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서명…대대적 변화 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4일(이하 현지 시간),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서명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독립기념일인 이날 오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서명식을 열고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이 법안은 법률로서 공식 효력을 갖게 됐다.
앞서 미국 연방의회는 전날(3일)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940페이지가 넘는 이 방대한 법안은 하원과 상원 공화당원들이 수 주일간 벌인 당내 및 양원 간 협상의 결과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서명한 이 법안은 그의 2기 의제를 수행하기 위해 10년간 미국 정책과 예산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법안에는 ▲세금 감면(2017년에 도입) 영구화 ▲팁·초과근무·사회보장 소득에 대한 세금 공제 ▲국경 장벽 완성 ▲1500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비 지출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녹색 에너지 세금 공제 폐지 등 주요 국정과제가 담겼다.
다음은 이 법안의 주요 구성 요소들이다.
2017년 세금 감면 연장
이 법안의 핵심은 트럼프 1기 재임 중인 2017년 세금 감면 및 일자리법(the Tax Cuts and Jobs Act)에 처음 포함됐던 세금 감면을 연장하는 것이다.
이 법은 전 소득 계층에 걸쳐 세율을 크게 낮췄으며, 대부분의 구간에서 약 2~4%의 감세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감세가 연장되지 않으면 9월 30일 2025 회계연도 말에 세율이 2017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이는 공화당이 간절히 피하려는 상황이다.
아동 세액공제 확대
17세 미만 자녀 1명당 일정 금액을 세금에서 직접 차감해 주는 세액공제를 2000달러에서 2200달러로 늘리고 이를 영구화했다.
초과근무·자동차대출·팁 세금 감면
팁, 초과근무수당, 자동차 대출에 대한 세금을 줄이는 것은 트럼프의 핵심 선거 공약이다.
납세자들은 팁으로 벌어들인 소득 중 첫 2만5000달러, 단독 신고자의 경우 초과근무수당 중 최대 1만2500달러(합산 신고자의 경우 최대 2만5000달러), 그리고 미국산 차량에 대한 자동차 대출 이자 중 최대 1만 달러를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고령자를 위한 6000달러 사회보장 공제
트럼프의 “사회보장에 세금 없음” 공약 대신, 이 법안은 고령자들이 사회보장 소득 중 6000달러를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되, 단독 신고자의 경우 소득이 7만5000달러, 합산 신고자의 경우 15만 달러를 초과하면 공제액이 감소하도록 했다.
단독 신고자 중 17만5000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이나 소득이 25만 달러를 넘는 합산 신고자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민 및 국경 보안 예산 지원
이 법안은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했던 핵심 공약들에 따라 이민 단속에 15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트럼프의 대규모 추방 작전을 주로 담당하는 기관인 이민세관단속청(ICE)에 배정하는 약 300억 달러가 포함되며, 이와 함께 이러한 노력을 지원하는 주 및 지방 정부에 지급하는 135억 달러의 보조금이 포함된다. 이 법안은 불법 이민자 구금에 450억 달러를 배정했다.
또 다른 465억 달러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따라 장벽을 건설하는 데 사용된다.
이 자금은 2029 회계연도 말까지의 지출을 지원한다.
국방
이 법안은 국방에 1570억 달러를 배정하며, 이 중 290억 달러는 미국의 해상 역량 강화와 조선업에, 250억 달러는 군수품에, 250억 달러는 ‘골든 돔’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자금은 2029 회계연도 말까지의 지출을 지원한다.
클린에너지 세액공제 삭감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포함된 여러 클린에너지 세액공제가 빠르면 2025년부터 삭감된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9월 30일에 종료된다. 수소, 풍력, 태양광을 포함한 기타 클린에너지 프로젝트들은 프로젝트 유형에 따라 2027년 12월 31일 또는 2028년 1월 1일까지 가동을 시작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메디케이드와 농촌 병원
이 법안은 신체가 건강한 성인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월 80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한다는 요건을 부과해 메디케이드 지출을 줄이려 한다. 메디케이드는 원래 임산부, 어린이, 장애인, 극빈층만 대상으로 하고 소득이 낮아도 건강한 성인은 대부분 제외되어 있었다. 그런데 2010년 오바마케어 이후 연방정부가 각 주에 메디케이드를 소득이 ‘연방 빈곤선(FPL)’의 133% 이하인 모든 성인으로 확대하라고 권장해 왔다.
또한 적정의료법(Medicaid under the Affordable Care Act)에 따라 메디케이드를 확대한 주에서 각 주가 메디케이드 프로그램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병원과 의사에게 부과하는 세금인 ‘공급자 세’를 6%에서 3.5%로 줄인다. 프로그램을 확대하지 않은 10개 주는 변화가 없다.
메디케이드 지출을 줄이면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농촌 병원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상쇄하기 위해 이 법안은 그러한 시설을 지원하는 데 500억 달러를 배정한다.
이 법안은 또한 낙태 클리닉이 1년간 메디케이드 자금을 받는 것을 차단한다.
SNAP 삭감
이 법안은 보조영양지원프로그램(SNAP, 일반적으로 푸드스탬프로 알려짐) 운영에 있어 처음으로 주정부에 부담을 분담시킨다. 금액은 각 주의 지급 오류율에 따라 달라지지만 5%에서 15% 사이가 될 것이다. SNAP은 저소득 가정에 음식품 구입비를 지원하는 제도로서, 2024년 기준 1인 가구 최대 월 291달러, 4인 가구 최대 월 973달러를 지원한다.
그러나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오류율을 줄이기 위해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이 조항에서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각 주의 행정비용 부담을 현재 50%에서 75%로 늘린다.
부채 한도 5조 달러 증액
이 법안은 미국 부채 한도를 5조 달러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무부가 앞으로 몇 달 안에 채무불이행에 직면할 수 있어 이 조항은 법안에서 가장 시급한 항목 중 하나다.
랜드 폴 상원의원과 하원 보수파들은 이처럼 급격한 부채 한도 인상에 대해 공공연히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SALT 공제 한도 4만 달러로 인상
법안 작성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사안 중 하나는 주 및 지방세(SALT) 공제였는데, 이는 2017년 세금감면법에서 1만 달러로 상한이 설정된 바 있다. 상원 법안은 이 상한을 연간 4만 달러로 즉시 인상하되, 인플레를 감안하여 향후 5년간 매년 1%씩 인상하도록 했다. 2030년부터는 상한이 다시 1만 달러로 돌아간다.
SALT는 납세자들이 연방 과세 대상 소득에서 주 및 지방세의 일부를 공제받을 수 있게 해 준다. 이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세금이 낮은 적색 주(공화당 우세 주) 납세자들보다 청색 주(민주당 우세 주) 납세자들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 롤러(공화당-뉴욕) 하원의원 같은 하원 온건파들은 SALT 상한 인상을 이 법안에 대한 지지 조건으로 끝까지 고집했다.
교육 정책 조정
연방 교육 정책에도 여러 조정을 가한다.
고소득 학생과 전액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의 펠 그랜트(연방 학자금 무상지원) 수급 자격을 축소한다. 또한 현재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 방식이 복잡한데, 이를 단순화해서 매월 일정 금액을 상환할지 아니면 월 소득의 일정비율로 상환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또한 대학의 재산 규모에 따라 1.4%, 4%, 8%의 변동세율로 대학 기부금에 세금을 부과한다.
의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된 조항들
상원의 비당파적 심판관인 엘리자베스 맥도노 의회규정담당관은 상원 재정위원회 법안 초안의 많은 조항이 직접적으로 예산에 영향을 주는 사항들이 아니어서 예산조정 과정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이러한 조항들이 삭제되지 않았다면 공화당은 법안 통과를 위해 51표가 아닌 60표가 필요했을 것이다. 상원에서 예산법안을 제외한 모든 법안은 보통 60표의 찬성이 필요하다. 조정된 법안은 지난 7월 1일 상원에서 찬성 50표, 반대 50표인 상황에서 JD 밴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으로서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가까스로 가결됐다.
삭제된 조항들에는 주정부가 이민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 연방 공무원과 관련된 여러 조항, 그리고 정부 기관의 비용 절감 조치에 재정적 보상을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온라인에서 격렬한 논란을 일으켰던 마이크 리(공화당-유타) 상원의원의 연방 토지 매각 제안도 제외됐다.
소음기와 특정 유형의 총기류에 대한 200달러 소비세와 규제를 삭감하는 또 다른 제안도 예산조정 과정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정됐다.
상원 수정안 투표에서 상원의원들은 99 대 1로 주정부의 인공지능 규제를 10년간 금지하는 조항을 제거하기로 표결했다.
공화당은 또한 미국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의 기업들에 대해 트럼프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보복세’라고 불리는 조치도 제거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협상 후 이 조항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맥도노 담당관은 또한 연방준비제도 직원들의 급여 삭감과 바이든 시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승인된 프로그램들의 폐지 등을 거부했는데, 이들은 예산법안이 아니라 일반 법안으로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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