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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미국, 대중 압박 전략 재정비…대만·남중국해 중심으로 새 NSS 공개

2025년 12월 08일 오후 10: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새 국가안보전략(NSS) 문서 표지. 이번 전략은 대만·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대중 압박 구도를 전면 재정비했다. | 에포크타임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새 국가안보전략(NSS) 문서 표지. 이번 전략은 대만·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대중 압박 구도를 전면 재정비했다. | 에포크타임스

미국이 트럼프 2기 들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주도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면서 지난 30여 년간 유지돼 온 대중 전략을 사실상 전면 수정했다.

트럼프 1기에서는 NSS가 발표되지 않았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에 최종안을 공개한 뒤 약 3년 만에 나온 이번 전략 문서는 미국의 외교·안보·경제 정책 전반을 다시 정렬하는 ‘전략의 최상위 설계도’로 자리매김했다.

향후 행정부 정책은 물론 의회 예산, 미군 전력 재편, 동맹 구조, 공급망 정책까지 NSS가 핵심 지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전략 축이 공식적으로 재정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전략은 중국의 군사·경제적 팽창을 기존 관여 방식으로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문건은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저소득국 시장과 세계 공급망을 장악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온 과정을 짚으며 “미국의 경제·안보 기반이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서가 강조하는 핵심은 중국 견제를 군사·경제·기술·이민·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체계화하겠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 전략의 중심 축을 대만과 남중국해,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에 두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단순한 조정 단계를 넘어 근본적 방향 전환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대만, 미국 전략의 중심 변수로 부상

이번 NSS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부분은 대만의 위상이다. 미국은 대만을 지역 현안이 아닌, 국가전략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규정했다. 문서는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단순한 군사 분쟁이 아니라 세계 반도체 공급망 붕괴, 동아시아 안보 균열, 미·중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산업적·지정학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세계 반도체 생산의 중심이라는 산업적 지위와 함께, 제2도련선(서태평양 방어선)과 연결돼 동북아와 동남아를 분리하는 해상 관문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NSS는 대만해협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미국은 제1도련선(미·중 해양 최전선) 어디에서 생기는 침략 시도라도 저지할 수 있는 전력 구조를 갖추기 위해 미군 태세를 재편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미국 전략의 중심축에 대만을 사실상 고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남중국해 역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물류 동맥’으로 규정됐다. 미국은 이 지역이 적대 세력에 의해 통제될 경우 봉쇄, 통행료 부과 등으로 글로벌 경제 흐름이 좌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항행의 자유 작전과 연합 해상훈련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동맹국 역할 확대…‘인도·태평양 전략’ 완성

대만 전략 강화는 필연적으로 동맹국 역할 확대 요구로 이어진다. NSS는 한국·일본·호주 등 핵심 동맹을 ‘인도·태평양 억지체계’의 주축으로 명시하고, 방위비 증액, 기지 접근성 확대, 연합 해양작전 강화 등을 구체적 행동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 단독 억지 구조에서 집단 억지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인도·태평양을 전략 2순위 지역으로 격상한 것은 미국이 군사·외교 자원을 본격적으로 이 지역에 집중시키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전략적 상호성’ 원칙 역시 동맹국에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부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30년 대중 포용 노선 공식 폐기

NSS는 지난 30년간 유지된 대중 포용 노선이 실패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중국이 시장 개방, 투자 유치, 세계 공급망 편입을 통해 얻은 이익을 국제 규범 준수로 보답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공격적·공세적 행동으로 전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2017년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이 생산기지를 저소득국으로 이전하며 우회 수출을 급격히 늘린 구조는 미국에 심각한 부담이 됐다. 2020~2024년 저소득국 경유 대미 수출은 두 배로 증가했고, 이 경로를 통한 재수출 규모는 중국의 직접 대미 수출의 네 배에 달했다.

이에 NSS는 지식재산권 보호, 불법 보조금 규제, 희토류·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 대응을 제시했다. 미국은 동맹국에도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시정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경쟁이 기술·무역을 넘어 국가 운영 체계와 제도, 안보 전반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도 함께 제시됐다. 미·중 대결이 단기적 분쟁이 아니라 장기 구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미·중 관계, 전면적 대결 국면으로

이번 NSS는 미·중 경쟁이 더 이상 제한적 전략 경쟁 단계에 머물지 않고 전면적인 대결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확인했다. 미국은 군사, 기술, 공급망, 에너지, 금융, 외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장기적으로 견제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교역 자체를 완전히 끊는 극단적 조치는 피하면서,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억제하는 선에서 제한적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선택적 차단 모델’을 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방식이 시행될 경우 미국의 전략적 체력이 3년 안에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 우선’ 전략의 지리정치적 재배치

NSS는 ‘미국 우선(America First)’ 기조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으로 재구성했다. 미국은 더 이상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영구적 책무’를 떠안지 않겠다며 불법 이민 차단, 제조 기반 강화, 미주 지역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미주 지역은 전략 1순위 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이는 먼로주의를 트럼프식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미국은 경쟁 세력의 미주 진입을 차단하고, 중요도가 낮아진 지역의 미군 전력을 카리브해·중남미로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럽에는 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유럽은 문명적 소멸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은 군사 중심 정책에서 투자·파트너십 전략으로 이동하고, 아프리카는 기존 원조 중심 접근을 에너지·광물 협력 중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문건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부분에서도 결국 전략의 목적지가 중국이라는 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 선택의 폭 좁아지는 전략 환경

이번 NSS에서 한국은 일본·호주와 함께 인도·태평양 억지체계의 핵심축으로 규정됐다. 이는 한국이 한반도 방위를 넘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안정과도 구조적으로 연결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미군 역내 전력 재배치, 병력 순환, 기지 접근성 확대, 해양 감시 협력 등 더 큰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방위비 분담 협상 역시 재점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책임 확대’ 원칙이 적용될 경우 한국은 명시적이고 정량화된 부담 항목을 제시받을 수 있다.

공급망 측면의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 구조를 차단하기 위해 동맹국 생산 거점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반도체·배터리 기업에 중국 의존도 축소와 미국·동남아 대체 생산지 확대를 요구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NSS 발표는 한국의 전략적 선택 폭을 과거보다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미국 전략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대만해협 불안정, 공급망 재편, 동맹 비용 증가가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에서 한국 정부는 외교 조정 능력, 전략 설계, 기업 경쟁력 유지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국면에 놓이게 됐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