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캐나다 외교관 “중국, 녹색기술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경고

전 캐나다 외교관 마이클 코브리그는 캐나다가 넷제로(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과 녹색 기술 분야 협력을 심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카놀라(유채) 산업에서 그랬듯이 협력 확대를 지렛대로 삼아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브리그의 발언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린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연설에서 캐나다가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직후 나왔다. 카니 총리는 동시에 국가 안보와 관련될 수 있는 사안은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두고 협력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설명했다.
코브리그는 중국을 “다루기 극도로 까다로운 국가”라고 표현하며 “중국과의 협력을 분야별로 나누어 접근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권은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자국의 이익이 될 때 사안을 연계하고, 한 분야의 지렛대를 다른 분야의 양보를 얻는 데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코브리그는 9월 24일(이하 현지시간) CTV 뉴스의 바시 카펠로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글로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 쉽지 않은 국가들과도 함께 일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녹색 기술이나 기후변화를 다른 목적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중국 공산당(CCP) 체제가 모든 것을 도구화한다는 점이며 협상하기 매우 까다로운 상대”라고 덧붙였다.
현재 싱크탱크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코브리그는 2018년 화웨이 임원 멍완저우(孟晚舟)가 미국의 송환 요청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캐나다인 마이클 스페이버와 함께 10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중국에 구금됐었다.
캐니 총리는 9월 22일 미국 뉴욕 외교협회 연설에서 중국의 녹색 기술 발전과 캐나다의 탄소중립 목표를 언급하며 “기후 문제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것은 캐나다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중국과 협력했던 경험으로 볼 때 중국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성실하게 기후 문제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엔지니어들이 운영하는 나라로, 배출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공학적 해결책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이 문제를 중시하고 있으며 정책의 일부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협력할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보수당 피에르 푸알리에브 대표의 비판을 불러왔다. 푸알리에브 대표는 탄소중립 정책을 옹호해 온 캐니 총리가 “환경 기록이 불투명한 국가를 칭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9월 23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캐니의 기후 사기극이 돌아왔다”며 “그의 반(反)에너지 정책으로 캐나다의 에너지 생산이 위축되는 동안, 화력 발전소를 매주 거의 2기나 새로 짓는 베이징의 중국 공산당을 환경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고 치켜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역 의존을 통한 압박
코브리그는 중국이 무역 의존도를 지렛대로 삼아 캐나다를 압박하는 사례로 최근 카놀라 분쟁을 언급했다.
중국은 지난달 캐나다가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지 몇 주 만에 캐나다산 카놀라에 75.8%의 잠정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올해 초 중국이 카놀라 관련 제품에 부과한 추가 관세 위에 더해진 것이다. 이는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EV)에 100% 관세, 중국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 지 수개월 만에 나왔다.
중국은 캐나다 카놀라의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코브리그는 “중국은 다시 한번 (무역 의존도를) 무기화해 캐나다에 고통과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카놀라가 특히 뚜렷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하려는 것은 캐나다를 압박해 전기차,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장벽을 낮추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중국의 카놀라 관세는 서부 캐나다에 기반을 둔 산업을 겨냥한 것으로, 이는 동부 캐나다에 기반을 둔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오타와가 부과한 관세에 대응하는 조치다. 중국은 이를 통해 주와 지역 간 균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브리그는 “이는 전형적인 ‘분열하고 정복하라(divide and conquer)’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니 총리가 모든 주지사를 결집시켜 중국과의 협상에서 단합된 입장을 취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베이징이 주(州)들 간 갈등을 이용해 합의를 약화시키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이는 (공산당의) 고전적인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는 과거 외교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도 중국과 기후 협력을 추진한 바 있다. 2023년 중국의 캐나다 민주주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며 공공조사 요구가 이어지던 시기에도 당시 환경부 장관 스티븐 길보는 글로벌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 관계를 재건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
코브리그는 현 연방 정부가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중국 정권을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로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카니 총리는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부대 일정에서 최근 정부 당국자 간의 “건설적 논의” 이후 적절한 시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코브리그는 “그들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공산당에 유리하지 않으면 어떤 합의도 중국이 지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며 “(그것이) 중국 정치 문화의 근본적 특성”이라며 덧붙였다.
또한 코브리그는 중국 공산 정권의 정치 문화가 “권력, 이해관계, 지렛대, 도구화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캐나다 및 다른 국가와 체결한 여러 무역협정을 위반하거나 존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캐나다가 중국산 EV 시장 접근을 제한한 결정을 그 사례로 들었다. 이는 중국의 국가보조금 등 비시장적 관행에 따른 조치였다.
EV 관세 철폐, 캐나다에 ‘위험’
코브리그는 또한 카놀라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캐나다가 EV 관세를 철폐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럴 경우 캐나다의 자동차 산업 공급망과 기술·산업 기반 전체가 완전히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코브리그는 “캐나다가 공급망에서 중국산 EV에 의존하게 되면 이는 중국이 캐나다 정책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또 다른 급소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캐나다가 중국 카놀라 시장 접근권을 다시 확보하더라도 공급망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나라가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 결과 해당 (농업) 부문이 사실상 캐나다 내 중국을 위한 이해집단이 되어 정부에 반복적으로 로비를 하면서 양국 관계를 강화·보호하고, 중국이 원하지 않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도록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브리그는 “이런 방식으로 행동하면 주권을 포기하고 중국에 지나치게 많은 지렛대를 내주는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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