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폭풍우 휘몰아치는 중난하이…세 갈래 올가미에 옥죄인 시진핑

외교·금융·가문을 겨냥한 삼중 압박, 한 시대의 종언 신호인가
베이징은 8월 들어 댐 붕괴 참사에 이어 기록적 재난까지 겹치며 민생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정가의 공기는 이보다 훨씬 더 무겁고 음울하다. 중난하이 권력 핵심부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거대한 암류(暗流)가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세 인물, 세 영역에서 연이어 터져 나온 사건들이 절묘하게 맞물리며, 마치 시진핑 주석의 권력을 정조준한 치밀한 정치 공작처럼 보이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시점 또한 묘하다. 권력 원로와 현직 지도부가 은밀히 모여 정국 향방을 가늠하는 베이다이허 회의를 겨냥한 시기였다.
먼저 중국 외교가의 중진이자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류젠차오(劉建超)가 돌연 당국에 불려 갔다. 흔히 ‘차 한잔을 마시고 온다’라는 표현으로 포장되는 사실상의 강제 조사였다.
이어 미국 웰스파고 은행의 중국계 임원 마오선위에(毛辰月)는 중국 귀국 직후 곧바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그리고 호주 시드니에서는 티파니 블루 색상의 롤스로이스가 교통사고를 내 화제가 되었는데, 운전자는 23세 여성 양란란(楊蘭蘭)이었다. 정체가 모호한 이 여성은 사실 중난하이 최고 권력 가문의 자녀와 연결된 인물이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대중(對中) 관세 유예를 발표하면서, 혹시 이 모든 사건이 권력·재정·명성을 동시에 겨냥한 ‘삼중 압박 작전’의 퍼즐 조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중국 정가를 휘감고 있다.
무너지는 경제와 끊긴 자금줄
이번 권력 격랑의 뿌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중국이 직면한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몇 달 사이 섬유·건설·가구 업계에서 이름난 기업인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단순한 경영난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자산 이전 통로가 차단되고 역외 계좌와 신탁 자금까지 당국의 추적과 환수 대상이 되자, 숨통이 막힌 재계 인사들이 절망 끝에 택한 극단적 선택이었다.
부동산 산업, 이 정권의 ‘젖줄’은 이미 말라붙었다. 당국은 언제나 그랬듯 구시대적 방식인 ‘지주 때리기’로 재정을 메우려 하고 있다. 이제는 부패 관리뿐 아니라 해외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 기업가들까지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악순환을 낳는다. 부동산 자금줄이 끊기면 공급망 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하고, 대기업 오너들은 자산 도피를 시도하며, 중앙은 다시 국경 간 금융 채널을 봉쇄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류젠차오와 마오선위에 사건이 차례로 불거진 것이다.
외교와 금융의 ‘이중 봉쇄’
류젠차오는 시진핑 체제에서 ‘노련한 외교 베테랑’이자 동시에 ‘총애받는 신참’으로 불렸다. 외교부·중앙기율검사위원회·대외연락부·외사판공실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특히 해외 도피 부패 관리들을 추적·송환하는 ‘여우사냥 작전’을 총괄하며 막강한 국제 네트워크를 쥐고 있었다.
이 인맥은 권력투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고, 동시에 권력층이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비밀 통로로도 기능했다.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낙마한 이후 차기 외교부장 1순위로 거론되던 그가 7월 말 아프리카 순방 직후 돌연 자취를 감춘 것은 체제 내부에 큰 충격을 안겼다.
마오선위에는 금융 부문의 안전판이었다. 웰스파고에서 국제 팩토링(채권 매입) 부문을 총괄했고 국제팩토링협회 부회장까지 지내며 글로벌 금융계에서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7월 중순 귀국 직후 출국 금지를 당했다. 중국 외교부는 그가 ‘형사사건에 연루됐다’는 짧은 설명만 내놓았다.
시간 순서로 보면, 먼저 7월 중순 마오선위에 사건이 발생했고, 이어 7월 말 류젠차오가 실종됐다. 금융 네트워크의 고리를 쥔 마오가 상층부 자금 이동 내역을 알고 있었고, 이를 보호·관리할 위치에 있던 류까지 휘말린 정황이다. 결국 두 사건은 별개가 아니라 해외 자산 도피 통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이중 봉쇄’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문의 흑역사’를 노린 여론전
권력과 자금줄이 동시에 옥죄이는 가운데, 세 번째 타격은 시진핑 개인과 가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발생한 롤스로이스 교통사고가 불씨였다.
14억 원 가격의 티파니 블루 색상의 차량을 몰던 이는 23세 여성 양란란. SNS 기록도, 사업 활동도 전무한 젊은 여성이 어떻게 초호화 차량을 소유하고 특권적 대우를 받으며 신속히 보석 석방될 수 있었을까. 의문은 곧 의혹으로 번졌다. 그녀가 사실 중난하이 최고 권력층의 자녀, 곧 시진핑 일가의 ‘제2의 공주’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소문이 당국의 방화벽에 의해 전혀 차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관영·준관영 매체들이 잇달아 이를 보도하며 여론을 확산시켰다. 민생은 벼랑 끝에서 고통받고 있는데, 최고 권력층은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누린다는 대비는 민심을 폭발 직전으로 몰아갔다. 이는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여론전이라는 정황으로 비쳤다.
‘삼중 압박 작전’의 실체
외교(류젠차오), 금융(마오선위에), 가문(양란란). 이 세 축을 동시에 겨냥한 연쇄적 사건은 반(反)시진핑 진영이 합동으로 기획한 공세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권력의 핵심 동력을 차단하고, 자금줄을 봉쇄하며, 동시에 민심을 흔들어 시진핑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수를 던졌다. 그는 11월 10일까지 3개월간 대중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물러섬이 아니라 계산된 관망이었다. 중국공산당이 10월 4중전회를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는 권력투쟁의 결말을 지켜본 뒤 시진핑 이후 새 지도부와 협상할 여지를 남겼다. 궁지에 몰린 시진핑을 당장 벼랑으로 내모는 대신 내부 붕괴를 기다리는 편이 더 현명하다는 계산이었다.
이처럼 겉으로 흩어져 보였던 사건들은 실상 정교하게 맞물린 퍼즐이었다. 재정, 권력, 여론이라는 세 축이 삼위일체로 작동하며 상대를 탈진시킨 것이다. 돈줄은 조사실로 불려 가고, 충성심은 협상의 카드로 전락하며, 민심의 바람은 더 이상 통제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베이다이허 회의 직후 시진핑이 최고위층 전문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8월 15일, 상하이에 거주하는 미국 SNS 스타 후리런(胡力任)은 채널 ‘리얼 차이나(Real China)’를 통해 상하이 최고 의료 전문가 3명이 8월 14일 늦은 저녁 시진핑 진료를 위해 베이징 301병원으로 긴급 소환되었다고 전했다.
이것은 단순한 시진핑 개인의 위기가 아니라,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의 시작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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