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 온라인 검열 ‘만리방화벽’ 기밀 대규모 유출

최근 중국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GFW)’ 관련 기밀 문서가 대규모로 유출되면서, 중국의 정보 통제 전략과 국제적 야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내부 인사의 고의적 유출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으며, 체제 내부의 갈등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캐나다 《글로브 앤 메일》 등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유출은 중국 하이난의 ‘지엣지 네트웍스 유한회사(Geedge Networks Ltd.)’에서 발생했다.
유출된 자료는 10만 개가 넘는 파일, 대략 600TB(테라바이트) 분량에 달하며, 이 중 약 500TB는 개발자가 직접 작성한 프로그램 설계도(소스코드)였다.
이 설계도와 내부 문서들을 통해 중국의 인터넷 감시·검열 기술이 최소 5개국에 수출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 나라들은 미얀마,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그리고 코드명 ‘A24’로 불리는 국가다.
문서 내용에 따르면, 이 기술은 단순히 차단만 하는 수준이 아니다.
– 웹사이트나 앱 접속 제한
– 실시간 네트워크 트래픽 감시
– 특정 지역 또는 시간대만 접속 차단
– 사용자 신원 추적
– VPN(우회 접속) 차단 등 매우 폭넓은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중국 내부에서도 신장, 장쑤, 푸젠 등 일부 지방정부들이 중앙정부와 협력해 ‘지역형 미니 방화벽’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해 왔다는 사실도 문서에서 확인됐다.
검열 시스템의 실제 작동 방식까지 드러나
공개된 문서를 보면, 이번 유출은 단순한 회사 내부 자료가 아니라 중국 방화벽 시스템의 설계도와 운영 매뉴얼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중국이 인터넷을 어떻게 감시하고 차단하는지 ‘사용 설명서’가 통째로 새어나간 셈이다.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티안고우 시큐어 게이트웨이(TSG)’라는 이름의 장비와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흐름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우회 접속(VPN)을 막는 기능을 실행한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차단을 넘어서, 어떤 사람이 어디에서 어떤 사이트를 접속하는지까지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해외 사례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미얀마에서는 20곳이 넘는 데이터센터에 이 장비가 설치돼 전국 단위로 인터넷을 감시한 흔적이 발견됐다.
파키스탄에서는 이동통신 네트워크까지 연결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인터넷 활동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
결국 이번 유출은 중국이 국내용 검열 시스템을 해외 독재정권에 그대로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기술적 세부사항이 아니라, 그 시스템이 실제로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필요하면 차단하는 데 쓰인다는 점이 핵심이다.
코드명 A24는 아프가니스탄 가능성?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선 유출 문서 속 ‘코드명 A24’ 국가가 아프가니스탄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탈레반 재집권 후 여성 억압, 정보통제 강화 등이 알려져 있고, 이런 독재적 정권에 중국이 기술 지원을 했다는 주장이 이번 문서 유출로 뒷받침되는 정황이 많다는 것이다.
다만, 문서상에서 ‘A24’가 정확히 어느 국가인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고, 아프가니스탄 외 다른 국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패와 권위주의의 수출…중국 내부 변화
미국에 있는 중국 평론가 천포쿵(陳破空)이 제시하는 주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중국의 내정 불간섭 주장과의 괴리
– 공식적으로는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검열 및 감시 기술을 통해 정치 시스템 통제에 관여함이 드러남.
▲독재와 부패의 글로벌 확대
–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등이 기술 수출과 맞물려 채무, 현지 공무원 부패, 정보 통제 수단으로 작용.
▲신장 모델의 확산
– 위구르, 신장 지역에서 시행된 생체 데이터 수집, 대규모 감시, 억압적 정책 등이 이제 본토 외 지역 및 해외로 모델링됨.
▲중국 내부의 변화와 갈등
– 이번 유출 사건 자체가 내부 불만 혹은 권력 투쟁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많고, 중앙과 지방 간 권한 배분 문제, 기술 통제와 통치 스타일에 대한 내부 의견차가 표출되고 있다는 견해가 있음.
다가오는 파장과 대응 과제
여러 인권 단체와 언론 매체가 이번 유출을 ‘디지털 권위주의의 수출’로 규정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민주주의 국가들은 인터넷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대응을 강화하려 하고 있으며, VPN 우회 기술과 익명성 보호 기술 개발을 촉진 중이다.
유럽 및 미국 의회, 법원 등에서는 기술 수출 규제(특히 감시 기술 및 검열 기술의 해외 판매)를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번 유출은 단순히 기술 유출 사건을 넘어, 다음과 같은 여러 함의를 가진다.
중국의 체제는 검열·감시 기술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 유지뿐 아니라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과 국제기구는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보호, 기술 윤리 등의 기준을 재정비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투명성과 감시 기술의 해외 판매 통제, 사용자 권리 보호, 해킹 유출뿐 아니라 내부 고발자 보호 등 내부 리스크 관리도 중요한 전략 요소로 부상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지정학·경제적 연계가 깊은 만큼, 기술 수출·수입 경로, 개인정보 보호 법제, 인터넷 자유 보장 제도의 강화 여부가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에포크타임스에서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 현장을 깊이 경험했고,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