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 리스크 줄이려 의료물자 등 필수품 비축 추진

유럽연합(EU)이 의료용품을 포함한 필수 물자 비축 계획과 유럽 화학 산업 육성 방안을 공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9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향후 위기 상황에서 식량, 물, 에너지, 의약품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EU 비축 전략’과 ‘의료 대응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에 나온 전략들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전날(8일) 발표한 발언에 따른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8일, EU가 경제와 산업 리스크를 줄이고 중국산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는 백신과 보호용 마스크 부족 사태를 겪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
하자 라비브 EU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사회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물자가 항상 공급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비축 전략에 따라 회원국들이 비축 활동을 공동으로 조율할 수 있는 블록 차원의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이를 통해 부족한 물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보충하고 물자 운송 체계도 개선할 계획이다.
라비브 위원은 “일부 국가들이 개별적 비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누가 무엇을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첫 번째 단계는 정보 교환”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략은 민·군 협력 강화와 민관 파트너십 확대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 대응 전략은 EU 내에서 의료용 물자의 개발‧생산‧배포 및 접근성을 가속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U는 8일 방위, 청정기술, 디지털 등 여러 핵심 산업에 중요한 화학물질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별도의 ‘화학산업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행동계획에 따르면 EU 화학 부문은 제조 상품의 96% 이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해당 부문은 2003년 이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절반으로 줄었으며 중국 등 경쟁국들이 주요 강자로 부상했다.
올해 6월 30일 기준으로 EU 집행위는 화학물질 수입과 관련해 46건의 조치를 시행했으며 이 중 대부분은 “대규모 과잉 생산 능력 증가와 관련된 중국산 수입에 집중돼 있다”고 문서는 설명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8일 유럽의회에서 열린 EU-중국 관계 토론회에서 중국 정권이 EU의 중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한편 보조금이 지원된 중국산 상품이 세계 시장에 대거 유입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현실은 유럽이 직면해야 할 중대한 도전 과제”라고 말한 그녀는 “우리는 경제와 산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무역 방어 조치라는 새로운 도구를 활용하며, 중국이 의존 관계 또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분야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등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중국 협력이 진전되기 위해서는 “시장 왜곡을 줄이고, 중국에서 수출되는 과잉 생산 능력을 완화하며, 유럽 기업이 중국에서 공정하고 상호적인 시장 접근권을 확보하는 진정한 균형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EU는 중국 의료기기 기업들에 대해 500만 유로(약 57억원) 이상 규모의 EU 공공 계약 입찰 참여를 금지했다. 이는 중국이 EU 공급업체의 중국 내 공공 조달 계약 수주를 방해하는 ‘중대하고 반복적인 법적·행정적 장벽’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은 지난 6일 EU 기반 공급업체가 4500만 위안(약 63억원) 이상 중국 정부 조달 계약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로운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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