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中 조선업 안팎으로 위기… 과잉 설비, 부패에 미국 압력도 가중

중국이 이미 한 차례 합병되었던 두 거대 기업인 중국선박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업집단공사(CSIC)를 다시 합병,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에 재차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해상 패권 유지에 대한 베이징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지만,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부패 스캔들, 전 세계 수요 약화 등 그 지위를 위협하는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달 초 CSSC는 주식 교환을 통해 CSIC를 흡수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CSIC는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중국 국영 언론인 21세기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병으로 전 세계 총물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5400만 톤 상당의 수주 잔량을 보유한 세계 최대 조선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구조조정의 시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자체의 조선업 부활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 그리고 한때 압도적이었던 중국의 글로벌 시장 지위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는 시점과 맞물린다.
미국의 압박
4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이 건조하거나 운영하는 선박이 미국 항만을 사용할 경우 고액의 이용료를 내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항만 이용료는 전 세계 해운회사들이 중국 조선소를 외면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달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해운업체들과 항만 운영업체들의 압력을 받아 당초 구상한 고액의 항만 이용료를 인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안은 조선시장을 크게 변화시켰다. 한국수출입은행의 7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신규 선박 수주 점유율이 작년 17%에서 올해 상반기 25%로 급증했다. 한편 발틱국제해사협의회에 따르면 중국의 점유율은 72%에서 52%로 떨어졌다. 업계의 동향을 추적하는 클락슨 리서치는 같은 기간 중국 조선소들이 신규 계약이 68% 급감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과 한국은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한-미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3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으며, 이 중 1500억 달러가 조선업에 배정됐다.
한때 세계적 조선업 선도국이었던 일본도 다시 입지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일본 최대 조선소의 히가키 유키토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본 조선업계가 2030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20%로 두 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국방연구원 쑤쯔윈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의 두 조선 거대 기업 합병은 변화하는 글로벌 동향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해군 함정 건조와 수리 능력을 모두 다각화하기 위해 한국, 일본, 대만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선업계에도 만연한 부패
중국의 두 국영 조선사의 통합은 또한 중국 국방산업 내부의 부패 스캔들과 리더십의 혼란을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두 조선사의 고위 임원들이 사라지거나 좌천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CSIC의 전 총경리 쑨보는 2018년 뇌물 수수로 해고되고 나중에 체포됐다. 중국 최초 국산 항공모함 건조를 감독했던 전 회장 후원밍은 2019년 해임되어 2021년 체포됐다.
더 최근인 2024년에는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CSSC의 금융 부문 수장이 공급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룹의 최고 경영진은 반복적으로 바뀌었으며, 지난 2년간 최소 두 명의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분석가들은 조선업 부문에도 부패가 만연해 있으며, 종종 부실 시공, 조잡한 자재, 부풀려진 계약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또 다른 국방연구원인 선밍스는 에포크타임스에 “부패는 중국공산당 체제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그래서 심지어 자국 해군용 선박에서도 빈번한 품질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패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미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원자력 잠수함 한 척이 우한 인근 조선소에서 침몰했는데, 이 사고는 부패로 인한 품질과 안전 관리 소홀 때문이었다.
과잉 생산설비와 빈약한 수요
중국의 외견상 조선업 호황은 심각한 문제를 감추고 있다. 양쯔강을 따라 놀고 있는 바지선들의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조선소들은 2026년까지 수주 물량이 가득 차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주로 과잉 생산능력을 부추기는 국가 보조금과 저리 대출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올해 초 베이징이 선박을 조기 폐기하고 저가 선박을 시장에 덤핑하여 인위적으로 수요를 부풀리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는 글로벌 경쟁을 왜곡하는 관행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수출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장기적 전망은 불확실하다.
선밍스는 “트럼프는 미국 조선 산업 부활을 원하지만 미국 조선소들이 규모를 확대할 때까지 한국과 일본에 의존해야 한다. 한편,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세계적으로 해운 물동량이 줄고 있다. 중국산 선박은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조선산업은 빈약한 수요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몸부림
베이징에게 있어서 조선업은 단순히 하나의 산업 분야가 아니다. 그 이상이다. 조선업은 중국 해군의 원양 진출 야심과 글로벌 무역 항로에 대한 영향력의 핵심이다. 그러나 CSSC-CSIC의 합병은 그 지배력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공산당이 수시로 그 거대한 생산능력을 과시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조선업 부문은 수요 축소, 경쟁 심화, 내부 부패에 발목이 잡혀 있다.
중국의 조선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국방연구원 쑤쯔윈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두 거대 조선업체의 합병 이면에는 글로벌 조선업 지형의 변화가 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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