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군사적 우위 노리는 중국, 러시아의 ‘지면효과 기술’ 주목

레오 팀
2025년 07월 16일 오후 6:44
중국 인민해방군(PLA) 해군의 052C형 구축함 창춘함이 2019년 4월 23일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해군 열병식에 참가하고 있다. ⎟ Mark Schiefelbein/AFP/Getty Images중국 인민해방군(PLA) 해군의 052C형 구축함 창춘함이 2019년 4월 23일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해군 열병식에 참가하고 있다. ⎟ Mark Schiefelbein/AFP/Getty Images

중국 정권이 구(舊)소련이 처음 개발한 실험적 형태의 비행 수단을 진전시키고 있으며 이 기술뿐 아니라 기타 군사 기술 관련 전문 지식을 러시아로부터 확보하기 위해 자국 정보기관까지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이 확보하고자 하는 지면효과 비행체(Ground-effect vehicles)는 ‘지면효과익기(Wing-in-Ground-effect, WIG)’로도 불리며 러시아어로는 ‘에크라노플란(ekranoplan)’이란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선박과 항공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념의 비행체다. 지면에서 수 미터 위를 낮게 비행함으로써 이른바 지면효과를 활용해 강한 양력을 얻고 탁 트인 바다 같은 평탄한 지형 위를 떠다닐 수 있다.

에크라노플란은 대규모 병력, 무기, 보급품을 고속으로 수송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남중국해 해상 충돌이나 대만 침공과 같은 상황에서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전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입장에서 에크라노플란은 긴 해상 거리를 비교적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겨질 수 있다. 중국 정권은 남중국해와 그 일대 도서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점점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섬은 군사기지 및 인력 수용을 위해 인공적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상시 주둔군을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보급이 필요하다.” 중국 및 대만 군사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해외 평론가 마크 스페이스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평시에는 수송선을 이용해 이러한 섬에 보급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지만 전쟁이 발생할 경우 선박은 느리고 쉽게 공격당하는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중국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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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은 지면효과 기술에서 제한적인 성과만을 거뒀고, 이러한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용적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CCP)은 크렘린이 중단한 지점에서 기술 개발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면효과 항공기는 긴 활주로가 필요 없다. 이론적으로는 일반 항공기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스페이스는 이렇게 말하며 “이 때문에 중국은 보급품, 인원, 장비를 더 빠르고 은밀하게 수송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고 그 결과 지면효과 항공기에 주목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미 대형 수상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항공기 크기의 4발 엔진 수상기 AG-600을 2016년 공개한 바 있다.

최근 중국 블로거들이 온라인에 게시한 사진에는 보하이해 상공에서 비행 중인 새로운 4발 엔진을 가진 지면효과 항공기가 포착됐다. 이는 중국이 지면효과 항공기 개발을 10년 넘게 지속해 왔음을 시사한다.

다만 에포크타임스가 해당 사진의 진위를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중국 온라인 매체 ‘시나 군사(Sina Military News)’의 2015년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초기 지면효과 항공기 개발 사례 중 하나인 CYG-11 수상기는 러시아 관측통들로부터 “구소련 설계를 비싸게 베낀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23년 또는 2024년 중 어느 시점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중국의 첩보 활동에 대해 경고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6월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SB의 이 8쪽짜리 보고서는 해커 그룹 ‘아레스 리크스(Ares Leaks)’가 유출한 것으로 복수의 서방 정보기관이 문서의 진본 가능성을 높게 본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에는 베이징이 러시아의 항공 기술 확보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비행 제어 시스템, 공기역학, 공기탄성학 등과 관련된 지식을 보유한 군 조종사, 연구원, 산업 종사자들을 목표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중국은 생산이 중단된 에크라노플랜에 관여했던 러시아 전문가들도 노리고 있다”고 적시돼 있다.

“중국 공산당의 (러시아인을 향한) 우선적 모집 대상은 항공기 제조 공장과 연구기관의 전직 종사자들, 그리고 러시아 국방부가 에크라노플랜 개발 프로그램을 종료한 데 불만을 품고 있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현직 직원들이다.” 이는 뉴욕타임스가 러시아어 원문을 번역한 내용으로 FSB 문서에 명시돼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뉴욕타임스가 확보한 해당 유출 문서의 진위를 독자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물고기도 새도 아닌 존재

에크라노플랜을 비롯한 지면효과 항공기는 일반적인 분류 기준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종이다. 공중에 떠서 추진력과 이동 방식은 항공기와 같지만 그 역할은 선박이나 호버크래프트(공기부양정)에 더 가깝다.

구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중앙수중익선설계국(Central Hydrofoil Design Bureau)을 통해 이 기술을 개발해 왔다. 다양한 시험 모델들이 제작됐지만 실제 대량 생산에 들어간 기종은 많지 않았다.

지면효과 항공기는 지면이나 수면 위를 아주 낮은 고도로 활공하기 때문에 지형의 아주 작은 변화조차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에크라노플랜은 평온한 수면에서만 운용이 가능하며 실제로 구소련은 이들 기체를 주로 세계 최대 호수인 카스피해에서 시험 운용하거나 그곳에 배치했다.

대부분의 구소련 에크라노플랜은 1987년 제작된 미사일 무장 룬급(Lun-class) 기체를 포함해 지면에서 몇 피트 높이 이내로만 비행할 수 있었다. 1966년 만들어진 비공식 별칭 ‘카스피해 괴물’이란 시제품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항공기로 그 무게가 50만 파운드(약 227톤)가 넘고 길이는 300피트(약 91.4 m)에 달했다.

구소련이 1991년 해체된 이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자원이 줄어들자 러시아 국방부는 에크라노플랜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 불확실한 실용성에도 지면효과 항공기 개발 박차

미국, 캐나다, 핀란드, 일본 등 몇몇 국가에서도 에크라노플랜과 유사한 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있어왔다. 현대의 지면효과 항공기 설계 목표는 단순히 수면을 스치듯 비행하는 것뿐 아니라 일반 비행도 가능하게 하는 데에 있다.

WIG 항공기는 극히 낮은 고도로 물 위를 스치며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로 탐지가 어렵다. 또한 수상비행기처럼 물 위에서 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가 필요 없다.

미국의 군사 전문 온라인 뉴스 및 분석 매체 ‘더 워존(The War Zone)’은 지난 7월 5일 ‘보하이해 괴물’이라 불리는 중국의 신형 에크라노플랜에 대해 기술 시연용 모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항공기는 “외딴 지역에 대한 물류 지원, 특히 추락한 조종사 및 기타 인원 구조에 유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해상 통제 및 대잠수함 전쟁 임무에도 실제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기술은 상당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실용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 워존은 중국의 WIG 항공기와 현재 취소된 미국의 ‘리버티 리프터(Liberty Lifter)’ 지면효과 항공기 프로젝트 사이에 시각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리버티 리프터는 원래 2028년에 첫 비행을 계획했던 대형 화물 해상 항공기용 지면효과 기술 탐구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달 초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 의해 갑작스럽게 취소됐으며 취소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이 특정 기술 개발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는 보통 그 기술이 실현 가능하지 않거나 구현이 매우 어려운 경우”라고 중국 군사 문제 평론가 저우즈딩(周子定)이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앞서 언급한 마크 스페이스는 “구소련 시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들 지면효과 기동체는 해상 상태에 매우 민감하다”며 “거친 바다에서는 거의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비교적 잔잔한 카스피해에서도 구소련 개발자들이 충돌 사고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저우즈딩은 “구소련이 선박을 시험했던 비교적 잔잔한 카스피해나 흑해와 달리 대만해협은 매우 높은 파도가 자주 발생하며 그 높이가 68미터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인구 2300만 명이 사는 민주주의 통치 섬 대만을 자국 영토 일부로 간주하며 ‘재통일’이란 명목 아래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만해협의 바다가 연중 대부분 기간 거칠고 항해가 어렵다는 점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침공을 시도할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