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이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광범위한 ‘선거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 19일 보고서를 공개하며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등이 개입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특히 ODNI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에 침투하는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작전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지난해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은 미중 간 경쟁에서 정치적·경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을 상대로 영향력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중국공산당은 미국의 정책과 여론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포괄적인 지침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 지침에 따라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 광범위한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이 시도가 발각되더라도, 현 행정부(바이든 행정부)가 이에 대해 심각하게 보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공산당은 미 의회를 ‘반중 활동의 중심지’로 규정하고, 이를 겨냥한 영향력 작전에 총력을 다할 것을 여러 차례 지시했다.
보고서는 “2021년 중국공산당은 반중 성향을 보이는 미 의회 의원들을 식별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2022년 중간선거에서 이런 의원들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지지율을 떨어뜨리려 시도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작전에는 소셜미디어 가짜 계정 및 가짜 웹사이트 운영, 홍보업체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콘텐츠 선전 등의 수법이 동원됐다.
이런 수법을 통해 미국의 민주주의 모델을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이도록 시도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도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중간선거 기간 중국 해커들이 온라인에서 미국 유권자를 가장해 미국 사회의 분열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생성하고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기업 메타는 지난 3분기 적대적 위협에 관한 보고서에서 “중국에 기반을 둔 가짜 페이스북 계정 4789개를 폐쇄했다”며 “이 가짜 계정들은 미국인으로 위장해 미국 정치, 미중 관계에 대한 논쟁적인 콘텐츠를 게시했다”고 밝혔다.
외국 세력
ODNI 보고서는 중국의 소셜미디어인 틱톡을 지목하며 “2022년 8월경 틱톡 내에서 미국 정치와 사회 이슈를 다루는 영어 메시지 활동이 늘어났다. 여기에는 낙태, 총기 규제, 이민 문제 등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레이 국장과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틱톡의 위험성에 대해 한목소리로 경고해 왔다. 헤인즈 국장은 “중국공산당이 틱톡을 통해 사용자의 개인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이란, 쿠바의 선거 개입 시도도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 선거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화하려 했다.
이란은 미국의 정치 시스템과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미국 내부의 긴장을 고조하려 시도했다. 또한 이란의 외교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정치인이나 정책을 옹호하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쿠바는 2022년 중간선거 당시 특정 후보자의 정책이 자국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그 후보자를 비판하는 식의 개입을 시도했다.
보고서는 “적대적인 외국 세력은 대부분 미국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선거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며, 미국 내 정치·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작전을 은밀히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