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이탈에 줄폐업…中 선전, 실업자들 광장 노숙하며 구직 전전

IT 개발자, 배달원도 밤에는 박스 깔고 노숙
낮엔 일자리 찾아 전전… “도시가 죽어간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렸던 중국 선전(深圳)이 코로나19 이후 급속한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외국 자본과 대만계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고, 그 여파로 실직자가 급증해 광장이나 지하철역 인근에서 노숙하는 모습까지 포착되고 있다.
선전의 현지 상황은 최근 여러 중국 SNS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팔로워 54만 명을 보유한 웨이보 계정(아이디 996Rainmaker)은 직접 촬영한 영상을 통해 선전 룽화(龍華) 버스터미널과 광장, 공원 등지에서 시민들이 노숙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영상 속 한 노숙인은 “예전엔 다리 밑이나 공원에서 잤지만, 지금은 광장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며 노숙자들이 늘면서 어둡고 외진 곳이 아니라, 밝고 개방적인 곳으로 거점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웨이보 계정 ‘선전 폭로 언니(爆料姐深圳)’는 “외자 철수, 대만 기업 이전, 공장 폐업, 대형 상권 붕괴, 직장인 실직, 거리 노숙이 선전의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도시 중심가가 고요해지고 지하철 승객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CBD(중앙업무지구) 내 오피스 건물 공실률은 급등했고, 푸톈(福田) 지역의 스타벅스, 맥도날드 점포조차 줄줄이 문을 닫고 중국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룽화·바오안(寶安)·핑산(坪山) 일대 산업단지는 이미 공동화 상태”라며 “많은 대만계 공장이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고 설비까지 통째로 옮겨 가면서, 선전의 일자리가 증발했다”고 분석했다.
‘선전 폭로 언니’는 푸톈광장 외곽에 수많은 실직자가 몰려 노숙 중이라며 “푸톈 CBD 다리 밑, 지하철 입구, 골목길 등 곳곳에서 골판지를 깔고 자는 사람들이 보인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IT 개발자, 건설노동자, 배달기사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광장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낮에는 구직 활동을 하며 돌아다니고, 생활비를 아끼려 컵라면과 수돗물로 끼니를 해결한다.
푸톈 CBD는 선전 심장부에서도 가장 활기찬 번화가다. 중국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비즈니스 중심지로, 높이 200m 이상 고층빌딩만 20여 동에 이른다. 이처럼 초고층이 밀집한 도시 한복판에서 시민들이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은 선전 경제의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게 중국 인플루언서들의 설명이다.
외국자본·대만 기업 왜 빠지나… “인건비·공급망·정책 불신 탓”
코로나19 이후 외자 철수 움직임은 외신은 물론 중국 관영매체들까지 모두가 주목하는 흐름이다. 2023년 8월에는 선전에서만 38년을 버텨 온 홍콩계 가전업체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폐업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9월, 대만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 『디커플링이 아닌 다변화(Diversifying, Not Decoupling)』를 통해 “전체 응답 기업 중 57.4%가 중국 철수 혹은 이전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23년 말 610개 대만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높은 인건비(33%)’, ‘공급망 중단 위험(25.9%)’, ‘불확실한 투자정책 변화(25.2%)’를 중국에서 철수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대만 기업 비율이 타국 기업보다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일부 외국 자본 기업이나 대만 기업은 ‘야반도주’ 방식으로 철수하고 있다. 중국을 떠나려면 복잡한 서류 절차와 당국 승인을 거쳐야 하며, 외화 정산 역시 지연되고 감사가 강화돼 자금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인플루언서 ‘선전 폭로 언니’는 “당국은 세금 감면이나 규제 완화 대신 오히려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지금의 선전을 “고물가, 고압, 고실업, 그리고 저임금, 저희망, 신뢰 저하로 ‘죽어가는 도시’”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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