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외교부 “日 초등생 피습 사망은 어느 나라나 일어나는 일” 파문

2024년 09월 20일 오후 5:52

만주사변 기념일에 일본인 공격…中 네티즌 “빗나간 애국심”
해외 비평가들 “공산당 애국교육·반일선동, 사건에 영향”

중국에서 최근 공공장소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잇따르면서, 중국 공산당의 반일·반외국 정서 선동과 무관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8일 중국 4대 일선도시 선전의 일본인 학교 인근에서는 보호자인 어머니와 등교 중이던 일본인 초등학생(10)이 중국인 남성이 휘두른 날카로운 흉기에 복부를 찔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 새벽 1시 30분께 숨졌다.

이는 지난 6월 장쑤성에서 발생한 일본인 공격 사건 이후 석 달 만에 일어난 유사 범죄 행위이다. 당시 일본인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일본인 학생과 이를 맞이하려던 일본인 엄마, 해당 학교 스쿨버스 안내원 중국인 여성이 다쳤다. 특히 중국인 여성은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

또한 이번 칼부림 사건은 ‘만주사변’ 기념일에 발생했다. 1931년 9월 18일, 일본제국 관동군이 ‘만주(滿洲)’라 통칭하는 중국 동북 지역을 침공했다. 공교롭게도 만주사변은 국민당에 밀려 몰락 직전이었던 중국 공산당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중국 공산당 주석 마오쩌둥은 일본의 중국 침공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엔도 호마레가 쓴 ‘마오쩌둥 : 인민의 배신자’라는 책에 다르면 마오쩌둥은 1964년 7월 일본 사회당 방중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황군(일본군)의 진공(공격)으로 우리가 황군과 싸울 수 있었다”며 일본군의 침략 덕분에 국민당에 의해 멸망당하는 것을 피하고 국민당에 합류해 힘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지금 만주사변 기념일인 매년 9월 18일은 중국 전역에서 반일정서가 치솟는 시기가 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에도 중국 전역에서는 ‘역사 전시 활동’을 비롯해 일본의 중국 침략을 잊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반일정서 자극은 이른바 ‘애국 교육’의 일환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전국 교육기관에 애국심 고취 교육 강화를 요구해왔다. 다만 애국의 대상은 중국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지도자 시진핑 개인과 집권 공산당이다.

이는 이번 사건을 전하는 중국 매체의 몇 안 되는 기사에 중국 네티즌들이 용의자를 비난하며 “쓰레기 애국심”, “단지 어린아이일 뿐인데 무슨 죄냐”라는 댓들이 달린 이유다. 20일 기준 오후 3시 기준 조회수 2만2천여 회를 기록한 시나닷컴 기사에는 “인간성마저 잃는다면 애국심은 논할 단계가 못 된다”는 댓글이 980여 개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이처럼 초등생 살해가 ‘비틀린 애국심’에서 비롯된 증오의 결과라는 설명이 인터넷에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증오범죄가 아니라 ‘개인의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9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린젠 대변인은 ‘올해 6월 쑤저우에서 미취학 일본 아동이 흉기로 공격당하는 사건 때도 대변인은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는데 이번 사건도 그렇냐’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의 질문에 “현재 상황으로 볼 때는 개별적 사건”이라고 애매한 답변을 남겼다.

이어 “비슷한 사건은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며 “중국은 이런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므로 어떤 불법적인 폭력도 용납하지 않겠다. 사건을 법에 따라 조사하고 범죄자를 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전시 공안당국 역시 사건 다음 날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다. 용의자는 뚜렷한 직업이 없으며 2015년과 2019년 공공시설 파괴와 허위정보 유포 혐의로 체포된 전력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용의자가 경찰에 “공공질서를 어지럽힐 목적으로 학생을 공격했다고 자백했다”며 “단독범행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다.

일본에 거주 중인 한 중국계 여성은 “중국 어린이들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반일교육’에 노출된다”며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그녀는 중국에 머물 당시 어느 하루 초등학교 1학년 아들로부터 “일본에 여행 가면 안 된다”는 ‘경고’를 들었다. 이유를 묻자 아들은 “선생님이 일본인은 나쁘다고 했다”는 것이다.

본토에 거주하는 중국인 장모씨는 NTD에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겠지만, 반일 선동에 자극을 받은, 분노한 젊은이들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스스로 주체하고 판단할 능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민주화 단체 ‘민중전선’의 부주석 성쉐는 “중국 공산당은 장기간 자국민을 세뇌하는데 평상시에는 대수롭지 않고 심지어 우습게 여겨지지만, 증오가 한번 심어지면 비극적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인들에게 진실한 정보를 알리는 일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