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철강 쿼터 축소·관세 50% 인상 추진…“韓 수출전선 위협”

美 관세 여파에다 EU 조치까지…수출환경 위축 우려
유럽연합(EU)이 철강 수입 무관세 쿼터를 절반가량 줄이고, 쿼터 초과분에 대해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가 강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이대로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대(對)EU 철강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철강 수입에 적용되는 글로벌 무관세 할당량(쿼터)을 기존 연간 약 3053만t 수준에서 1830만t 수준으로 약 47% 축소하는 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쿼터를 초과하는 수입 철강품목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현재 25%에서 50%로 인상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조치는 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을 제외한 모든 제3국에 적용된다.
한편, EU는 국가별 배분(quota allocation)은 각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계획은 현행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가 2026년 6월 만료되는 점을 고려해, 그 후속 제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은 지난해 약 380만t의 철강 제품을 EU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약 263만t은 한국에 배정된 쿼터 물량을 통해, 나머지는 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무관세로 유입됐다.
만약 한국 쿼터 물량이 축소되고, 글로벌 쿼터도 축소되면 무관세 수출 기회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EU는 발표문에서 “FTA 체결국에 대해 우선 고려할 것”이라는 문구를 담아,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인 우리나라의 배려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EU 철강 수출액은 약 44억8천만 달러로, 미국 철강 수출액(43억5천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 철강업계는 이미 미국의 철강품목 관세 강화로 인해 수출 여건이 악화된 상태다. 미국은 한국의 무관세 쿼터를 폐지하고, 일부 철강 제품에 대해 50% 관세를 적용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실제로 한국의 철강 수출은 2025년 5월 전년 동월 대비 12.4% 감소했으며, 이후 6월 –8.2% 등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EU의 쿼터 축소 및 관세 강화가 더해질 경우, 수출 감소 압박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아직 조치가 즉각 시행되는 것은 아니므로 정부와 함께 EU 측을 설득하고 양자 협상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U가 국가별 수입 쿼터를 정할 때 FTA 체결국에 유리한 조건을 고려하겠다는 언급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으며, 우리나라의 이익 확보를 위해 EU 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과의 회담을 추진 중이며, 철강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지원 대책 마련에도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표된 조치의 세부 운영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향후 법령안·규제안이 발표되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이번 조치는 세계적 보호무역 기조 확산의 한 단면으로 보여진다. 중국 등 철강 공급 과잉 국가의 저가 수출이 EU 산업을 위협한다는 판단 아래 나온 조치다.
한국은 미국의 강경 관세 조치에 이어 EU의 철강 수입 쿼터 축소와 관세 인상 조치에 직면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조속한 양자 협의와 다자간 무역 틀 내 대응 역량 강화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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