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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무역·안보 협력 강화…트럼프 “올해 안 김정은 만날 수도”

2025년 08월 26일 오전 11:51
2025년 8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2025년 8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25일 백악관에서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을 맞아 무역·투자·방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세계 평화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 내 ‘트럼프타워’ 건설 검토, 골프 회동까지 기대한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를 더 좋게 만들겠다”고 답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또 한 번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쳤다. “올해 안에 만나고 싶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세 차례 김 위원장을 만났고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무역 갈등 완화 의지를 밝히며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과 제조업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강조했다.

이번 방미는 지난 6월 조기 대선으로 당선된 이후 처음이다. 조기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정치 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북한 공산 세력으로부터의 위협”과 “친북 반국가 세력의 헌정질서 훼손”을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으나, 이는 곧바로 탄핵 사유가 돼 올해 4월 파면됐다. 뒤이어 실시된 6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후보가 승리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백악관 회담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숙청이나 혁명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 오늘 새 대통령을 만난다”는 글을 올려 두 정상 간의 관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도중 최근 한국 내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을 들었다고 언급했으나, 그러나 곧 “오해일 것”이라며 “교회를 압수수색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우리가 얘기해 보겠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무역협정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체결된 한미 무역협정 재협상 움직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그들이 협정을 다시 협상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괜찮다, 개의치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무언가를 얻는 건 아니지만, 나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기존 협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협정은 이미 체결됐다. 한국 측이 일부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지켰다”며 “그들은 합의한 협정을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30일 미국과 한국은 고율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무역협정에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라 한국은 자국 제품의 대미 수출에 15%의 관세를 수용하고, 미국산 제품은 무관세로 한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 트럭, 농산물 수입을 포함하여 시장이 완전히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협정에 따라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하는 미국 내 자산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00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와 에너지 제품을 미국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여섯 번째 교역 상대국으로, 2024년 미국의 대(對)한국 상품 무역적자는 6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29% 증가했다. 양국이 무역·투자 기본 틀에 합의했지만 세부사항은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회담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무역 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한국 정부가 한미 관세 협정의 일환으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의 1500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제안했다.

구윤철 한국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기자회견에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한국의 조선 기술을 활용해 미국 조선 산업을 재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국의 조선 대기업들은 관세 협상 이전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었다. 한화는 2024년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미 해군 정비·수리·운영 계약 3건을 따냈으며, HD현대는 올해 4월 미국 헌팅턴 잉갈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조선 생산력 확대 협력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조선업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은 배를 아주 잘 만든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는 하루에 한 척씩 배를 건조했지만 지금은 거의 배를 만들지 않고 있다. 이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한국으로부터 배를 사들이는 동시에, 한국 기업이 미국인과 함께 미국 내에서 직접 배를 건조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전략연구소(CSIS) 한국파트 책임자인 빅터 차는 “조선 협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라며 “한국 측은 이 문제를 놓고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왔고, 자체적으로 브랜드화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계획의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오는 8월 26일 필라델피아를 방문해 한화 필리 조선소를 시찰할 예정이다.

한미 안보동맹

한미 정상 회담의 또 다른 핵심 의제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한미 안보동맹 현대화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은 군사 장비를 많이 사들이고 있다. 그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미군 2만 85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미군이 단순히 북한 억지 역할을 넘어, 대만 침공 등 잠재적 공산 진영의 군사 행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주한미군 감축 계획 여부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답을 피했지만, 대신 “대규모 미군 기지가 있는 땅의 임대 사용을 지양하고,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베이징이 미국에 대한 자석 공급을 늘리지 않을 경우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4월 미국의 대중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희토류와 자석 수출을 제한했으며, 제한은 해제됐지만 이전 수준의 물량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도 쓸 카드가 있지만, 우리에겐 훨씬 더 강력한 카드가 있다. 하지만 그 카드를 쓰고 싶지는 않다”며 “그 카드를 쓰면 중국은 파괴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