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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시진핑, 권력 향방의 갈림길…베이다이허 회의 세 가지 시나리오

2025년 08월 10일 오후 9:22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 | 로이터/연합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 | 로이터/연합

‘안정적 과도’부터 ‘급진 개혁’까지, 중공 미래의 분수령

중국 정계의 최대 비공식 정치 행사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8월 초부터 진행 중이다. 매년 여름, 원로와 현직 지도부가 비공개로 모여 국가 중대사와 인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지만, 올해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긴장감이 팽팽하다.

내몽골 자치구 법률고문실 주임을 지냈고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는 두원(杜文)은 “고위층 소식통에 의하면 8월 2일부터 시진핑 주석과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 일부 정치국 위원이 베이다이허에 집결했으며, 중난하이 핵심 부서인 중앙판공청(비서실) 인력의 3분의 1가량이 함께 이동했다”고 전했다.

올해의 핵심 의제는 단순한 인사 개편이 아니다. 2027년 제21차 당대회를 겨냥해 차기 중앙위원과 일부 정치국 위원을 선발하는 대규모 권력 재편 계획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원은 “내년부터 전국 각급 당 조직의 교체 작업이 순차적으로 시작되므로, 고위층은 지금부터 ‘자기 사람’을 요직에 심어 장기 권력 구도를 설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단 하나다. 2027년이 다가올 때 시진핑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을지, 아니면 권좌에서 물러나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지에 대해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원은 “그는 지난 10여 년간 권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며, “건강이 악화되거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난하이 내부에서는 이미 여러 권력 교체 시나리오가 오가고 있으며, 베이다이허 회의 과정에서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중 세 가지가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시나리오 1 : ‘안정적인 과도’ – 연착륙을 위한 전략

‘안정적인 과도’는 시진핑이 2027년까지 국가주석직을 유지하며 권력을 서서히 이양하는 방안이다. 이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원로 그룹과 일부 중도 관료층이 선호한다. 갑작스러운 권력 교체로 인한 혼란을 피하고 지도부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공 입장에서의 장점은 정치적 안정이다. 반부패 운동으로 적대 세력을 만든 시진핑이 갑작스럽게 퇴진하면 군부와 지방, 관료 사회에서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다. ‘안정적인 과도’는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며, 전국정협 부주석 후춘화 등 차기 지도자에게 준비 시간을 준다. 대외적으로도 무질서한 권력 투쟁이 아닌 계획적 체제 전환을 보여줄 수 있다.

이 방식은 특히 중공 군부와 보안기관이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갑작스러운 인사 교체 없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 군 내부의 충성 체계가 흔들리지 않고 무력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외교적으로는 미국, 유럽, 주변국들이 “중국이 내부 안정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어 경제 불안도 완화된다.

그러나 단점도 뚜렷하다. 시진핑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은 이미 경제·외교·사회 전반에 깊게 스며들었다. 경직된 경제 구조와 ‘전랑(戰狼) 외교’가 유지될 경우, 중국의 대외 신뢰 회복은 지연된다. 특히 민간 경제계와 개혁 성향 관료들은 “변화가 너무 늦다”며 불만을 터뜨릴 가능성이 크다. 경제 상황 악화나 외교 실패가 발생하면 ‘안정적 과도’는 오히려 불만 폭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시나리오 2 : ‘즉각 개혁’ – 급진적 변화를 통한 위기 타개

‘즉각 개혁’은 올가을 열릴 4중전회에서 시진핑을 전격 퇴진시키고, 왕양 전 전국정협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개혁 체제를 즉시 출범시키는 구상이다. 원자바오 전 총리,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개혁 성향의 원로들과 지도부가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시진핑 시대의 정책 실패를 신속히 청산하고, 시장 중심의 경제 개혁과 서방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경제 재도약을 꾀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제로 코로나’와 ‘공동 부유’ 정책이 남긴 경제 상흔을 치유하고, 외국인 투자 재유치를 핵심 목표로 한다.

개혁파는 이를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본다. 중국 경제가 더 이상 구조적 침체로 빠지기 전에 정책 전환을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 면에서도 미·중 관계의 최악 국면을 끝내고, 아시아·태평양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안정, 자본 유입, 소비 회복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 혼란은 불가피하다. 시진핑 퇴진 직후 권력 공백이 생기고, 친시진핑 세력의 강한 반발이 이어질 수 있다. 군부와 안보기관의 충성 대상이 흔들리면 내부 권력 다툼이 폭발할 위험도 있다. 개혁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커지면 정치 불안은 심화될 수 있으며, 개혁 성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으면 새 지도부의 정당성도 흔들릴 수 있다.

 시나리오 3 : ‘관리된 전환’ – 안정 속 개혁의 절충 모델

‘관리된 전환’은 시진핑이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 퇴진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후계 체제를 미리 확정한 뒤 점진적으로 개혁을 시작하는 절충안이다. 급격한 변화로 인한 충격을 줄이면서도 개혁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은 후진타오 전 주석, 원자바오 전 총리, 왕양 전 정협 주석 등 안정과 개혁을 동시에 중시하는 세력이 지지할 수 있다. 원자바오는 ‘경제·민생 투 트랙’을, 왕양은 ‘시장 개방과 대외관계 복원’을 강조해 왔다. 이들의 공감대가 절충안을 현실화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장점은 권력 이양의 예측 가능성과 개혁 준비 기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이 후계자 인선과 군부 인사를 직접 관리하면 개혁파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안전 보장을 담보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는 “중국이 계획적이고 안정적인 변화로 가고 있다”는 긍정 신호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시진핑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한 과감한 개혁이 지연될 위험이 있고, 공식 지도자와 막후 실세가 병존하는 ‘이중 권력’ 체제로 인한 정책 혼란이 우려된다. 개혁파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비판하고, 보수파는 “변화가 너무 빠르다”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공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진핑의 선택

세 시나리오는 중공 입장에서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지닌다. ‘안정적 과도’는 안정성을, ‘즉각 개혁’은 속도와 변화를, ‘관리된 전환’은 절충과 점진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어느 길이든 시진핑의 권력욕, 내부 세력 균형, 경제·외교 환경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피할 수 없다.

시진핑이 ‘안정적 과도’를 선택하면 명예로운 퇴진과 안전 보장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역사적 개혁가로 평가받기는 어렵다. ‘즉각 개혁’을 받아들이면 단기 혼란은 피할 수 없지만, 중국을 일정 기간 성장 궤도로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관리된 전환’은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려 하지만, 결국 양쪽 모두의 불만을 살 위험도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의 물밑 공방은 이미 치열하다. 원로들은 경제 위기와 국제 고립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변화를 요구하고, 친시진핑 진영은 권력 유지와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고수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제 자신의 정치 생애와 중공의 향방을 동시에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서 있다.

그의 선택은 단순한 권력 구도가 아니라, 향후 중국의 체제 성격과 국제적 위치를 규정할 것이다. 이번 여름 베이다이허에서 그려지는 권력 설계도는 중국 현대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