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美-中 신냉전, 무역·금융으로 얽힌 라이벌의 대결

수십 년간 미국은 무역과 기술이 중국을 보다 개방적이고 규칙 기반 질서로 편입시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제 세계 양대 강국은 반도체와 AI, 공급망과 기술 표준, 사이버공간과 우주공간, 이데올로기와 영향력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충돌하며, 그 과정에서 동맹 관계와 글로벌 경제를 재편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를 “냉전 스타일의 경쟁”이라고 부르는데, 과거의 냉전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두 경쟁국이 무역과 금융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기보다는, 양측 모두 이를 재구성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미국은 “위험 완화(de-risking)”와 “선별적 디커플링(targeted decoupling)”을 언급하는 반면, 중국은 종종 글로벌 규범에서 벗어나는 자체적인 법률과 규제를 만들고 희토류 등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줄다리기가 2027년을 훨씬 넘어서까지 두 나라의 관계를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1972년 베이징 방문은 수십 년간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1979년 미국의 중화인민공화국(PRC) 승인의 길을 열었다.
그 이전까지 워싱턴은 대만 정부인 중화민국(ROC)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이러한 외교적 전환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글로벌 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권을 부여하며 수출 주도 성장을 급가속시켜 중국을 세계 공급망의 중심 허브로 만들었다.
워싱턴은 서구와 중국의 더 깊은 경제적 통합이 베이징을 보다 시장지향적이고 규칙을 준수하며 민주적인 길로 유도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중국은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기업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외국 경쟁업체들을 차단하고, 광범위한 지적재산권 침해를 용인했다. 이 모든 것이 WTO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었다.
이 전략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의 명목 GDP는 2001년 약 1.3조 달러에서 2025년 약 19.2조 달러로 뛰어올라 14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한 성장과 함께 더욱 거친 행보가 나타났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우측에서 2번째), 퍼트리샤 닉슨 영부인(우측), 윌리엄 로저스 국무장관(우측에서 4번째)이 1972년 2월 24일 중국 공식 방문 중 만리장성을 둘러보고 있다. 이 방문은 수십 년간의 적대관계 종식에 도움이 되었으며 1979년 미국의 중화인민공화국 승인의 길을 열었다. │ Xinhua/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해커 그룹들은 미국의 정부 기관, 기업, 핵심 인프라를 침해했으며, 영향력 공작은 대학, 싱크탱크, 언론 매체에까지 도달해 정책과 여론을 베이징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종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에서 유입되는 펜타닐 전구체의 홍수가 미국의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는데, 일부 미국 관리들은 이를 ‘무제한 전쟁’, 즉 “초한전(超限戰)”의 한 형태라고 부른다.
워싱턴의 전략적 전환
미국의 변화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최고 경쟁자이자 전략적 적수로 규정하는 국가안보전략을 채택하면서 나타났다. 이러한 판단은 바이든 행정부와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하에서도 계속해서 정책의 기반이 되고 있다.
뉴욕시립대학 경제학과 교수 피터 C. Y. 초우가 에포크타임스에 “베이징이 WTO 가입 이후 보인 행동이 워싱턴이 강경한 ‘기술 민족주의와 무역 보호주의’를 지향하도록 내몰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새로운 태세에서 출발, 미국은 이제 정기적으로 일련의 조치들을 연속해서 내놓고 있다.
8월 20일(이하 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는 국가안보 우려를 강조하며 사이버보안 조기 경보 시스템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축소했다. 일주일 후, 상무부는 일부 외국 칩 제조업체들이 허가 없이 미국 장비를 중국에 선적할 수 있게 방치했던 허점을 막는다고 발표했다.
10월 1일부터는 국립과학재단과 미국 농무부가 지원하는 연방 자금 지원 과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연구 보안 훈련을 부과할 예정이다.
9월 12일, 상무부는 러시아나 중국 군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23개 중국 기업을 명시한 새로운 수출 통제 목록을 발표했다.
한편, 중국의 대표적인 칩 제조업체인 SMIC를 위해 미국 칩 제조 장비를 구매한 두 중국 중개업체에 제재를 가했는데, 이는 최종 사용자뿐만 아니라 중개업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리창 당시 중국 총리가 2017년 11월 3일 베이징 중난하이 정부 청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립자 빌 게이츠와 만나고 있다.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8월 20일 사이버보안 조기 경보 시스템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했다. │ Thomas Peter-Pool/Getty Images
베이징의 대응
중국은 맞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
8월 22일, 중국 당국 규제기관들은 희토류 채굴과 가공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다. 수입 원료에까지 할당량 제한을 확대하고 월간 보고를 요구함으로써 관료들이 모든 선적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외국 제조업체들을 불안하게 하는 수준의 통제이다.
2주도 채 안 돼 베이징은 미국 광섬유 수입의 우회 수입 방지를 위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미국 아날로그 칩 공급업체들의 덤핑 의혹과 중국 기업들에 대한 차별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9월 15일, 중국 규제기관들은 엔디비아가 이스라엘계 미국 컴퓨터 네트워킹 제품 공급업체인 멜라녹스 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 독점 금지 심사를 강화하며 엔비디아에 압박을 가했다.
거의 매주 한쪽이 수출 통제, 보안 심사, 또는 법적 장벽을 강화하면 다른 쪽이 대응 수단들을 발표하며 맞서고 있다.
이념적 대결
미국에 거주하는 경제학자 데이비 J. 웡은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통치와 현대 민주주의 거버넌스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이 두 가치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에 권력 투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투명성과 상향식 혁신을 중시하는 반면, 중국의 일당독재 국가는 속도와 결속력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요크 대학교의 국제경영학과 교수 션룽친은 “그러한 결속력은 하나의 목적에 기여한다. 중국공산당에게는 정권의 생존이 절대적 우선순위다. 심지어 경제나 국민의 생계를 희생하더라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경제학자이자 중국 분석가인 헨리 리는 “두 체제 간에 우선순위가 이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을 수는 없다. 워싱턴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의 복지다. 베이징의 그것은 공산당의 권력”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조금이라도 약해 보이는 것을 실존적 위협으로 본다. 이것이 바로 중국공산당이 워싱턴에 맞서고 힘을 과시해야 한다고 느끼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는 만약 그 권력이 도전받는다면 “당은 인민을 학살하는 조치, 심지어 자멸적인 조치까지도 서슴지 않고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989년 수만 명의 군대와 수백 대의 장갑차가 톈안먼 광장의 평화로운 민주화 시위대를 진압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뉴욕시립대학 초우 교수는 “반면 미국 지도자들은 중국공산당과는 매우 다른 제약 조건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흔들리면 미국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정책 입안자들을 처벌할 수 있다며, 이는 일자리 감소나 인플레이션이 정치적 부담이 되기도 전에 이미 대중국 정책의 범위를 제한한다고 말했다.

한 남성이 2020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1989년 6월 5일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 군용 탱크와 맞선 유명한 ‘탱크맨’의 포스터를 들고 있다. 1989년 수만 명의 군대와 수백 대의 장갑차가 톈안먼 광장의 평화로운 민주화 시위대를 진압했다. │ Anthony/AFP via Getty Images/연합
베이징의 전략: 약속, 지연, 재협상
이념적 간극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수출상품을 팔기 위해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것이 워싱턴에 지렛대를 제공한다. 그러나 베이징은 그러한 미국의 우위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학습했다.
경제학자 웡은 베이징의 대응 전략이 “약속, 지연, 재협상”이라고 말했다. 전술적 양보를 제시하고, 이행을 지연시킨 다음,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중국 분석가 리는 중국 협상가들이 무역 협상에서 협조적으로 보이면서도 실질적이고 검증 가능한 것은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늘 전략에 따라 각본대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베이징은 일부 보복 관세를 철회하고, 희토류 수출 제한을 완화하며, 지속적인 대화를 위한 ‘협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베이징이 최근 스스로 부과한 조치들에 대한 것이며, 장기적 구속력이 없다.
리는 이러한 패턴은 베이징이 미국 대두와 기술 구매를 늘리겠다고 크게 선전했던 2018-2020년 1단계 무역협정의 약속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그는 베이징이 2026년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문제를 질질 끌면서 의회의 변화가 트럼프를 제약하기를 희망하는 한편,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공급망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욕시립대학 초우 교수는 “그러나 중국이 움직일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붕괴, 치솟는 청년 실업률, 약한 소비 지출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자석으로서의 중국의 매력을 훼손했다고 짚었다.
7월에 발표된 2025년 미∙중 비즈니스 카운슬 회원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중국에 투자할 계획인 미국 기업은 48%에 불과해 2024년 80%에서 급격히 감소했다.
초우는 “베이징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에서 더 깊은 경제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둥성 광저우에서 중국 온라인 쇼핑 대기업 테무의 택배를 처리하는 웨이장 인터내셔널 배송회사의 창고에서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2025년 8월 12일. │ Adek Berry/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에 대한 2차 관세 부과 임박
모스크바에 대한 베이징의 지원은 또 다른 갈등 요소다.
중국과 인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경제를 떠받쳐 왔으며, 많은 국가들이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나라는 러시아 석유 구매를 늘렸다.
2025년까지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화석연료 구매국이 되어 모스크바 수출 수익의 약 40%를 차지하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의 영향 대부분을 상쇄시켰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의회는 초당적 표결을 통해 트럼프에게 러시아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제재와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EU 관료들에게 중국과 인도 상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베이징은 스스로의 무기를 들고 이에 대응했다. 5-6월의 긴장된 협상 중에 중국은 미사일과 차량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필수적인 희토류 원소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미국의 양보를 강요했다.
션은 “그 압박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은 일부 관세를 완화하고 특정 칩 통제를 완화해 엔비디아와 AMD가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수수료로 지불하는 대가로 성능을 낮춘 AI 칩인 H20과 MI308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션은 이 거래가 실제로는 미국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중국 AI 개발자들을 엔비디아의 통합 컴퓨팅 장치 아키텍처 생태계에 묶어둠으로써 자국산 칩의 개발을 늦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베이징이 이 거래를 계속 유지할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분석가들은 미∙중 협상의 연장된 마감일인 11월 10일까지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긴장이 다시 폭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다.
션은 “양측이 각자의 비교우위를 무기화하고 있다. 그 패턴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차 관세 여부와 관계없이 양측은 각자의 가장 강력한 수단, 즉 워싱턴은 기술, 베이징은 희토류를 무기화하고 있으며, 이는 점점 냉전과 닮아가는 확전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4월 15일 캘리포니아 샌페드로의 로스앤젤레스 항구에서 크레인이 화물선의 화물을 하역하는 가운데 선적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중국과 인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경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의회는 최근 트럼프에게 러시아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제재와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했다. │ Patrick T. Fallon/AFP via Getty Images/연합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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