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논평] 중국의 제재와 한국 방산 기업의 ‘반격’

2025년 10월 18일 오전 6:19
2025년 8월 26일, ‘메인주 훈련함(TS State of Maine)’이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에 정박하고 있다. | Matthew Hatcher /AFP via Getty Images/연합2025년 8월 26일, ‘메인주 훈련함(TS State of Maine)’이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에 정박하고 있다. | Matthew Hatcher /AFP via Getty Images/연합

10월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중국과 연관된 선박들에 대해 항만 이용료(port fee)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불공정한 정책과 관행을 통해 세계 해운산업을 사실상 장악해 온 구조에 대응하고, 동시에 자국 조선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같은 날 중국은 즉각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발표했으며,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중국이 한국의 방산 대기업인 한화그룹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제재 발표가 나온 바로 그날,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025 미 육군협회 연례회의 및 방산박람회(AUSA 2025)’ 현장에서 미 군사 전문 매체 네이벌 뉴스(Naval News)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화가 개발 중인 대함탄도미사일(CTM-ASBM) 체계를 필리핀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고객들의 대함(對艦) 전력 강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를 충족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미사일은 한화의 K239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과 연동되며, 사거리는 최대 160km에 달하고, 자체 개발한 유도체계(시커)를 탑재해 해상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제재가 발표된 14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급락했지만, 다음 날 필리핀 수출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오션 주가는 1.8% 상승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재 발표로 한화에 대한 투자 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됐지만, 미·중 간 갈등 심화가 오히려 해군력 강화와 관련된 무기 수요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한화와 같은 방위산업체에 새로운 성장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화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배경에는 단순한 외교 보복 이상의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며, 이번 조치의 실질적 의미와 파급 효과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 제재, 허세 외교?

중국 공산당이 최근 한화그룹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한화오션 등 해외 법인들이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해사·조선·물류 분야 ‘301조 조사(Section 301 Investigation)’에 협조했다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를 “중국 산업에 대한 적대 행위”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보복성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외교적 반응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 한국 기업이 협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주최한 청문회에서 한화해운은 부사장 명의의 의견서를 제출해 “중국 등 적대적 이해관계를 가진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이 중국의 반발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언론 조선일보는 “이는 현지 사업 유지를 위한 민간기업의 불가피한 대응일 뿐”이라며, 중국의 이번 조치를 국제 무역 질서와 기업 자율성을 훼손하는 정치적 제재의 전형적 사례로 평가했다.

비교하자면, 2016년 사드(THAAD) 배치 당시 중국은 롯데그룹을 압박하고 한류 공연 및 연예인 출연을 제한하는 등 비공식적 ‘문화 보복’을 단행했지만, 공식 제재는 부인했다. 반면 이번에는 외교부와 상무부가 공동으로 한국 대기업을 직접 명시한 공식 제재 리스트를 발표해, 중국의 ‘전랑외교(戰狼外交, Wolf Warrior Diplomacy)’가 한 단계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제재의 실효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한화그룹은 여전히 중국 내에 정유공장, 석유화학시설, 태양광 패널 및 정밀기계 공장, 반도체 장비 생산라인 등 다수의 제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한화생명은 중국 내 최대 외국계 보험사 중 하나로 꼽히며, 중국 시장은 그룹 전체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는 실질적인 피해보다는 상징적 성격이 강하며, 중국이 한국의 대미 협조를 견제하려는 경고성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만약 중국이 실제로 한화를 압박하려 했다면, 중국 내 한화 계열 산업에 직접 제재를 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이미 중국을 떠나는 한국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더 큰 탈중국 흐름을 자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미 조선 협력 강화에 中 ‘교란 작전’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상호관세’ 협상은 한국 정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과의 협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 3500억 달러(약 48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약속했으며, 이 중 핵심이자 단일 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미국 조선산업 재건 프로젝트(MASGA·Make America’s Shipbuilding Great Again)’에 1500억 달러(전체의 43%)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조선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것으로,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내 조선소 설립, 숙련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공급망 재구축, 정비·보수(MRO) 인프라 확충 등을 포함한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0일 포괄적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공식 발표했으며, 8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방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MASGA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이 선언됐다.

‘MASGA 추진을 위해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3대 조선사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KOSHIPA)를 중심으로 한·미 공동 실무단(Joint Task Force)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실무단은 ‘투 트랙 전략(Dual Track Strategy)’을 채택해 ▲한·미 해군 함정의 공동 건조·정비 및 MRO(유지·보수·운용) 협력과 ▲상선 및 상용조선 분야 협력 등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력 구상이 “한·미 간 해양안보 및 조선기술 연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두 영역에서 MASGA 프로젝트는 현대화된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을 통해 미국의 조선 역량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조성된 펀드를 활용해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 내 신규 조선소 설립 또는 기존 조선소 인수에 참여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조선산업 부활’을 핵심 산업정책 과제로 설정했다. 백악관 내에 ‘조선산업 전담실(Shipbuilding Office)’을 신설하고, 조선·해운 재건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중국 해운·물류·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 및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중국 선박에 대한 항만 이용료 부과 기준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조선 주권 회복’을 선언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본토의 상선 건조 능력은 연간 5척 미만, 해운 톤수 기준으로 보면 1940~50년대 전후 세계 점유율 60%에서 2024년 기준 0.1%로 급락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 부흥의 핵심 파트너’로 지목한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2025년 1~7월 기준으로 전 세계 신규 선박 수주량은 788척(2326만 CGT)에 달했다.

이 중 중국 조선사들이 463척(1303만 CGT)으로 시장 점유율 56%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고, 한국 조선사들은 123척(524만 CGT)으로 점유율 23%로 2위를 차지했다.

사실 한국은 2010년 중국에 조선업 1위를 내준 이후 줄곧 “잃어버린 조선 패권의 회복”을 국가 전략 목표로 삼아왔다. 과거 한국이 미·일 무역분쟁을 계기로 조선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듯, 현재의 미·중 전략경쟁 또한 한국이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조선 패권을 되찾을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화와 한국 조선산업 전반을 겨냥해 ‘교란성 제재’를 단행한 것은, 한·미 간 조선 협력 강화 움직임에 대한 견제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추진 중인 조선 협력은 단순한 산업 협력에 그치지 않고, 국제 전략과 지역 안보 차원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NIDS)의 천량즈(陳亮智) 박사는 “한국은 미국의 조선 생산 능력 재건을 지원함으로써, 현재 미 해군이 중국 공산당 해군에 비해 함정 수량과 건조 속도에서 뒤처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워싱턴과 서울은 이를 계기로 군사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그 협력 범위를 방위산업과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함으로써 상호 안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 박사는 이러한 새로운 협력 구도를 ‘민주 해군(The Democratic Navy)’ 또는 ‘민주국가 해군조선연합(Joint Naval Shipbuilding of Democracies)’으로 규정하며, “이는 중국 공산당의 군사적 팽창을 억제하기 위한 자유진영의 새로운 해양 전략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 새로운 해상 협력 체제야말로 중국 공산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화, ‘MASGA 프로젝트’의 선봉에 서다

중국이 이번에 한화그룹을 제재 대상으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화는 전 세계 조선 시장에서 수주 점유율 5~8%를 꾸준히 유지하며 글로벌 ‘톱10 조선기업’으로 꼽힌다.

사업 영역은 상선(商船), 해양플랜트, 군용함정에 걸쳐 있으며, 특히 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홍콩상보’는 “한화그룹은 미국과 ‘사업적 결합 + 전략적 연계’(Business + Strategic Alignment)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를 인수하면서 미국 현지 조선소를 직접 인수한 최초의 한국 기업이 됐다.

이후 한화는 미국 해사청(MARAD)으로부터 5척의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NSMV)’ 건조 계약(총 15억 달러 규모)을 수주했으며, 첫 번째 선박인 ‘메인 주(Maine State)’호가 올해 8월 명명식을 가졌다.

한화는 이어 8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금은 2개의 대형 도크와 3개의 접안시설, 12만 평 규모(약 39만㎡)의 선체 제작 단지 건설에 사용된다.

한화는 또한 한화오션의 자동화 설비, 스마트 조선소 시스템, 안전관리 기술을 도입해 연간 건조량을 현재 1~1.5척 수준에서 20척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같은 날, 한화해운은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MR급 유조선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했다.

이는 ‘MASGA 프로젝트’ 발표 이후 나온 첫 번째 상업용 수주 건으로, 10척의 MR급 유조선은 모두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단독 건조돼 2029년 초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는 미국 조선산업 부흥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기술·자본·인력의 삼박자를 통해 한·미 조선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한화는 단순한 한국 기업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산업 재건 프로젝트(MASGA)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핵심 축이다.

한화는 미국에 자본을 투입하고, 기술을 이전하며, 대규모 선박 발주를 통해 미국 조선 생태계를 복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한화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301조 조사’에 협조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 제재의 본질은 미국 조선산업 재건에 한화가 ‘핵심 기여자’로 부상한 것에 대한 정치적 경계심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중국의 이번 제재는 경제적 압박이 아니라 ‘상징적 경고’의 성격이 강하며, 이는 민주 동맹의 조선 협력이 본격화되는 흐름을 견제하려는 중공의 ‘방해 시그널’로 풀이된다.

결론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국 선박에 항만 이용료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이번 조치가 중국 공산당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공은 원래 이 싸움을 원치 않았지만, 체면 때문에 물러서지 못했고, 결국 한국의 방산 대기업 한화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한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국방산업 핵심 기업으로, 제재 대상 지정은 한·중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은 한·미 동맹을 이간하고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펴는 동시에, 자국 경제의 불안한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한국의 협력이 필요한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제재는 실질적인 조치라기보다 상징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정세의 향배는 미·중 관계의 전개 방향과 그에 따른 한·미·중 삼각 구도의 변화, 그리고 한국 정부의 대응 전략에 달려 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