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정해서 생필품만 사자’ 소비습관 개선 움직임
미국에서 생필품을 제외하고 다른 물건들을 전혀 구매하지 않고 버티는 ‘노 바이 챌린지(No-buy challenge)’가 유행하고 있다.
‘과소비 상징’이었던 미국인들이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 사태를 맞아 생활문화를 바꾸며 적응해나가고 있는 모습으로 평가된다.
AP통신은 28일(현지 시각) 미국 전역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 바이(사지 않기) 챌린지’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판 ‘디시인사이드’로 불리는 커뮤니티 ‘레딧’의 노 바이 챌린지 그룹에는 5만1천 명이 모여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이 챌린지는 불필요한 신발이나 화장품을 사지 않거나 혹은 꼭 필요하지 않은데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행위를 일정 기간 자제하겠다고 서약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1년의 시한을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이 모인 그룹 게시판에는 “새 옷 구매를 포기했다”, “타깃(쇼핑몰)에서 사는 것을 중단했다”, “구매 목록에서 탄산음료를 금지했다” 등 자신의 경험담과 동영상이 게재된다. 몇몇 동영상은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시선을 모았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엘리사 버먼은 사치품 의류를 ‘지르기’하면서 신용카드 빚이 수만 달러(수천만원)로 불어나자 소비 습관을 바꾸기 위해 노 바이 챌린지 동참을 선언했다.
새 옷을 사지 않고, 화장품과 헤어용품은 가지고 있는 제품을 다 사용한 후에만 구입하기로 했다. 사교 모임도 비용이 적게 들거나 아예 비용이 들지 않는 활동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2주 만에 새 모자를 사고 말았다는 실패담을 전하기도 하면서 카드 빚 청산이라는 목표 달성 의지를 보였다.
노 바이 챌린지 참가자들이 모두 채무 상황을 목표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빚을 지진 않았지만 과소비로 인한 환경 부담 가중을 피하기 위해 도전 중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한 참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집에 돌아와 자기 방을 가득 채운 물건을 본 후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산더미 같은 쓰레기에 자신이 얼마나 일조하고 있는지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 외 자신의 소비생활을 더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싶어 챌린지에 뛰어들었다는 이들, 상대방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싫어서 데이트를 자제하기로 했다는 여성 참가자도 있었다.
이런 챌린지의 배경으로는 고물가 등 미국의 경제 어려운 상황이 거론된다.
올해 미국의 식료품 가격은 2019년 대비 26% 상승했다. 식료품의 상승폭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다른 물가도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하며 이전보다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아직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한동안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비 습관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