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를 ‘전쟁부’로 환원…트럼프 200호 행정명령

트럼프 “미국, 정치적 올바름·워크 추구하다가 약해져”
“국방부는 방어적…현 세계 상황에 ‘전쟁부’가 더 적합”
헤그세스 국방장관 “방어만 하지 않을 것…필요시 공격”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228일 만인 지난 5일(현지 시각) 제200호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를 과거 명칭인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되돌렸다.
그는 미국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지나치게 얽매이느라 전투력 강화에 소홀했다며, 이번 조치가 군사적 우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틀 전인 3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이 베이징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하며 러시아, 북한과의 군사 동맹을 강화한 것과 맞물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미국은 승리해 온 나라…다시 이기기 위해 바꾼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지금 세계가 어떤 상황인지 고려하면 전쟁부가 훨씬 더 적합한 명칭이라고 생각한다”고 국방부의 명칭 변경 취지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그사이에 있었던 모든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그 이후에 발생한) 모든 전쟁에서 이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 혹은 ‘워크(Woke)’가 되기를 선택하면서, 끝나지 않는 싸움만 하게 됐다”며 “이것(명칭 변경)은 진짜로 이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2차 대전까지는 강력한 전투력에 힘입어 승리했지만, 그 이후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면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테러 조직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군이 승리보다 이념에 빠진 군대가 되면서 소모전만 하게 됐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더 뚜렷이 나타난다.
그는 “국방부라는 이름은 너무 방어적”이라며 “우리는 방어적이길 원하지만, 필요하다면 공격적이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닌 공격 능력과 전쟁 억지력을 정당하게 반영하려면 전쟁부라는 이름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날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우리는 방어만 하지 않고 공세에 나설 것”이라며 전쟁부의 명칭에 담긴 뜻을 강조했다.
“명칭 변경은 비용만 많이 들고 불필요한 일”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헤그세스 장관은 “그저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다. 전사로서의 정신에 관련된 문제”라며 “우리는 수호자뿐만 아니라 전사를 육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단순한 명칭 변경 아냐…마음가짐 달린 문제”
이번 행정명령에서는 국방부가 ‘전쟁부’, ‘전쟁부 장관’, ‘전쟁부 부장관’ 같은 보조 명칭을 공식 문서와 행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부처 명칭을 완전히 바꾸려면 의회의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백악관은 국방부 장관에게 영구적 개명을 위한 법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방안에 찬성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제출한 ‘국방부 개명 법안’이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국방부는 1789년 의회에 의해 ‘전쟁부’로 설립돼 160년간 미국의 군사 정책을 주도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종전(1945년) 4년 후인 1949년 육·해군 통합 과정에서 국방부로 변경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핵전쟁 위기 상황에서 전쟁 예방에 집중한다”는 의미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행정명령에 앞서 연설에서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언급하며, 달라진 시대 상황에 맞춰 승리하는 군대를 위한 명칭 변경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이미지가 그간 테러범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국가였다면, 이제는 필요시 선제 공격을 가할 힘과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3일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과 연계된 마약 운송 선박을 폭격해 11명을 제거하며 수세에서 공세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일부 평론가들은 같은 날 베이징 열병식에 모인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 북한, 이란을 향해 우회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도 분석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펜타닐 등 미국을 괴롭히는 신종 마약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중남미 카르텔에 공급하는 배후로 지목된다.
이념 좇느라 다른 가치 훼손…트럼프가 비판한 ‘워크’
‘워크’는 원래 인종차별이나 사회적 불의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는 정치적 올바름과 결합하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만이 가장 옳다고 여기며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는 형태로 변질됐다. 그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선적 행태가 비판을 받는다.
이 이념이 군대, 경찰 등 안보나 치안 관련 분야에 들어가면 기관의 원래 설립 취지를 저해하는 형태로 작용한다. 기관 내부 성·인종 평등 달성을 범죄 예방이나 검거율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식이다.
집권 1기부터 군대 내 워크 이념 확산을 경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이후 이른바 ‘워크 장성들’을 비판해 왔다. 워크 장성들은 평화를 위한 전쟁 대비보다 군 내부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에만 몰두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워크 이념은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산주의의 한 변종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중국 공산당은 “서구 가치보다 우월한 사회주의 중국식 가치” 등 자신들의 도덕적이고 숭고한 이념을 지녔다고 선전한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인권을 철저하게 탄압하는 이중성을 지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국민을 불법 구금한 국가들에 대해 제재하는 별도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현재 미 국무부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러시아, 북한 등 21개국을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하고 있으며, 작년 한 해에만 17개국에서 54명의 미국인이 억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억류 피해자 가족들의 지지를 받으며 “명확한 경고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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