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논평] Z세대 분노에 무너진 네팔 공산당 정부

2025년 09월 11일 오후 5:40
2025년 9월 9일, 시위대가 네팔 정부의 주요 행정 건물인 카트만두의 싱하 두르바르(Singha Durbar) 밖에 모여있다. | Prabin Ranabhat/AFP via Getty Images/연합2025년 9월 9일, 시위대가 네팔 정부의 주요 행정 건물인 카트만두의 싱하 두르바르(Singha Durbar) 밖에 모여있다. | Prabin Ranabhat/AFP via Getty Images/연합

9월 9일, 중국공산당의 ‘9·3 열병식’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카드가 프라사드 오리(K.P. Oli) 네팔 공산당 의장 겸 총리가 거센 민중 시위 속에 사임을 발표했다. 현재 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리는 1952년생으로 1969년 네팔 공산당에 입당했으며, 2014년 7월 ‘통합마르크스레닌당(UML)’ 의장에 선출됐다. 2018년 5월 UML과 마오주의센터가 합당해 출범한 네팔 공산당에서는 공동 의장을 맡았다.

그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네 차례 총리를 역임했다. 오리의 사임 직후 내무장관, 농업·축산개발부 장관, 수자원부 장관 등 주요 내각 인사들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도 일간지 ‘투데이 인디아’는 비댜 데비 반다리 대통령 역시 사임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카바르허브’는 반다리 대통령이 네팔군 헬기 호위를 받아 수도 카트만두 인근 시바푸리 지역으로 안전하게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네팔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에 이어 최근 3년간 민중 시위로 정권이 무너진 세 번째 남아시아 국가가 됐다.

1. 사소한 정책에서 촉발된 사태

이번 정국 붕괴의 직접적 계기는 외교나 안보 현안이 아닌 정부의 특정 정책이었다.

네팔 정부는 9월 4일 규정 위반을 이유로 X(구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26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차단했다. 약 1700만 명이 SNS를 사용하는 네팔에서 이 조치는 청년층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9월 8일 카트만두에서 시작된 학생 시위는 포카라, 부트왈, 비르간지, 자낙푸르, 이타하리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SNS 차단 철회와 부패 척결을 강력히 요구했다.

2. 폭력적 진압

AFP 통신에 따르면 경찰은 의회 건물 접근을 막기 위해 최루탄과 물대포, 곤봉, 심지어 실탄까지 사용했다. 20세 대학생 이만 마가르는 평화적 시위에 참여했다가 총상을 입었다고 증언했다.

‘카트만두 포스트’는 보건·인구부 발표를 인용해 이번 시위로 30명이 사망하고 1033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3. 분노한 Z세대

시위의 중심에는 ‘Z세대’라 불리는 1997~2012년생 젊은 층이 있었다. 이들은 “청년은 부패에 반대한다”, “지도자들은 궁전을 짓지만 청년은 집세도 감당 못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특히 ‘네포 베이비(Nepo Baby)’, ‘네포 키즈(Nepo Kids)’라는 문구가 널리 퍼졌다. 이는 세습 특권층을 비판하는 말로, 최근 일부 정치인 자녀들의 사치스러운 생활 영상이 퍼지며 분노가 폭발했다.

19세 대학생 비누는 B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네팔의 부패가 끝나는 것을 보고 싶다”며 정치인들의 책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4. 경제난과 실업

네팔은 2020년 팬데믹으로 관광업이 붕괴한 이후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NS 차단이 도화선이 됐지만 그 배경에는 누적된 불만이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층은 일자리 부족으로 해외 노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송금이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현실에 분노했다. 반면 정치인들은 명품과 해외여행, 고급차량으로 호화 생활을 누리며 민심을 더욱 자극했다.

네팔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43%가 15~40세이며, 세계은행은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20%에 달한다고 밝혔다.

5. 폭발한 분노의 결과

총리 관저, 싱하 두르바르(Singha Durbar·정부 청사), 대통령궁, 의회 건물, 칸티푸르 TV 본사 등 주요 시설이 불에 탔다. 일부 고위 관리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도주했으며, 도주하지 못한 관료들은 시위대에 붙잡혀 폭행당했다.

비슈누 파우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시위대에 쫓겨 강물 속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고, 자랄 나트 카날 전 총리의 자택은 불타 그의 아내 라자 락스미 치트라카르가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

결론

겉으로는 돌발 사건 같지만 이번 사태는 필연이었다. 중국 공산당을 추종해온 네팔 공산당 정권은 권력층의 이익만 추구하며 민생을 외면해왔다.

그 결과 부패, 양극화, 청년 실업, 서민층의 절망이 쌓이다 결국 소셜미디어 차단이라는 작은 불씨에 거대한 폭풍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