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국에 침투했다” 조롱글 올린 뒤 급히 삭제…日 귀화 중국인 SNS 파문

마오쩌둥 어록집 모티브 삼은 中 SNS ‘샤오홍수’에 게재
日 네티즌 반발·신고에 “농담이었다…일본은 제2의 고향” 뒷수습
일본 국적을 취득한 한 중국 남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 여권 사진과 함께 “적국에 침투했다”는 조롱 섞인 글을 올렸다가 일본 네티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글을 급히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중국과 대만은 물론 일본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이 되며 확산 중이다.
논란은 최근 중국의 SNS 플랫폼 ‘샤오훙슈(小紅書)’에 ‘란옌뤄이(藍眼淚)’라는 계정을 쓰는 남성이 “일본 국적 취득에 성공했다”며 일본 여권을 인증하는 사진을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글에 “적국에 침투했다”고 적으며, 일본 여권 외에도 ‘국적 이탈 신청’ 도장이 찍힌 중국 여권, 만료된 일본 체류카드 사진 등을 함께 올렸다.
이 게시물은 중국 본토와 대만, 일본은 물론 미국의 SNS 플랫폼 ‘X’(구 트위터)에도 확산되며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타국, 특히 대만에 조직적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금 커졌다.
일본 네티즌들 역시 강한 반감을 표출했다. 일부 일본 누리꾼은 해당 남성의 귀화 경위를 일본 법무성에 신고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투자이민 제도를 이용한 중국인 이주민이 급격히 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녀의 공립학교 입학을 원하는 중국인 부모들이 도쿄의 고급 주택가에 모여들면서, 현지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 이를 우려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상태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해당 남성은 곧바로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하고 계정 이름도 변경했다. 그리고 지난 7일, 그는 다시 올린 글에서 “처음 SNS를 사용하다 보니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며 “’적국 침투’라는 표현은 단순한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신이 어떤 나라에 있든 현지의 법률과 도덕을 존중하며 따를 것이라며 “악성 댓글을 멈추고, 더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쓰길 바란다”고 누리꾼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자신의 경솔한 농담이 가져온 파문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온라인 해프닝을 넘어 중국 공산당의 해외 침투에 대한 주변국의 경계심, 해외에서도 사회주의 체제하에서의 생활 습성을 유지하려는 중국인 이민자들의 성향 등 복잡한 사회적 배경을 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샤오홍슈는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절 홍위병이 들고 다니던 붉은 표지로 된 마오쩌둥 어록집의 별칭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공산주의 이념을 선전하는 정치적 도구였으나, 오늘날 샤오홍슈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뷰티·패션·생활 트렌드를 공유하는 SNS 플랫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오쩌둥 어록과 직접 관련은 없으나, 소셜미디어 서비스 초기 붉은 책을 아이콘으로 사용하는 등 ‘없으면 따돌림 당하는 물건’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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