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군권 장악 자신감? 장유샤, 軍 행사서 “시진핑 지시 준수” 강조

2025년 05월 30일 오후 12:16

“겉보기에는 평온…수면 아래의 권력 변동 감추기 위한 것”

중국군 고위 인사들의 실종과 숙청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중앙군위) 부주석 장유샤(張又俠)가 주요 군사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사실상 군권을 장악했다’는 관측이 재점화됐다.

관영 매체는 행사 보도에서 장유샤 부주석이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국가주석 겸직)의 지시를 강조했다고 전했지만, 이는 오히려 중난하이 내부 권력 구도의 미묘한 변화를 방증하는 정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7~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군 훈련장 건설 참관 및 교류 행사’에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참석했다며, 이번 행사는 시진핑 주석의 승인하에 열렸고 장유샤 부주석이 시진핑의 지시를 깊이 학습하고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에포크타임스의 중국 전문기자 닝하이중은 이번 신화통신 보도가 지난 2023년 톈진, 2024년 장자커우에서 열린 군 행사 보도와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세 행사 모두 장유사 부주석이 참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세 기사 모두 4개 단락으로 구성된 짧은 기사로, 첫 문장은 모두 ‘시진핑 주석의 승인을 받았다‘로 시작했다”면서 “이어 ‘시진핑 주석의 지시를 철저히 학습해야 한다’는 언급 후 장유샤의 구체적인 발언을 전했다”고 전했다. 시진핑이 주도하고 장유샤가 따르는 형태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시진핑, 군내 권력 기반 축소…서열 2위 장유샤 위상 부각

신화통신 기사를 보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권력에 아무런 변동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분위기를 전하지만, 이는 실제 군 내부 변화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수개월간 중국 공산당의 군 최고지도부인 중앙군사위에서는 시진핑의 군 핵심 측근들이 연이어 실각하면서 장유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강화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중앙군사위 위원이자 정치공작부 주임인 먀오화(苗華) 상장(대장)이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어 올해 3월부터는 중앙군사위 부주석(군 서열 3위) 허웨이둥(何衛東) 상장 역시 양회 행사 참석 후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현재 중앙군사위에서 실질적으로 군권을 장악한 인물은 장유샤라는 분석이 대만 등 중화권 언론 매체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쏟아지고 있다.

총 6명의 중앙군사위 구성원 중 숙청되거나 자취를 감춘 2명(허웨이둥, 먀오화)과 주석(서열 1위) 시진핑을 제외하면 나머지 3명(장유샤, 장셩리, 류전리)이 모두 장유사 계파에 속한다. 수적으로 볼 때 시진핑이 중앙군사위 내부에서 홀로 고립된 구도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 역시 지난해 말부터 시진핑 관련 보도에서 ‘유일한 권위’에 대한 강조를 자제하고 있다. 오히려 시진핑이 애써 무너뜨린 ‘집단 지도체제’를 부각하는 논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시진핑의 군내 권력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중국 평론가 탕징위안은 체제 내부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은 겉으로는 여전히 권좌에 있지만, 이미 정국의 주도권은 상실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시진핑의 권력은 2023년 4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몇 차례 재장악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는 시진핑 자신도 상황을 수용하고 ‘역할극’에 임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2023년 3월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인대+정협)가 9일간 열렸다. 이 행사에서 시진핑은 참석해야 할 자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는데, 당 안팎 곳곳에서 시진핑의 독재 권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주장도 이어졌었다.

2023년 이후 시진핑 ‘신년 1호 훈령’ 보도 사라져

시진핑은 집권 2기 둘째 해였던 2018년부터 매년 신년 군사훈련 개시식을 통해 군 통솔력을 과시해 왔다. 군권 장악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2019년부터는 매년 초 ‘중앙군사위 1호 명령’을 통해 전군에 훈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지도력을 선전했다.

하지만 이 훈령은 2022년까지만 계속됐고, 2023년 이후에는 시진핑의 이름이 달린 훈령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맞춰 군부가 시진핑을 향해 전하던 충성 메시지도 자취를 감췄다.

또한 2024년과 2025년 신년 군사훈련 개시식 때는 시진핑의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시진핑은 대규모 군 숙청을 진행하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권력을 이용해 일종의 군부 길들이기를 하려 했지만, 약해진 군 장악력을 회복하려는 안간힘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장유샤가 당 원로 세력의 후원, 군부의 지지를 업고 반격에 나섰으며 이로 인해 ‘장유샤와 시진핑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고 닝하이중은 전했다.

홍콩 언론인 옌춘거우(顏純鉤)도 “2024년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부터 중국 공산당 내부 분위기가 급변했다”며 “시진핑 개인에 대한 과도한 찬양은 눈에 띄게 줄었고, ‘집단 지도체제’ 복귀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 주석은 10년 이상 1인 지배체제를 밀어붙이며 내치·외교 모두에서 혼란을 자초했다”며 “최근 지도체제에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그러한 실패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장유샤가 이번 군사 행사에 참석하고 관영 매체가 관례대로 보도한 것은 고요한 수면 아래에서의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리린이는 “올해 하반기 4중전회에서 고위 인사 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설이 무성한 가운데, 당국은 변화를 감추기 위해 기존 보도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