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주홍콩 미국 영사관에게 제기한 中공산당의 ‘4不 요구’ 거부

2025년 10월 04일 오후 10:09
2020년 9월 12일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건물 밖에 경비원이 서 있다. │ Dale De La Rey/AFP via Getty Images/연합2020년 9월 12일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건물 밖에 경비원이 서 있다. │ Dale De La Rey/AFP via Getty Images/연합

미국은 새로 부임한 홍콩 주재 외교관에게 중국공산당이 제기한 ‘반중 세력과 결탁하거나 국가안보 사건에 개입하지 않도록 선을 지키라’는 요구를 일축했다.

‘4불(不) 요구’라고 불리는 이 요구들은 지난 8월 홍콩에 부임한 줄리 이데(Julie Eadeh) 주홍콩 미국 총영사에게 제기됐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10월 3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 외교관들은 우리 나라를 대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증진할 임무를 맡고 있는데, 이는 홍콩을 포함한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의 표준 관행”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홍콩 주재 최고위 외교관인 최젠춘은 9월 30일 이데와 만나 “그녀가 임무를 맡은 이후의 행동에 대해” 중국의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홍콩 주재 중국 외교부 사무소가 10월 2일 성명에서 밝혔다.

성명은 회의에서 최가 미국 외교관에게 중국 공산정권의 ‘4불 요구’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녀에게 “만나서는 안 되는 사람들”을 만나지 말 것, 그가 말하는 “반중 세력”과 결탁하지 말 것, “홍콩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활동”을 지원하거나 자금을 대지 말 것, 그리고 홍콩의 “국가안보 사건”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중국 국영 언론의 공격

이데는 8월 말 홍콩에 도착한 직후 중국공산당(CCP)이 지원하는 신문인 타쿵파오(大公報)의 공격을 받았다. 9월 24일부터는 홍콩 주재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사무소가 그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이 신문 기사 4개를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웹사이트에 재게시했다.

기사들은 저명한 민주화 인사이자 전 의원인 에밀리 라우가 참석한 이데의 환영 행사를 문제 삼았다. 타쿵파오는 홍콩의 전 2인자이자 2019년 시위 참가자인 앤슨 찬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주장했지만, 찬이나 영사관 모두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9월 27일 중국공산당 홍콩 사무소가 재게시한 한 기사에서 이데는 “색깔 혁명의 촉진자”로 낙인찍혔다. ‘색깔 혁명’은 독재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 운동과 관련된 용어다.

기사는 이데가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 정치 담당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6년 전 홍콩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민주화 운동가들인 조슈아 웡과 네이선 로를 만난 것을 지적했다.

2019년 8월, 타쿵파오는 호텔 로비에서 로, 웡, 그리고 두 명의 다른 학생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이데의 사진을 게재했다. 보도는 이것이 당시 홍콩의 대규모 시위에 대한 ‘외국 개입’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타쿵파오의 보도에는 어린 자녀들의 이름 등 이데의 가족에 대한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모건 오르타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외교관의 개인 정보를 유출하고 ‘폭력배 같은 정권’처럼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오르타거스는 당시 워싱턴에서의 브리핑에서 타쿵파오의 ‘호텔 로비 회동 보도’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미국 외교관의 사적 정보, 사진, 자녀들의 이름을 유출하는 것이 공식 항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폭력배 같은 정권이나 하는 짓이다. 그것은 책임 있는 국가가 행동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19년 6월 10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언론 브리핑 중인 모건 오르타거스 국무부 대변인.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그날 늦게 소셜미디어 성명에서 오르타거스는 홍콩 주재 미국 외교관에 대한 중국 관영 언론 보도가 “무책임한 수준에서 위험한 수준으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런 짓은 중단돼야 한다. 중국 당국은 우리의 공인된 영사 직원들이 다른 모든 나라의 외교관들처럼 자신들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

이데와 최의 회담은 중국공산당이 5년 전 제정된 국가보안법을 통해 계속해서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고 홍콩 주민들의 기본적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모호한 문구로 작성된 이 법률은 중국 공산정권에 반대하는 분리주의, 전복, 테러, 또는 외국 세력과의 결탁으로 간주되는 발언이나 행동을 범죄라고 규정했으며, 가혹한 처벌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중국공산당은 2020년 홍콩 정부의 ‘범죄인’ 중국 본토 송환 허용 계획으로 촉발되어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수개월간의 시위 이후 논란이 된 이 법을 제정했다.

수만 명의 홍콩 주민들이 거의 매주 주말 거리로 나와 특별행정구로서의 홍콩의 자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입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시위는 이후 중국공산당의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더 큰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는 광범위한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을 동원한 대규모 체포, 정당 해산, 언론 탄압으로 홍콩의 민주화운동은 결국 진압되었고, 지도자들은 투옥되거나 망명을 택했다.

2025년 9월 말 발표된 홍콩 투자 환경에 대한 최신 연례 보고서에서 국무부는 3월 기준 최소 320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다고 밝혔다. 2024년 11월 열린 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보안법 관련 재판에서 활동가 45명이 최대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