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중국 전기차 산업, EU 관세 압박 속 해외 이전 가속

중국의 무배출차(ZEV) 산업이 국내의 과잉 생산능력, 낮은 이윤율, 그리고 최대 해외 시장인 유럽에서 강화되는 규제 속에서 해외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크로스 보더 모니터(CBM)와 글로벌 클린 인베스트먼트 모니터(GCIM)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중국 ZEV 기업들은 운영 확장을 위해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이는 처음으로 나타난 변화다.
이러한 해외 투자 프로젝트들은 대체로 국내 프로젝트를 축소해 옮겨 놓은 형태이지만 규모는 더 작고 배터리 생산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이 흐름은 BYD가 주도하고 있으며, CATL과 지리(Geely)가 뒤를 잇고 있다.
ZEV 생산은 여전히 국내에 머물러 있지만 해외 생산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2024년 1월 31일 BYD는 헝가리 세게드에 신에너지차(NEV, 중국이 ZEV를 지칭하는 용어)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몇 달 뒤에는 터키 마니사에 연간 15만 대 규모의 배터리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공장을 세우는 1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중국 ZEV 업체들의 해외 투자 확대 경쟁은 급증하는 자동차 수출에 따른 흐름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308만3000대로, 2024년 같은 기간 대비 10.4% 증가했다.
중국에게 있어 ZEV 수출은 수출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전 두 자릿수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약 6.5%, 그리고 현재 약 5% 수준으로 급격히 둔화된 상태다.
ZEV 제조업체들에게 수출은 자국 내에서 직면한 여러 문제―과잉 생산능력, 가격 붕괴, 낮은 이윤율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를 제공한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니오(NIO Inc.)의 이윤율은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말 약 19%였던 총이익률은 올해 1분기 약 10% 수준으로 하락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그보다 훨씬 악화돼 같은 기간 내내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샤오펑(XPeng)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21년 말 약 30%였던 총이익률은 2025년 1분기 약 15%까지 떨어졌고,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 역시 같은 기간 계속 적자 상태였다. 다만 최근 분기 매출은 두 배로 증가했으며 손익분기점 도달까지는 앞으로 1~2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BYD의 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도 대체로 같은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순이익률은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BYD가 정부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2022년 한 해에만 16억 유로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BYD는 중국 내 NEV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2024년 기준 중국 NEV 시장에서 34.1%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지리자동차(7.9%)나 테슬라(6%) 등 경쟁사를 크게 앞선 수치다.
그러나 과잉 생산능력, 가격 경쟁, 낮은 이윤율 등은 업계 다수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가 발표한 최신 ‘글로벌 자동차 전망’ 보고서는 2030년까지 중국의 129개 ZEV 브랜드 가운데 재정적으로 자립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15곳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험난한 길
베이징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은 ZEV 수출 확대는 자국 내에서 직면한 일부 문제를 완화할 수 있겠지만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해외 각국 정부는 경쟁 환경을 맞추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2024년 10월 30일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차량 종류에 따라 17%에서 35%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미 적용 중인 자동차 수입품 10% 관세에 더해지는 조치다.
1980년대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관세 인상에 대응하는 주요 방법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ZEV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확대는 이러한 전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전략은 중국과 ZEV 제조업체 모두에 상당한 위험을 안긴다. 중국 경제의 경우 해외 투자는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해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촉진하기보다는 둔화시키고, 중국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미국은 중국보다 수십 년 앞서 이러한 문제를 경험했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미국은 이미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서비스업 중심 경제로 전환을 마쳤고, 이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를 상쇄할 충분한 고용을 창출했다.
ZEV 제조업체들에게 산업 공동화는 또 다른 위험을 안긴다. 기술적 우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를 해외 현지 제조업체들에 넘겨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1950~1960년대 미국 제조업체들이 핵심 기술을 일본에 이전하게 된 사례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전기차 중심 소비자 박람회를 주최하는 선도 기업 일렉트리파이 엑스포(Electrify Expo)의 최고경영자(CEO) 겸 설립자인 비제이 버트웰은 중국 무배출차 제조업체들이 해외 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데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단순히 기술이나 가격만으로는 효과적인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버트웰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면 진짜 승부는 가격이나 기술이 아니다. 바로 신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인들은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서비스, 부품, 지원을 보장할 수 있을지 확신할 필요가 있다. 그 신뢰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랜 역사를 가진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조차 여전히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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