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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트럼프–김정은 회담설, 다시 수면 위로

2025년 10월 23일 오후 1:13
2019년 6월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 Brendan Smialowski/AFP/연합2019년 6월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 Brendan Smialowski/AFP/연합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회동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CNN을 비롯한 복수의 미국 언론들은 미 행정부 관계자들이 비공개로 북미 회담 개최 방안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는 신중한 기류가 함께 감지된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은 답신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기 때 가동되던 북미 간 직통 소통 채널이 사실상 단절된 상태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아시아 방문을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으며, 특유의 ‘기습 이벤트형 외교’가 재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리는 대화할 것”이라며 “그(김정은)가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외교가에서는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 이후,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회동 제안이 전달되면서 관심이 다시 고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주 초청 의사를 전하며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절호의 기회를 살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세워 함께 골프를 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 선발대의 방문 정황

복수의 외신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준비하는 미국 측 사전팀 10여 명이 이미 한국에 입국해 경호·의전 라인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경호팀의 사전 방문 사실도 포착됐으며, 회담 후보지로 경주와 판문점 일대가 거론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통일부와 유엔군사령부는 APEC 주간인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일반인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특별견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보안 점검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외교가에서는 혹시 모를 ‘번개 회동’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해당 조치가 사전에 조율된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 정부는 북미 대화를 지지하며 모든 변수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내부에서는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이 단순 중재자를 넘어 ‘촉진자’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감지된다.

반면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 행보에 한국이 과도하게 전면에 나설 경우 오히려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경계론도 여전하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기류는 “가능성은 낮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대비한다”는 신중한 대기 국면으로 요약된다.

상징에 무게, 실질 성과는 한계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 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북한은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을 우선시하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핵심 의제로 삼으며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2018~2019년 잇따른 북미 정상외교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실무협상 단계에서 교착에 빠졌던 경험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외교 환경의 변화도 협상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중국과의 연대를 이어가며 대미 협상 유인을 줄였고,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 견제에 집중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전략적 관리’ 수준에서 다루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사진 외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두 정상이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실질적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 싱크탱크들은 이번 회담설이 외교적 상징성을 강조한 이벤트로 활용될 여지는 있지만, 제재 완화나 핵 문제 등 핵심 의제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분석한다. 회담이 열린다 해도 실질적 진전보다는 상징적 장면 연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변수는 남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를 회상하며 긍정적 메시지를 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정치적 결단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다만 실질 협상의 새로운 틀—예컨대 단계적 상응조치나 연락사무소 설치, 일부 핵 프로그램 동결과 제재 완화의 교환—로 이어지려면 양측 모두 과거의 ‘최대치 요구’에서 한걸음 물러나는 현실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순간의 정치’ 재현될까

2019년 6월 판문점에서의 깜짝 회동은 제안부터 성사까지 불과 48시간이 걸린 ‘순간의 정치’였다. 그 장면은 지금도 세계 외교사의 인상적인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이번에 경주 APEC을 전후해 두 정상이 다시 만난다면 그 상징성만큼은 분명 클 것이다.

그러나 북미 회담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구체적 협상 틀이나 합의 구조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미 대화의 문이 다시 열린다면 의미가 크지만, 지금은 공개적 접근보다는 신중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하나다. 이번 회담설이 실제 만남으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또 한 번의 기대만 남긴 채 사라질 것인가. 판문점과 경주, 두 지역이 다시 국제 외교의 초점으로 떠오르며, 멈춰 있던 한반도 외교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