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현실 보여준 ‘선전’의 실업률…전년대비 40% ↑

강우찬
2024년 07월 05일 오후 5:15 업데이트: 2024년 07월 05일 오후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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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매체 “중국의 공식 집계는 실제 실업자의 일부만”

중국의 정보통신 기술 선두 도시로 선망을 받던 광둥성 선전(深圳)시에서 실업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4일 선전시 인력자원보장국 통계를 인용해 올해 1분기 신규 등록된 선전의 실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0%, 전분기(2023년 4분기) 대비 1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2022년과 비교하면 약 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라면서도, 분기별 등록 실업률은 이전 분기 실직자와 미등록 해고를 제외하고 집계되기 때문에 실제 실업률은 월등하게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전의 실업률 상승은 중국의 기술허브라는 도시 특성상 산업변화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선전의 싱크탱크 중국개발연구소의 왕메이 연구원은 “대학졸업자와 구직자들이 유망한 직종을 찾아 선전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다른 도시보다 실업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서비스가 확대되고 여러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큰 폭으로 변동하고 있다는 점도 선전 실업률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올해 1~5월 소매 판매 증가율이 전년 대비 1.8%에 그친 것 역시 서비스 업종 등 3차 산업 분야에 불어닥친 일자리 한파를 나타낸다.

당국이 발표하는 실업률은 실업 여부가 공식화된 문서 기록으로 남겨지거나 당국의 조사를 거친 실업자만을 대상으로 집계된다. 이 때문에 실업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일부러 감추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역대 최고치인 21.3% 공개를 마지막으로 청년실업률 발표를 중단했다. 통계방식을 바꿔서 낮추고도 더는 어쩔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기 때문이라는 중국 외부 전문가들의 분석이 뒤따랐다.

올해 중국의 대졸자는 지난해보다 21만 명 증가한 1179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당국은 5%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해 1100만 개의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광저우 소재 싱크탱크인 광둥개혁협회의 펑펑 회장은 ‘기업하기 나쁜 환경’을 바로잡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민간 및 외국 기업에 이전보다 이상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개발연구원의 왕 연구원도 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도록 고용을 진흥하고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7월 중 열릴 예정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경기부양책을 발표해 주기를 기대했다.

3중전회는 시진핑 집권 3기의 중장기 경제정책을 결정·발표하는 회의다.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언론들은 3중전회를 앞두고 중국 경제를 구할 묘안이 나올 것처럼 분위기 띄우기에 한창이다.

그러나 ▲글로벌 GDP에서 중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의 2년 연속 감소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의 20개월 연속 하락 ▲부동산 위기 ▲외국인직접투자(FDI)의 12개월 연속 감소 등 각종 수치들은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중국 평론가 왕허는 “중국에서는 ‘이번 3중전회로 난관을 돌파하고 사회 전체에 희망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중대한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시진핑과 공산당 지도부는 권력 안정을 위해 사회주의 강화를 우선시하는 모습”이라며 “해법을 내놓을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