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인사이트 윈도우] 보장률 올리는데 보험료 안 올린다?…‘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 ③

2025년 07월 29일 오후 11:04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가 ‘인사이트 윈도우’ 인터뷰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가 ‘인사이트 윈도우’ 인터뷰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 방송 : 에포크 TV ‘인사이트 윈도우’
■ 일자 : 2025년 6월 7일(촬영)
■ 진행 : 추봉기 에포크타임스 한국지사 부사장
■ 대담 :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

*내용 인용 시 <에포크 TV ‘인사이트 윈도우’ 인터뷰>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추봉기 에포크타임스 한국지사 부사장(이하 추봉기) = 현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보장을 확대하면 시민의 의료보험비 또는 의료지출비용이 줄어드는 건가.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이하 이은혜) = 원칙적으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면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다. 단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 의료보장 제도가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서다. 이게 소위 ‘국룰’이다. 예를 들면 유럽의 의료보장 제도를 잘 운영하는 나라도 7, 30, 30, 90이란 법칙이 있다. 우선 7. 내가 어떤 의학적인 문제가 생길 때 일주일 내로 의사를 만난다. 30. 의사를 만나면 30일 이내에 전문의를 만날 수 있게 한다. 30. 전문의 진료를 받으면 30일 이내 어떤 치료에 들어간다. 90. 최종적으로 90일 이내에 해결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7, 30, 30, 90 법칙이다.

내 월급이 300만원이면, 300만원에 맞춰 살아야 한다. 그런 것처럼 이 건강보험 제도는 건강보험이 쓸 수 있는 재원에 맞춰, 우리가 낸 보험료와 약간의 정부 지원금으로 해서 연초에 정해진 돈이다. 그럼 이 돈을 알차게 써야 한다. 자칫 재정이 감당을 못한다. 방법은 기본적으로 의료 이용을 관리해야 한다. 꼭 필요한 곳에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것을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 이 사람에게 지금 당장 필요하다, 아니면 나중에 해도 된다 등 이런 식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보장성이 올라간다. 그리고 보장성이 오르면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다.

선택적으론 경증 이런 것은 각자 돈으로 하고 중증이 생기면 부담을 업게 해주는 것. 이것은 가능하다. 돈 많이 들어가는 것은 부담을 줄이고 중요하지 않은 병은 개인이 알아서 하는 식으로 교통정리가 되면 적은 돈으로도 알차게 쓸 수 있다. 우리는 돈은 적게 내는데 (정부는) 교통정리를 안 한다. 왜 표가 떨어지니까. 그래서 이걸 그대로 두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올리겠다고 한다. 이건 국민을 기만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추봉기 = 의료보장을 늘리는데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으면 되게 이상적인 것 아닌가. 경우에 따라선 젊은 세대에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이은혜 = 기본적으로 보장률을 올리는데 보험료는 올리지 않겠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현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건강보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면 젊은이가 노인의 의료비를 대신 내주는 제도다. 그렇게 디자인됐다. 젊고 건강하면서 일을 하는 세대가 계속 보험료를 내줘야 노인들이 건강보험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청년 세대는 줄어드는데 노인 세대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이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선 모든 세대가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만약 아무도 양보를 안 하려고 하면 결국 의료보장제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추봉기 = 국민의 의식 수준이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다음 질문으로) 지역 의료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어르신이나 취약계층이 쉽고 편하게 지역 의료에 접근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이은혜 = 우리 국민은 ‘시골 노인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낮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건 100% 오해다. 일단 우리나라는 도시와 농촌간 의사 밀도 차이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적은 나라다. 일본이 제일 적고 다음이 우리다. 그리고 시골에 있는 분들이 도시에 있는 분들보다 의료 이용을 더 많이 한다. 우리는 권역을 없앴다. 1998년 KTX를 타면 두 시간 안에 서울에 도달한다. 그래서 시골의 의료 접근성이 낮다는 건 오해다. 이건 해외 생활을 해본 분이라면 바로 아실 것이다.

두 번째. 취약계층이 의료 접근성에 문제가 있어서 의사를 못 만난다는 것도 진실이 아니다. 일단 우리 전체 인구 중 의료급여 수급자, 그러니까 병원을 가는데 본인부담금 0, 건강보험료 면제, 이런 분들이 전체 인구의 2.5%다. 3%가 안 된다. 그런데 이분들이 1년간 쓰는 의료비가 10조다. 같은 기간 우리 국민 전체 5000만명이 70조를 쓸 때 2.5%가 10조를 쓴다고 하니 얼마나 많이 쓰는 건가. 또 의료급여 수급자 한명이 연간에 쓰는 의료비는 평균 640만원이다. 반면 일반 국민 한 명이 쓰는 의료비는 1년에 140만원 정도다.

▲추봉기 = 정부는 실손보험을 제한하고 건강보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사실 건강보험 보장 수준이 낮아서 많은 국민이 실손보험으로 대체하는 상황인데 대안이 있나.

△이은혜 = 대안은 있다. 결국 돈의 문제다. 2022년쯤 통계인데 우리 국민이 내는 평균 건강보험료가 12만원이다. 그런데 실손보험이라든가 암보험, 의료와 관련된 민간 보험은 한달 평균 26만원 정도 낸다. 실손보험이 있으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올라갈 수 없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올린다고 할 때 보장성의 공식을 우리가 알 필요가 있다. 여기서 분모는 모든 의료비가 된다. 그러니까 건강보험이 내는 의료비 급여 진료비, 그리고 급여의 본인부담금, 비급여 이게 실손보험이다. 그러니 건강보험 급여 더하기 본인부담금 더하기 비급여, 이게 분모가 된다. 여기서 실손보험을 많이 이용하면 비급여가 많아진다. 분모가 커진다. 그럼 분자가 가만히 있어도 보장률은 떨어지게 된다.

애당초 실손보험 설계가 잘못됐다. 그래서 비급여만 보상을 해야지 건강보험 급여의 본인부담금을 지금 보상해 주게 돼 있다. 이런 것은 도입을 하면 안 됐다. 왜 이렇게 됐나. 결국 건강보험이 공공의료인데 관련 개념이 없던 것이다. 설계를 잘못한 것이다. 설계의 잘못은 실손보험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정부에 계속 로비를 해서 만들어진 게 필수 의료정책 패키지 4번이다. 그럼 정부는 뭘 얻나. 복지부 관료들이 보험회사로 간다. 고문으로. 이게 카르텔이 된다. 실손회사와 복지부, 특정 의대 등. 이런 비정합성이 문제다.

▲추봉기 = 첨단 의료 기술이 계속 발달하고 있다. 또 고가의 신약도 계속 확산되면서 의료비 지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기존 건강보험 적용 기준과 방식이 달라져야 될 것 같다.

△이은혜 = 제도 자체는 어느 정도 돼 있다. 제도는 있는데 제대로 안 하는 게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면 효과성이나 안전성이 제대로 입증이 안 돼도 그냥 퇴출되지 않고 비급여로 남게 된다. 점점 늘어나서 정부에서 도대체 비급여가 몇 개인지조차 파악을 못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많은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비급여가 들어올 때 비급여의 가격을 의료기관이 맘대로 측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MRI가 급여화됐으나 그전엔 병원마다 MRI 가격이 다 달랐다. 일본의 경우엔 비급여를 한정적으로 허용하고 비급여 가격을 정부가 책정했다. 비급여를 통해 영리를 추구한다든지 비급여를 과도하게 많이 늘린다든지 이게 제한이 됐다.

건강보험 제도의 의미는 단순한 의료 제도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이다. 독일에선 1883년에 건강보험이 생겼는데 체제 유지를 위해 만들었다. 마르크스가 노동자들을 선동해 사회를 뒤집자고 하니까 이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건강보험을 만들었다. 우리도 의료보험을 도입했던 이유 중 하나가 사회 체제 유지를 위해서였다. 만약 건강보험이 무너지면 가난한 사람 순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어차피 부자들은 비행기 타고 가서 치료받으면 된다. 가까운 일본도 있고 그렇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적게 돈을 냈으나 이만큼 따라왔으니 전열을 가다듬어 새 출발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안타깝다.

▲추봉기 = 건강보험 제도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씀을 하셨다. 가장 시급하게 개션할 부분이 있다면.

△이은혜 =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 이용 행태를 바꾸는 것이다. 의사가 몇 명이냐, 의료기관이 내 집 앞에 있냐 등은 국민의 건강 수준을 결정하는데 1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습관이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이 생활 습관을 장착하고 교육하고 홍보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의료 필요도를 줄인 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비용 부담 없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럼 의료비 증가 속도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고 청년 세대가 부담할 의료비 부담도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저는 우리 국민의 장점 중 하나가 지력이라고 생각한다. 열정이 있고 열의가 있는 나라다. 유조선이 침몰됐다고 온 국민이 그곳을 가서 기름을 닦고 하는, 이런 나라가 없다. 이것은 굉장히 유니크한 우리 국민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지도자가 있고 방향을 잘 설정하면 이런 문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