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中공산당 美 선거개입 수사 억제…국장 증언과 상충 우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2020년 당시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의 공개 증언과 상충할 것을 우려해 중국의 미국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차단했다는 사실이 새로 공개된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미 상원 법사위원장인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 의원이 1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한 FBI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FBI는 처음엔 중국의 부정 우편투표 시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정보 보고서를 발표했다가 해당 보고서가 큰 주목을 받자 같은 날 다시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FBI 본부는 이메일에서 보고서 회수의 이유로 ‘신뢰성 문제’를 들었으며 해당 보고서를 발행한 올버니 지국에 정보원을 재인터뷰해 추가 정보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올버니 지국에서 초기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는 추가적인 설명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보고서는 재발행되지 않았다. 한 이메일에서는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 보고 내용이 레이 국장의 증언과 상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FBI의 마셜 예이츠 부국장은 지난 6월 27일 척 그래슬리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해당 정보 보고서(IIR) 회수는 비정상적인 조치였다는 사실이 전달됐다”고 밝혔다.
예이츠 부국장은 “이 회수 결정은 정보 보고 절차의 진실성과 그것이 정치적 압력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오늘 공개된 자료에서 보듯 해당 정보원은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FBI는 신빙성이 부족하거나 명백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를 배제한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회수할 이유가 없었다”
2020년 9월 25일 배포된 해당 정보 보고서는, 한 기밀 정보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정보원은 중국 당국이 그해 8월 말 미국 가짜 운전면허증을 대량으로 제작한 뒤 이를 “비밀리에 미국으로 수출했으며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수만 명의 중국 유학생 및 이민자들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인 조 바이든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정보는 정보원의 하위 정보원이 익명의 중국 당국자로부터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7월 말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들은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약 6개월 동안 압수된 가짜 운전면허증이 거의 2만 장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에서 보내진 것이며 인근 주(州)로 향하는 대학생 연령대의 수령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해 9월 25일 정오쯤 올버니의 한 FBI 요원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동료들에게 FBI 본부가 향후 선거 관련 보고서가 배포되기 전에 사전 통지를 받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우리의 IIR(정보 보고서) 중 하나에 대해 본부로부터 몇 시간 만에 전화를 받았다면 IIR 절차 중 무언가는 확실히 잘 작동하고 있는 거야. 훌륭하게 해냈어!”라고 해당 요원은 썼다. 여기서 ‘IIR’은 정보 보고서에 대한 FBI 내부 용어다.
그 요원은 또 “보고서는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조율되고 배포됐다”고 덧붙였다.
그날 오후 올버니 지국에서 보낸 이메일에는 “현재로서는 회수할 이유가 없다”고 쓰여 있었으며 정보원과의 재접촉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10월 8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수사국(FBI) 본부 J. 에드거 후버 빌딩. ⎢ Kent Nishimura/Getty Images
그러나 몇 분 뒤 FBI 범죄수사국에서 이메일을 보내 방첩 및 사이버 부서 부차장인 니키 플로리스와 토냐 우고레츠가 “정보원에 대한 재인터뷰가 이뤄질 때까지 보고서를 회수할 것을 직접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사흘 뒤 올버니에서 발송된 이메일은 관련된 FBI 요원들에게 본부가 선거 관련 정보에 대해 새로운 감독 요건을 설정했다고 통보했다.
한 요원은 이메일에서 이렇게 썼다. “예상대로 이제부터는 선거와 관련된 모든 원자료 보고는 본부의 조율을 필요로 하게 됐다. 이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요구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해당 정보원은 올버니의 FBI 연락요원을 직접 만나, 의혹을 제기한 중국 거주자의 이름, 나이 및 기타 세부 정보를 제공했다.
정보원은 이 중국 거주자와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말했으며 그 인물을 “조심스러운 사람”이자 “중국 공산당 당원은 아니며” 오히려 “1949년 공산당 집권 이전의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듯한 인물”로 묘사했다.
9월 29일 자 이메일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담당 수사관은 해당 정보원이 유능하며, 보고에 있어서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메일은 또한 정보원이 하위 정보원의 정보에 대해 “매우 매우 자신감을 보이며 신뢰도는 1에서 10까지의 척도 중 9~10 수준”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우려스러운 결정’
FBI 본부는 애초부터 이 의혹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보 보고서가 배포되기 하루 전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상원 위원회 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주요 선거에서, 우편투표든 그 외 방식이든, 조직적인 국가 차원의 유권자 사기 시도를 본 적이 없다.”
9월 25일 자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올버니 지국과의 통화에서 본부는 “다른 수집 경로를 통해 해당 의심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것이 선거 개입을 위한 중국의 허위정보 캠페인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FBI가 정보원을 재인터뷰한 이후에도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의 증언과 충돌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최소 두 통의 이메일에서 드러났다.
올버니 지국에서 보낸 한 이메일은 다음과 같이 썼다. “이 정보가 미국 정보공동체(USIC) 전체의 판단과 충돌하고, 레이 국장의 의회 증언과도 모순되며, 현 행정부에 중요한 사안이란 점에서 우리는 해당 정보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고될 가능성이 있는 자료처럼 간주하고 최소한 다음 정보들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뒷받침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이메일은 이어서 정보원에 대해 확인해야 할 질문 목록을 제시했다.
FBI의 정보원 담당자는 그로부터 30분 이내에 응답했다.
그러나 FBI 고위 관계자들은 “선거에 대한 위협과 관련해 새로 보고할 내용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9월 30일 자 이메일에서는 다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보고는 레이 국장의 증언과 상충될 것이다.”
FBI 올버니 지국 소속 정보분석관 가운데 최소한 한 명은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으며 ‘일상적인 운영 및 행정 사항’까지 왜 본부 검토가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 보고가 레이 국장의 증언과 상충할 것이라는 표현이다.” 한 정보분석관은 이렇게 썼다.
“그 문구는 우리가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정치적인 이유라는 의미로 읽혔고, 이는 우리 조직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사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또한 현장 작전 수준에서는 우리 정보가 국장의 발언과 일치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후 FBI 시카고 지국 소속의 한 정보분석관이 이 정보 보고서 관련 사안에 대해 올버니 지국에 문의했다.
2020년 10월 8일 FBI 산하 외국영향대응팀의 한 관계자는 올버니 지국에 여전히 해당 정보가 “권위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으며” 재발행 또한 승인되지 않았다고 통보했다.
예이츠 부국장은 그래슬리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대한 정보 요청을 제외하고는 해당 태스크포스가 이 보고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사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간 보고 자료와 논리적인 수사 단서들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회수 명령은 이 메모의 파기를 지시했지만 예이츠 부국장은 관련 커뮤니케이션은 보존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해 그래슬리 의원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분석관은 정보가 거짓이거나 불필요한 피해를 야기할 것을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배포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본부는 “정보공동체 중 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며 어떤 정보가 유효한지 결정할 유일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 분석관은 덧붙였다. “그 하위 정보원이 실제로 중국 관리로부터 정보를 받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실제로 받았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는 업데이트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후 그 처리 여부는 본부의 판단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한 이메일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정치적 파장을 언급하기 시작하게 되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향한다.”
FBI는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2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FBI 이메일 관련 기사를 공유했지만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래슬리 의원은 이번 기록들이 “정치적 결정의 흔적이 역력하며 레이 국장이 이끄는 FBI가 얼마나 심각하게 망가진 조직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전례 없는 글로벌 팬데믹 속에서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FBI는 자국의 국가안보 사명을 저버렸다. 진실이든 아니면 단순한 연막이든 정보는 반드시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
그래슬리는 지난 2월부터 FBI 국장을 맡고 있는 카시 파텔에게 투명성 회복을 위한 협력 의지를 보여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제는 FBI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할 때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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