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종 마트 체인 ‘런런러’, 4년 연속 적자 끝에 상장 폐지

‘민영 유통의 상징’에서 창업 30년 만에 추락
온라인 전환 늦은 데다, 국유기업화하면서 개혁 부진
한때 미국 월마트, 프랑스 까르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광둥성 3대 유통업체로 꼽혔던 중국 선전(深圳) 기반 대형 유통기업 런런러(人人樂)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수년간 이어진 부진 끝에 결국 지난 4일 선전증권거래소에서 공식 상장 폐지됐다. ‘민영 슈퍼마켓 1호’라는 수식어 뒤에 숨은 부실 경영과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런런러는 1996년 설립 이후 중국 전역으로 점포망을 확장하며 전국 100대 유통업체에 이름을 올렸고 2010년 선전거래소에 상장하며 중국 민영 유통업체 중 첫 상장사의 영예를 얻었다. 공모가는 주당 26.98위안,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130억 위안(약 2조 5천억 원)을 돌파했다.
전국 점포 수 150곳, 연매출 100억 위안(약 1조 9천억 원)을 넘겼고 2012년엔 매출이 129억 위안으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 일부 도시에서는 월마트, 까르푸, 화룬완자(華潤萬家)보다 더 많은 점포 수를 자랑했다.
월마트 전 운영 총괄 리청제(李成傑)는 “중국에서 월마트와 정면으로 경쟁하면서도 성장을 이어간 기업은 런런러뿐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일, 런런러는 “당사 주식은 2025년 6월 13일부터 15거래일간의 퇴출 정리 기간을 거쳐, 7월 4일 자로 공식 상장 폐지된다”고 공시했다. 마지막 거래일 종가는 0.36위안(약 69원). 시가총액은 올해 초 기준 30억 위안(약 5천억 원) 이하로 추락했다.
지난해 말 운영 점포는 직영점 32곳만 남았다. 같은 해 신규 매장은 1곳에 불과했고, 45곳은 폐점하고 15곳은 다른 업체에 양도됐다. 같은 해 실적 예상치는 4억 1000만~4억 6000만 위안 흑자였으나 실제로는 1700만 위안 이상 적자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억 29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8% 급감했고, 당기순손실은 796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민간의 효율성 발목 잡는 국유 자본 개입의 명암
런런러의 내리막길은 외적인 경영 환경 변화 외에도 내적인 요소로 구조 개혁 부진이 거론된다.
런런러는 민영 유통업체로 출발했으나, 2019년 시안시 산하 투자기관인 취장신구관리위원회가 지분을 대거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로 자리매김하며 실질적으로 국유기업화했다.
이후 온라인 전환이나 점포 통폐합 등 뚜렷한 개선 없이 실적 악화가 지속됐다. 이 기간 대표이사는 3차례나 교체됐으며 평균 재임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 등 리더십의 부재를 노출했다.
전문가들은 런런러의 몰락을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유자본의 시장 개입 → 효율성 저하 → 시장 철수’의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중국 화중과기대 겸직 교수이자 금융 싱크탱크 연구원 위펑후이(余豐慧)는 신경보 산하 경제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런런러의 몰락 원인을 “과도한 점포 확장으로 수익성 관리를 소홀히 한 데다 전자상거래와 신유통 전환에도 뒤처졌다”고 분석했다.
위 연구원은 “상장 폐지는 자금 조달 능력 약화, 브랜드 이미지 훼손, 인력 이탈 가속화 등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협력 업체와의 관계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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