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철강산업 구조적 침체…향후 5년 수출 최대 50% 감소 전망

2025년 12월 04일 오전 11:52
중국 우한철강그룹(WISCO) 근로자들이 이동식 용광로에서 용융된 강철을 다루고 있다. 2016.8.27 | Wang He/Getty Images중국 우한철강그룹(WISCO) 근로자들이 이동식 용광로에서 용융된 강철을 다루고 있다. 2016.8.27 | Wang He/Getty Images

수출 생산·내수 소비 모두 감소…10월 철강업체 이익률 1%대 추락
각국 중국산 철강 반덤핑 규제 확산 속 ‘최대 시장’ 베트남 수출 24.8% 급감

중국 철강업이 장기화된 부동산 침체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둔화의 여파로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 조강 생산과 철강 소비가 동시에 줄어드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향후 5년간 중국 철강 수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증권보는 12일 올해 1~10월 중국의 누적 조강 생산량이 8억18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고 전했다. 중국철강공업협회(중강협)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중국의 철강 내수 소비량은 6억49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5.7% 줄었다.

철강 내수 소비량은 국내 생산량에 수입량을 더하고 수출량을 뺀 수치로, 한 국가의 실질 철강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다. 중강협은 “현재 중국 철강 산업은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이 동시에 겹치며 수급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내수를 이끌어온 아파트 건설 경기가 하락 국면에 접어든 데다, 지방정부가 주도해 온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둔화되면서 중국 철강 시장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의 철강 내수 소비는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0년 10억4000만 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평균 3.8%씩 줄어 지난해에는 9억 톤 아래인 8억9000만 톤까지 떨어졌다.

수익성도 다시 악화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0월 중국 철강업계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세전 순이익)은 79억8000만 위안으로, 톤당 세전 순이익이 약 96위안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25.9%, 전월 대비 41%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세전 순이익률은 1.2%에 불과했다.

다만 올해 1~3분기 기준으로는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 철강업계의 세전 순이익은 960억 위안(약 19조9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90% 증가하며 최근 수년간의 적자 흐름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났다.

경제 매체 차이신은 올해 상반기 철근과 열연강판 가격이 7~9% 하락했지만, 원자재인 코크스석탄 가격이 31.5% 급락하고 철광석 가격도 7.3% 떨어지면서 철강업계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크스석탄 가격이 10월 들어 약 10% 상승한 뒤 11월 말까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다수 업체가 적자와 흑자 경계선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조금만 더 오르면 다시 대규모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출 환경은 더욱 험난해질 전망이다. 올해 1~3분기 중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9.2% 늘어난 8796만 톤을 기록했지만 내년부터 감소세가 예상된다. 장쑤성 철강협회 천훙빙 회장은 “향후 5년간 중국의 철강 수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수요 감소에 주요 수출국에서 중국산 철강에 대한 규제 확대가 더해진 결과다. 베트남 공상부는 지난 7월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23.1~27.83%의 반덤핑 관세를 공식 부과했다.

베트남은 중국의 최대 철강 해외 시장이지만, 중국 해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중국의 대(對)베트남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24.8% 급감했다.

또한 2024년 초부터 올해 8월까지 최소 11개국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반덤핑 또는 세이프가드(자국 산업 보호) 조치를 시행했다. 중국 상무부 집계에 따르면 2025년 1~7월 중국 철강 수출은 관련 시장에서 전년 대비 약 30% 감소했다.

중국 철강 수출물량, 내수 가격붕괴 막는 ‘안전판’ 기능…비중 적어도 체감 효과는 2~3배

수출 물량의 감소는 중국 철강업계를 넘어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 성장의 근간을 이뤄온 산업 구조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부동산과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철강·시멘트·기계 수요를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시킨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해 왔다. 핵심 기초 산업인 철강이 위축될 경우 조선·자동차·기계설비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철강의 수출 비중은 전체의 12~15% 수준이다. 수출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경우, 단순 물량 기준 감소분은 전체 생산의 약 6~7%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수출 감소만 반영한 수치로, 내수 수요 위축까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중국의 전체 철강 소비 규모는 연간 10억 톤대에서 약 7억5000만 톤 수준까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체감 충격이 수치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중국 철강 산업에서 수출 물량은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국내에 남는 잉여 물량을 해외로 배출해 자국 내 가격 붕괴를 막아주는 ‘가격 방어용 조절 밸브’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조절 밸브가 약화되면 수출되지 못한 물량이 다시 내수 시장으로 유입돼, 이미 수요가 위축된 시장에서 가격 인하 경쟁과 가동률 급락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수출 물량이 절반으로만 줄어들어도 체감 수요 감소 효과는 단순 물량 감소를 훨씬 웃도는 25~35%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감소는 현금 흐름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 철강업계의 평균 톤당 마진이 50~100위안(약 2만~4만원)에 그치는 가운데, 수출 물량은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거래되더라도 달러 결제와 환율 효과가 더해져 실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핵심 통로로 기능해 왔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급감할 경우 중국 철강업체들이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현금 확보를 위해 가동률 유지를 선택하면서, 더 낮은 가격에 밀어내기 수출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우려가 각국이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회피 조사를 강화하는 배경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 당국은 지난 10월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회피 조사도 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