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질임금 증가율, 코로나 이후 최저” 골드만삭스

정규직 일자리 줄고, 자영업·단기알바 늘어… “소비심리 회복 멀었다”
중국의 실질임금 증가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 둔화와 고용 불안에 이어 임금까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내수 회복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일(현지시각) 중국의 2분기 실질임금이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으며 이는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초 중국이 극단적 봉쇄 정책을 해제한 이후 경기 반등세가 뚜렷하게 둔화했다”며 “이번 임금 지표는 내수 소비를 끌어올릴 여력이 더 약해졌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몇 달간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 주요 소비재에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소매 판매 증가를 유도했지만, 일자리 시장의 침체와 임금 정체가 소비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전기차와 택배업계 등 주요 산업군에서는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 구조조정과 감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이 발표한 2024년 민간기업 평균 연봉 증가율도 1.7%에 그쳐, 임금 정체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골드만삭스의 발표는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와는 별도의 방식으로 집계된 것이다. 기존 임금 추적 방식을 개편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고용지표와 실업급여 지급 자료 등 새로운 변수를 반영했다.
이전에는 중국 최대 구인구직 플랫폼의 데이터와 인민은행의 가계소득 조사 등을 활용했지만, 이들 자료는 최근 중단되거나 발표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공식 고용통계는 종종 정치적 수치를 고려해 조정되며, 독립적인 통계 제공자가 줄어들고 있어 외부에서 중국 노동시장과 소비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수 경제학자들이 공식 통계 대신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대체 지표를 통해 고용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이들 지표는 중국의 공식 실업률과 큰 차이를 보여왔다”고 전했다.
중국의 제조업 PMI 지수는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지만, 중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 실업률은 안정적인 흐름만을 보여주고 있어 경제학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홍콩에 있는 중국 전문 컨설팅사 가브칼 드래고노믹스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중국의) 임금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정규직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자영업이나 유연한 고용, 즉 임시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고용구조 전환으로 인해, 정규직 일자리 시장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중국 가계의 소비심리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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