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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인·테무의 초저가 경쟁 공세…독일, 대중(對中) 경제관계 재검토

2025년 11월 13일 오전 7:11
2025년 6월 10일, 프랑스 상원은 쉬인(Shein)과 테무(Temu) 등 중국의 초저가 패션 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개정 법안을 통과시켰다. | Stefani Reynolds /AFP via Getty Images/연합2025년 6월 10일, 프랑스 상원은 쉬인(Shein)과 테무(Temu) 등 중국의 초저가 패션 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개정 법안을 통과시켰다. | Stefani Reynolds /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의 내수 부진이 심화되면서 과잉 생산된 산업 제품이 해외로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등 주요 제조업 품목의 대(對)독일 수출이 급증한 데 이어, 초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쉬인(Shein)과 테무(Temu)도 독일 시장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역의 제조업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독일 집권 연립정부는 최근 초당적 전문가 위원회를 신설해 중국과의 경제관계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공급망 안전성, 핵심 산업의 대중 의존도, 에너지 및 원자재 수입 리스크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향후 ‘디리스킹(De-risking·위험 분산)’ 전략 수립을 위한 정책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 “중국 내수 부진이 수출 급증의 원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경기 둔화가 해외 수출 확대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판매가 부진한 산업일수록 해외 수출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의 대(對)유럽연합(EU)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으며, 철강 수출 역시 가속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ECB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관세전쟁의 여파가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과잉 생산 능력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결과”로 해석했다.

이 같은 중국발 수출 급증은 유럽의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현재 중국산 제품의 ‘수출 홍수’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동안 독일의 대중(對中) 수입액은 1000억 유로를 넘어선 반면, 수출액은 약 600억 유로에 그쳐,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올해 무역적자가 87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전년 대비 약 200억 유로 증가한 규모다.

독일경제연구소(IW)의 국제경제정책국장 위르겐 마테스는 “중국의 과도한 보조금과 위안화 환율 통제 정책이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독일산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산 제품을 더 싸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는 반보조금 관세를 도입해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쉬인·테무, 독일서 매출 33억 유로 돌파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초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쉬인과 테무의 급속한 확장이 유럽 무역 불균형의 새로운 ‘전선(front line)’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소매연합회(HD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두 플랫폼의 2025년 독일 내 총매출은 약 33억 유로(약 4조9천억 원)에 달해 독일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의 약 5%를 차지했다.

올해 독일 내에서 EU 외 국가, 이른바 ‘제3국’ 소매업체들의 총매출이 약 80억 유로를 약간 넘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쉬인과 테무에서 발생했다.

쉬인은 패션 의류를, 테무는 생활용품과 가정용품을 주력으로 하며, ‘번개세일’과 ‘카운트다운 할인’ 같은 심리 마케팅으로 유럽 소비자를 빠르게 사로잡았다.

HDE는 “이들 플랫폼이 초저가 덤핑과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해 유럽 소매시장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저가 상품 홍수’를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를 추진 중이다.
제안된 내용에는 150유로 미만의 모든 해외 직구 소포에 2유로의 수입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세금이 면제된 46억 건 이상의 저가 소포가 EU로 밀려든 상황을 되돌리기 위한 조치다.

독일 전자상거래협회(BEVH)는 쉬인과 테무가 EU 안전기준을 회피하고, 위조·불량 제품을 판매하며, 소비자 보호 절차가 미비하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세관은 공항에서 20만 개의 중국발 소포를 압수한 결과, 다수의 장난감과 전자제품에서 안전상 결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한 파리의 쉬인 매장 개점 당시에는 아동 포르노 인형과 불법 무기 판매 등 각종 논란이 터져 사회적 비판이 일었다.

독일의 제품검사기관인 상품검사재단의 조사에서도 쉬인과 테무의 일부 제품에서 심각한 안전 문제가 확인됐다.
예를 들어, 불안전한 장난감, 독성 중금속이 포함된 보석류, 과열되는 충전기 등이 그 사례다.
162개 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110개가 EU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EU 집행위의 예비 조사에서도 테무는 불법 제품 유통 위험이 높은 플랫폼으로 분류됐다.
금지된 판매자들이 반복적으로 복귀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테무는 EU 내 월간 활성 이용자가 약 4500만 명에 달하는데, 위반이 확인될 경우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수억 유로 규모)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유럽소비자보호네트워크(CPC)는 테무가 허위 할인, 가짜 리뷰, 연락처 고지 누락 등 소비자 기만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대중(對中) 경제관계 전면 재검토 위해 전문가 위원회 신설

독일 연립정부는 최근 합의를 통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 위한 약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독일과 중국 간 경제 안보 조사, ▲공급망의 안정성과 신뢰성 평가, ▲중국 자본이 참여한 핵심 인프라 투자 의존도 점검, ▲에너지·원자재 수입 리스크 분석, 그리고 ▲다른 주요국의 대중 전략을 참고한 정책 개선안 제시 등이다.

또한 위원회는 법적·경제적·정치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외경제법 개정 및 ‘디리스킹(위험 축소)’ 전략 수립을 위한 구체적 재정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위원회 구성에는 베르텔스만 재단, 독일산업연맹(BDI), 독일상공회의소(DIHK), 독일외교정책협회(DGAP), 과학정치재단(SWP), 독일노동조합연맹(DGB), 독일경제연구소(IW), 킬세계경제연구소(IfW Kiel) 등 주요 싱크탱크와 산업·노동 단체가 포함된다.

위원회는 매년 종합 보고서를 제출하고, 6개월마다 경제위원회에 중간 보고를 실시할 예정이다.

독일 유럽의회 의원 힐데가르트 벤틀레는 “기업들이 안전보다 저가 수입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경제계의 안일함이 가장 큰 장애 요인”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독일경제연구소의 위르겐 마테스는 “EU는 반덤핑 조치와 자국 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디리스킹’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