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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부 기자회견 휴식기…“베이다이허 회의 시작 신호”

2025년 08월 04일 오후 12:20
중국 북부 허베이성 베이다이허 리조트에서 정부 관리 전용으로 예약된 개인 해변에 중국 인민해방군 군인이 앉아서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2007.8.11 | 로이터/연합중국 북부 허베이성 베이다이허 리조트에서 정부 관리 전용으로 예약된 개인 해변에 중국 인민해방군 군인이 앉아서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2007.8.11 | 로이터/연합

중국 외교부가 여름철 정례 브리핑의 휴회를 공지하면서, 매년 7월 말∼8월 초 사이 열리는 고위급 비공식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郭嘉昆)은 1일 “2025년 여름철을 맞아 정례 기자회견을 8월 4일부터 15일까지 중단하고, 18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관례상 외교부 브리핑 휴회는 베이다이허 회의 시즌 진입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북부는 기록적인 폭우에, 남부는 전염병 확산에 시달리고 있지만,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국무원 부총리 2명이 현장에 나선 것을 제외하면,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비롯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의 행보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실제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 1일 네팔과 수교 70주년을 맞아 라만드라 바우델 대통령과 축전을 주고받은 뒤 별다른 공개 활동이 없다. 다만,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가 3일 베이다이허에서 휴가 중인 전문가들을 찾아 인사하는 장면이 관영 CCTV를 통해 보도되면서, 회의 개막설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그 대신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물난리가 난 북부 수해 현장에는 장궈칭(張國清) 국무원 부총리가 나타났다. 중국은 현재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십 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입었고, 장궈칭 부총리는 그중 피해가 가장 심했던 청더시 싱룽현 류다오허진을 방문했다.

당국은 이번 홍수로 8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지만, 현지에서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휩쓸려갔다”며 실제 사망자는 수백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해 지역에는 폭우로 여러 마을이 고립됐으며 통신망도 끊겨 피해 상황 집계와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국무원의 또 다른 부총리 류궈중(劉國中)은 치쿤쿠이나 열병이 확산 중인 남부로 향했다. 류궈중 부총리는 1일 광둥성 포산 순더 지역을 찾아 방역 실태를 점검했다. 광둥성은 7월 초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후 환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지난달 29일 기준 지역 내 확진자만 5천 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북부와 남부 지역의 재난 상황 속에서도 외교부가 약 2주간에 걸친 기자회견 휴지기를 발표하면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휴가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리린이는 “현재 중국은 대규모 홍수와 치쿤쿠니아 열병 확산이라는 겹재난에 처했지만, 중국공산당의 최대 관심사는 권력의 향방”이라며 “베이다이허 회의가 예상됐던 8월 초에 진행되는 것은 공산당 지도부가 권력 투쟁을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공산당 현직 지도부와 퇴직한 원로들이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해안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함께 보내며 현안을 논의하는 비공식 행사다. 고위층이 총출동하는 만큼 삼엄한 보안으로도 악명 높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부터 베이징에서 베이다이허로 향하는 대중교통과 도로 보안검문이 강화됐으며, 반체제 인사에 대한 대규모 체포작전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다이허 인근으로 향하던 시민들이 ‘항의 시위 가능성’ 등을 이유로 비공식 감옥에 투옥됐다는 보고도 다수 제기됐다.

리린이는 “중국공산당은 본질적으로 내부 권력 암투가 끊이지 않는 마피아형 집단”이라며 “현재 당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가 권력 구도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올해 10월 열기로 결정했다. 이는 관례상 지난해 가을 열려야 했던 회의가 1년 늦게 열리게 된 것으로 지난 2023년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의 부패혐의 낙마로 촉발된 시진핑 지도 체제의 이상 기류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지난해에는 시진핑이 직접 창설한 로켓군 수뇌부가 대거 숙청됐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군 최고지도부인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먀오화(苗華)가 낙마하면서 군 인사 변동이 최고조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중앙군사위 부주석 허웨이둥(何衛東)이 수개월째 공식석장에 나타나지 않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다.

중국 안팎에서는 이번 4중전회를 앞두고 시진핑의 거취에 관한 루머도 확산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시진핑이 총서기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직만 유지하고,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숫자를 기존 7명에서 9명으로 늘려 집단지도 체제를 강화한다는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또한 시진핑의 독주에 불만을 품은 당 원로들이 현 군사위 부주석 장유샤(張又俠)에게 ‘특별대응팀’을 이끌도록 해, 시진핑의 반격을 사전에 차단할 특단의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중문판은 지난달 30일 “해외에서 중난하이(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정치적 위기에 관한 소문이 다시 불거지면서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며 “확실한 증거는 부족하지만, 무의미한 소음은 아니다. 시진핑 체제하에서 정치 체제의 개인화와 불투명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시진핑은 집권 기간, 끊임없는 숙청으로 많은 이들의 불만을 누적시켰고, 경제도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며 “지도부 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루머 확산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