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친팔레스타인 시위, 확산 배후에 中 정보 공작 정황

테리 우
2024년 05월 15일 오전 10:05 업데이트: 2024년 05월 15일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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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중국공산당, 미국서 SNS 통해 시위 선동”
메타(페이스북) 지난해 조사에선 중국 여론 공작용 계정 다수 적발

중국공산당이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부추기기 위한 ‘정보 공작’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기회로 삼아, 미국 사회 내 분열을 조장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정보전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해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기업 메타는 ‘스패무플라주(Spamouflage)’라고 불리는 정보 공작을 추적해 그 중국 당국과 관련된 개인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위협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스패무플라주’는 스팸(Spam)과 위장(Camouflage)을 합성한 신조어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방식의 정보 공작을 가리킨다.

미국 클렘슨대의 매체 연구소 ‘미디어 포렌식 허브’에 따르면, 스패무플라주와 관련이 있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는 “대학 캠퍼스 야영지로 집결하라”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중국 당국과 관련성이 지목된 바 있는 계정들이 현재 더 많은 미국 시민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나서도록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학생들은 캠퍼스 내에 텐트를 설치하고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 시위는 삽시간에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 중국공산당 관영 영자신문인 차이나데일리는 같은 달 24일 사설에서 “최근 시위가 확산하는 것은 미국 내 사회 분열과 계급 간 갈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국 현지에서 종이신문으로도 발행된다.

미국 내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공산당이 이번 시위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번 시위를 기회로 미국의 혼란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휴스턴의 세인트토마스대 국제학 교수인 예야오위안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은 미국 내 혼란과 분열을 강조해 ‘미국은 나쁜 국가다’라고 주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예 교수는 이어 “(중국공산당은) 미국을 최대한 부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자신들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패무플라주

온라인 허위 정보를 추적하는 업체인 그래피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주도하는 정보 공작인 스패무플라주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그래피카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치를 칭찬하는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급격히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외교 정책과 틱톡 규제를 비판하는 콘텐츠도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4년 4월 30일,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교내 건물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학생들을 경찰이 체포하고 있다. | Charly Triballeau/AFP/Getty Images/연합뉴스

미국 럿거스대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내용의 콘텐츠가 검열되거나 삭제되고 있다”고 알렸다.

중국공산당과 연결된 스패무플라주 계정들은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이 강압적인 방식으로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미국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등 미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게시물을 계속 퍼뜨리고 있다.

중국 전문 분석가인 안토니오 그레이스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스패무플라주로 인한 세뇌와 선동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정권은 자국 매체와 소셜미디어 가짜 계정 등을 총동원해 이런 종류의 선전 메시지를 끊임없이 퍼뜨리고 있다”며 “미국 내 문제를 강조하고, 실제보다 부풀림으로써 사회 분열을 조장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들(중국)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는 서툴지만, 선동하는 데는 능숙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미국의 허위 정보 추적 사이트인 뉴스가드에 따르면 러시아와 이란도 중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 공작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러시아는 서방 국가의 언론기관을 모방해 만든 웹사이트까지 동원했다.

정보 조작을 연구하는 미국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브렛 셰이퍼 선임연구원은 “중국, 러시아, 이란이 지정학적 이득을 얻기 위해 미국에 대한 인식을 깎아내리는 내러티브를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