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차에서 잤다”…中 41세 개발자의 테슬라 차박 생존기

“월세 2천만원 아껴”…집세 비싼 선전서 월~목 차박
금~일엔 가족 기다리는 중소도시 ‘진짜 집’에서 생활
중국 선전(深圳)의 한 공원 주차장. 매주 월요일 밤이 되면 흰색 테슬라 차량 한 대가 조용히 들어선다. 차 안에는 침구와 모기장이 설치돼 있고, 뒷좌석은 평평하게 눕혀져 있다. 이 차는 41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장윈라이(張運來)의 ‘집’이다.
그는 3년 전부터 평일에는 선전에서 일하고, 밤에는 테슬라 차량 안에서 잠을 잔다. 그렇게 해서 아낀 집세만 10만 위안(약 2천만 원). 중국의 치솟는 집값과 높은 임대료 속에서 ‘차박(車泊·차에서 숙박)’은 그의 생존 전략이 됐다.
장 씨는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 ‘차에서의 삶’을 담은 영상을 연이어 게시하며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영상에 따르면, 그는 매주 월~목요일 밤마다 선전만(深圳湾) 공원의 7번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바닷가와 가까운 이곳은 고요하고 경치도 뛰어나다. 그는 “이곳은 다른 차가 옆에 안 세워져서 아침에 눈 뜰 때 갇힌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아침이면 그는 차 트렁크 문을 열고, 모기장 너머로 보이는 푸른 바다와 하늘을 감상한다. 그 너머로는 선전만 대교가 보이고, 바로 옆에는 평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선전은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의 4대 일선도시 중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선전만 공원 부근은 ‘공원 뷰’ 덕분에 더욱 주택 가격이 높은 곳이다.
“난 이런 거 살 돈 절대 없지”라고 운을 뗀 장 씨는 “부자들은 돈 주고 이 풍경을 사지만, 나는 (공짜로) 이 풍경 속에서 매일 잠든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듯 말했다.
차에서 자는 삶은 단순한 ‘절약’ 그 이상이다. 낮에는 회사 근처에 주차하는데 종일 요금 10위안(약 2천 원), 밤에는 선전만 공원에 차를 세우는데 하룻밤 요금이 7위안(약 1500원)이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 비용 10위안을 포함해 하루 총비용은 30위안(약 6천원)이 채 안 된다. 한 달 꼬박 생활해도 비용이 1000위안(약 2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선전 시내에서 이보다 저렴한 주거 공간은 사실상 없다.
그는 “예전엔 화장실도 없는 10㎡짜리 쉐어하우스에 살았는데도 월세가 2500위안(약 50만원)이었다”며 “3년 넘게 이렇게 살며 10만 위안을 아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3년 내내 차에서만 눈을 붙인 것은 아니다. 금요일 퇴근 후에는 차량으로 약 3시간 30분가량 떨어진 광둥성 양장(阳江)에 있는 ‘진짜 집’으로 돌아간다. 그는 “매주 3일은 가족과 함께 자고, 월요일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회사로 향한다”고 했다. 출근 시간은 9시 30분, 그는 늘 10분 전에 도착한다.
“여름엔 모기에 시달리고, 폭우 소음에 잠 설치기도”

3년간 차박했다는 선전의 한 개발자가 차량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 | 웨이보 캡처
차박 생활에 낭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처음에는 모기가 골치였다”며 “나중엔 모기장을 설치해 해결했다”고 전했다. 장마철에는 폭우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 소리는 차 안에서 훨씬 크게 들린다”고 말했다.
테슬라 모델Y의 실내 공간은 약 4㎡. 그는 뒷좌석을 접고, 나무판자를 깐 뒤 1.8m짜리 매트리스를 펼쳐 침대를 만들었다. 그는 “딱 필요한 만큼의 공간만 있으면 된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장 씨는 대학 졸업 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며 두 차례 창업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후 고향인 양장에서 원격근무를 하며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회사가 도산하며 다시 일자리를 찾아 선전으로 돌아왔다. 아내와 아이는 여전히 양장에 살고 있다.
중국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된 나라다. 도시와 농촌이 호적으로 나뉜다. 부모가 농촌 출신이면 자녀에게도 농촌 호적이 대물림된다. 도시 호적을 얻어야 도시에서 일자리도 구할 수 있고 집도 얻을 수 있다. 장 씨는 선전 생활 2년 만에 도시 호적을 얻었다. 하지만 가족을 데려오기에는 아직 부부의 수익만으로 벅차다.
“작년에 선전 호적을 얻긴 했어요. 아내와 애를 데려오려고도 했죠. 하지만 이곳 집값은 너무 비싸요. 우리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감당이 안 됩니다.”
그는 당분간 차에서의 생활을 이어갈 계획이다. “혹시 회사에서 잘려도 걱정은 없어요. 선전이 날 받아주지 않으면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면 되니까요.”
장 씨의 사연은 대만 중앙통신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서 ‘선전의 프로그래머, 차박으로 3년 버티며 집세 아꼈다’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이 기사는 중앙통신사 기사를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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