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中 전기차 시장서 밀려나나…모토로라·애플 전철 밟아

“테슬라, 시장 촉매제 역할한 후 규제 등으로 밀려나” WSJ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위축되고 있다. “중국이 미래다”라며 상하이 공장 기가팩토리를 자랑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기대는 무색해졌다.
테슬라가 중국의 전기차 산업 생태계 구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이,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 육성에 힘을 쏟았고, 이제는 산업 경쟁력이 향상되자 각종 규제로 테슬라를 옭아매며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가 중국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과거 모토로라, 애플 등 외자기업이 중국에서 겪었던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는 중국의 이동 통신, 스마트폰 시장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핵심 기술을 흡수당하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1990년대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했던 모토로라는 중국 정부의 압박에 따라 현지 합작사에 핵심 기술을 넘기고, 상하이에 공장을 세워 대규모 중국인 기술자를 양성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갓 창업한 화웨이 등이 급성장할 기반이 마련됐다
이후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애국주의 소비 열풍 등에 힘입어 모토로라를 제치고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결국 모토로라는 2011년 해체돼 핵심 사업이 구글을 거쳐 중국 레노버에 매각됐다.
애플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아이폰 생산의 중심을 중국에 둔 애플은 비야디(BYD) 전자, 릭슨(Luxshare) 등 중국 협력업체를 세계적 제조기업으로 키웠다. 이러한 생태계에서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브랜드들이 자생력을 갖추며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자리를 잡자, 중국 정부는 각종 규제를 통해 애플의 시장 점유율을 억제하고 자국 브랜드를 밀어줬다.
테슬라 역시 이 같은 패턴을 그대로 밟고 있다. WSJ에 따르면 2019년 상하이 공장을 가동하며 당시 활력이 없는 미꾸라지들만 가득한 양식장에 메기(catfish)처럼 뛰어들었다. 테슬라는 중국 진출 초기 막대한 수익을 거뒀지만, 중국의 자생적 전기차 생태계가 갖춰지자 곧바로 배척 대상이 됐다.
테슬라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초 11%에 달했으나 현재는 약 4%로 급감했다. 올해 5월 중국 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고,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신에너지차량(NEV) 시장은 오히려 28% 성장했다.
테슬라의 부진은 유럽에서도 뚜렷하다. 지난 5월 유럽 판매량은 전년보다 28% 줄었는데, 이는 유럽 전기차 시장이 동기간 27% 성장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혁신의 상징에서 낡은 시스템으로”… 中 소비자, 테슬라 외면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WSJ는 “테슬라는 구식이고,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전했다.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대형 스크린, 냉장고, 인카메라 등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특화된 옵션을 갖추고 있다.
테슬라 역시 2023년 중국 내 인기 앱인 Mango TV 등을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에 추가하는 등, 꾸준히 중국 전용 기능을 확대하고 있으나 여전히 제품 전반의 현지화 전략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중국 차량 리뷰어들의 평가에서 테슬라의 자율 주행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은 여전히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의 FSD는 아직 중국 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지 못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들의 ‘자율 주행’ 사고가 잇따르자, 자율 주행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금지하며 업계 보호에 나섰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규제 프레임에 맞춰 빠르게 로보택시와 연계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데이터 규제도 큰 장벽이다. 도로에서 수집되는 자율주행 차량의 영상과 센서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 때문에, 테슬라는 중국 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별도로 저장하고 있다. 관련 협상은 교착 상태다.
테슬라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에너지 저장장치 ‘메가팩(Megapack)’ 사업도, 이미 CATL 등 중국 기업들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비야디(BYD)와 CATL은 최근 “5분 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발표하며 테슬라를 기술적으로도 압박하고 있다.
전기차는 아니지만, 테슬라의 또 다른 주력 상품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도 대부분의 부품을 중국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기술 유출 또는 자체 복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출신 경제학자 노아 스미스는 지난해 “중국은 외자기업의 기술을 취하고, 자국 기업을 키운 뒤 외국 기업을 몰아내는 구조적 함정을 만들어 왔다”며 “테슬라는 지금 그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테슬라는 기술을 무기로 중국 시장을 선점했지만, 그 기술이 현지 기업에 복제·확산되면서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외자기업들이 반복해 겪었던 ‘중국 리스크’가 또다시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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