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보이지 않는 침공”…한국을 겨눈 중공의 하이브리드전

경제 포섭에서 사이버 침투까지, 총성 없는 전쟁 5단계
오늘날 국제사회는 중국공산당(중공)의 대외 전략을 ‘초한전(超限戰)’보다는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으로 규정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전통적인 초한전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무제한 전쟁’ 개념에 가깝다면, 하이브리드전은 재래식 무력 충돌, 비정규전을 포함해 사이버 공격, 정보전, 경제적 압박, 외교적 수단, 심리전 등 다양한 수단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상대방을 교란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더욱 정교하고 다층적인 현대전의 특성을 반영한다.
이는 특정 전장에서 단기간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전에 걸쳐 상대국의 국가적 자생력을 무너뜨리는 체계적 전략이다. 특히 한국은 지금 중공 하이브리드전의 실험장이자 핵심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은밀하고 다층적인 중공의 영향력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외교나 경제 협력을 넘어, 한 국가의 주권과 민주주의 기반을 침식시키기 위한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작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공이 한국에서 펼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전’은 총과 탱크 없이 진행되지만, 그 파괴력은 군사적 침공 못지않다. 한국은 지금 이 조용한 전쟁의 핵심 전장이 되어가고 있다.
본 기사는 중공이 한국에서 실행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전의 5단계 전략과,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 및 허점을 분석한다.
▣ 1단계: 2000년대 초반–경제적 의존과 자본 침투로 기반 구축
중공의 첫 단계는 경제적 포섭이었다. 2000년대 초부터 한중 교역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고, 한국의 주력 산업은 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고착되었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전자제품 등에서 중국의 비중은 25~30% 이상으로, 미국·EU를 합친 것보다 높아졌다.
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은 이 경제 의존이 무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관광, 문화, 소비재 산업이 대중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고, 롯데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이는 전형적인 비무력 경제 압박 전술이다.
최근에는 중공 자본이 한국의 스타트업, 부동산, 바이오, 문화 콘텐츠, 심지어 사립학교와 학원 산업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일부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는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앞세운 중공 자본이 지역 정치인과 결탁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 사회의 대응:
경제부처와 기업계는 초기에는 ‘시장 다변화’로 대응하려 했지만 실효성은 낮았다. 사드 사태 이후에도 대중 경제 의존도는 줄지 않았으며, 중공 자본의 국내 유입에 대한 통제 기준도 미비한 상태다. 정부 차원의 ‘경제 안보’ 개념은 뒤늦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 2단계: 2010년대 중반–여론 조작과 정보 장악
중공은 여론 전선으로 전략을 확장했다. 유튜브, 포털, SNS를 통해 조직적 여론 공작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 덕분에 발전했다’거나 ‘반중은 혐오다’라는 식의 영상 콘텐츠가 늘어났고, 이들 콘텐츠에는 비슷한 구조의 댓글이 반복적으로 달리며 여론을 조작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뉴스에서는 친중 댓글이 상단에 고정되거나, 반중 비판 댓글이 삭제되는 일이 종종 포착됐다. 포털 알고리즘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친중 댓글 부대’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관련 수사는 아직도 본격화되지 않았다.
2022년에는 중공과 연계된 유튜브 채널 15곳이 한국 내 정치 관련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구글에 의해 차단된 바 있다. 이는 일부 채널이 ‘K-방역은 중국 모범 사례를 따른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조작된 대중 인식을 유도한 결과였다.
한국 사회의 대응:
언론계와 정부는 정보 공간의 주권 문제에 둔감했다. 유튜브나 댓글 여론 조작 문제는 개인의 의견으로 치부되거나 표현의 자유로 간주되어 법적 대응이 미흡했다. 국가정보원이나 방통위도 사후적 모니터링에 그쳤고, 실제 제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 3단계: 2010년대 후반–학문·교육·문화 공간 장악

미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는 이미 공자학원을 ‘통일전선공작의 전진기지’로 규정하고 폐쇄 조치했지만, 한국 대학에는 여전히 2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은 서울 강남에 설립됐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중공은 이제 한국 사회의 정체성과 가치 체계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대표적 도구는 공자학원이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는 이미 공자학원을 ‘통일전선공작의 전진기지’로 규정하고 폐쇄 조치했지만, 한국 대학에는 여전히 20여 곳이 운영 중이다.
공자학원에서는 중공 비판 금지, 티베트·홍콩·신장 등 민감 주제 회피가 강요되며, 일부 학자는 “강의 내용이 중국 검열 기준에 자발적으로 맞춰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문화 분야에서도 중공은 한류 콘텐츠를 ‘문화공정’ 방식으로 왜곡하려 했다. 2021년 방영 중단된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중국풍 의상과 음식, 대사로 논란이 되었고, 배후에 중공 측 투자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션윈공연’의 한국 내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외교적 압력을 행사해 왔다. 중공 대사관을 앞세워 공연장 측에 대관을 취소하라고 압박하거나, 이미 계약된 공연마저 무산시키려는 협박성 행위를 벌이는 등 문화 영역에서 노골적인 방해 공작을 펼쳐왔다.
서울대에 ‘시진핑 자료실’을 개설함으로써, 순수 학문의 전당에 특정 공산 지도자를 미화하는 공간을 마련해 국민적 반감을 사고 있다. 또한 매년 수백 명의 한국 대학생, 연구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자국으로 초청하고 있다. 이들은 이후 친중적 성향의 연구나 언론 활동을 하며 여론 형성에 참여하는 일원으로 활동해 왔다.
한국 사회의 대응:
대학가와 문화계는 ‘교류와 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중공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지 않았다. 일부 대학은 중국의 재정 지원을 의식해 공자학원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았고, 시진핑 자료실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영화 제작사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검열 기준에 자발적으로 순응해 왔다.
▣ 4단계: 2020년대 초반–정치·외교·지자체 압박과 침투
중공의 외교 전략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와 시민단체, 지식인 커뮤니티를 파고드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일부 지자체는 중공 지방정부와 자매결연을 맺고, 중국 전통 문화 행사나 투자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했다. 그러나 이런 행사에는 중공의 인권 탄압이나 정치적 메시지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종종 파룬궁이나 탈북민 인권단체의 행사가 열리는데, 이때마다 주한중공대사관은 시에 항의하거나 취소를 압박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특정 대학에서는 대사관이 행사를 막기 위해 학내 인사와 접촉했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중공은 한국 정치인이나 언론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 접촉하여 비판 자제를 요청하거나, 친중 입장을 대변해 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도 벌여왔다.
한국 사회의 대응:
외교부나 행안부는 지방정부와 민간의 교류에 소극적이었다. 주권 침해나 외교 개입 정황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지자체의 무분별한 중공 지방정부와의 우호 협정 체결은 실질적으로는 외교적 손해만 가져왔다.
▣ 5단계: 2020년대 중반–사이버 공격과 심리전 본격화

중국 해커 조직이 MS 버그를 악용해 미국 기업을 겨냥한 해킹을 시도했다. | Nicolas Asfouri/AFP via Getty Images
중공의 마지막 단계는 사이버 공간과 심리전에 집중된다. 2021~2024년 사이 한국의 국방부, 한국원자력연구원, 대기업 방산 부서, 외교부 서버가 해킹을 당했다. 분석 결과 상당수가 중공 연계 해커조직 APT31, APT41의 소행으로 지목됐다.
또한 SNS 상에서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허위 영상 유포, 여론 조작, 정치인·언론인 명예훼손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내 중국 비판 인사를 표적으로 삼아 가짜 뉴스로 공격하거나, 댓글을 통해 여론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 내 중국 유학생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한국 내 중국 비판 인사나 탈북민을 비공식적으로 감시·신고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으며, 이는 중공의 내부 감시 체계가 외국 사회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탈북민 강연이나 중국 민주화 운동 관련 행사가 열릴 경우, 내부에서 이를 촬영해 대사관에 보고하거나 SNS로 공격하는 조직화된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대응:
사이버 안보는 방위산업에 한정돼 있었으며, 민간 영역의 정보 침해나 심리전은 사실상 방치 상태다. 중국발 딥페이크, 허위정보 유포에 대한 수사는 개별 사건으로 대응될 뿐, 종합 대응 체계는 부재하다.
▣ 총성 없는 전장에 선 한국
중공의 하이브리드전은 경제, 정보, 문화, 정치, 사이버 등 전 영역에서 한국 사회를 조용히 침공해 재편하고 있다. 이 전쟁은 단기적인 충돌이 아니라 장기적인 침식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사회가 이를 여전히 협력, 교류, 우호 외교로 오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하이브리드전의 핵심은 ‘침투’다. 중공은 언론, 학계, 문화예술계,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겉으로는 평화적 교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론을 조작하고 정책 결정을 유도하며 국민 정체성과 국가 안보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중국산 문화 콘텐츠는 중공의 주장과 가치를 은연중에 주입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중공과의 관계에 있어 경계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지금 우리가 이 전쟁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미 패배는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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