 2단계는 대만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단계다. 경제 전쟁, 사이버 전쟁, 사보타주, 강력한 준합법적 선박 검열 및 영공 해상 봉쇄, 전자전, 대만 정부 무능을 강조하는 선전을 통해 대만 주민들의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트려 대만 정부의 정통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3단계는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인지적, 심리적 캠페인으로 겁박해 대만 대중의 저항 의지를 약화시키고 의심과 불안을 조성함으로써 평화를 위해 정치적 양보를 하라는 여론을 형성한다. 4단계는 대대적 홍보 작전으로 미국 대중과 정치인들의 대만 지지 의지를 약화한다는 시나리오이다.

보고서는 일련의 비전쟁 강압 행동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경우 중국이 가칭 ‘양안평화위원회’를 만들어 대만 정부와 주민들에 대한 중국 인민군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가능한 최종 시나리오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