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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약화된 이란…미국, 中 공산당에 총력전 ‘골든 타임’ 잡았나

2025년 07월 08일 오후 3:24
<B>미국 국방부, 이란 핵시설 타격 결과 브리핑</B>
미국 국방부 피트 헤그세스 장관과 합참의장 대행 댄 케인 공군 대장이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한 이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회견장에는 이란 포르도 핵연료 농축시설(Fordow Fuel Enrichment Plant)의 사진이 게시됐다. 앞서 이란은 보복으로 카타르 알우다이드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 Andrew Harnik/Getty Images미국 국방부, 이란 핵시설 타격 결과 브리핑 미국 국방부 피트 헤그세스 장관과 합참의장 대행 댄 케인 공군 대장이 2025년 6월 26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한 이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회견장에는 이란 포르도 핵연료 농축시설(Fordow Fuel Enrichment Plant)의 사진이 게시됐다. 앞서 이란은 보복으로 카타르 알우다이드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 Andrew Harnik/Getty Images

미국, 중동·유럽 문제 동맹에 맡기고 중공 압박에 초점
‘역 닉슨 전략’ 시동…러시아와 손잡고 중공 고립도 카드
CIA심리전·통상·기술전까지…美, 중공 초한전에 전방위 대응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을 최대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해 온 미국은 지난 수년간 중동과 유럽에서의 두 전쟁으로 인해 우선순위에 혼선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이란의 전력 약화와 이를 목격한 러시아의 위축은 미국이 중공을 본격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시아, 특히 중국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고민해 왔다. 소련 붕괴 이후 중국 견제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우선’ 전략이 구상됐지만, 실행은 번번이 지연됐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구도를 공식화했고, 10년 뒤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라크 전쟁, 우크라이나 사태 등 잇따른 국제 정세가 이 전략을 무산시켰다.

당시 미·중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갔던 2001년 미·중 정찰기 충돌 사건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계획 등은 강경한 대중 정책의 일환이었지만,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은 테러와의 전쟁에 집중되면서 중국 견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2002년 북한의 핵 개발 사실이 드러난 것도 중국의 외교적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였다. 미국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기대하며 북핵 3자 회담, 6자 회담 등을 추진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에서 협력 파트너로 위치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중동·유럽에 쏠렸던 미국의 관심, 다시 아시아로

미국 세인트토마스대 국제관계학과의 예야오위안(Ye Yao-yuan) 교수는 “미국은 중국의 야망을 과소평가했으며, 중동 지역에 외교 역량을 과도하게 투입한 결과 중국의 성장을 저지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런 미국의 정책 전환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명시적인 주요 위협으로 규정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 강화에 나섰다.

또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의 대중 전략 브레인이었던 마일즈 위(중국명 위마오춘) 박사가 제안한 ‘중국(인)과 중공을 구분한다’는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타점을 집중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친중 정권이 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이러한 대중 정책 기조를 계승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를 넘어서는 대중 압박을 펼쳤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략적 초점이 분산됐다.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공화당 내부에서는 “미국의 주적은 러시아도, 이란도 아닌 중국(중공)”이라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하원은 ‘미국-중국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설립하며, 미국의 최대 위협이 공산주의 중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후 미 의회에서 유럽과 중동에 소모되는 자원과 시간이 모두 중공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를 약화시킨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는 유럽 국가에 맡기고, 우크라이나 지원은 축소하는 대신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역(逆) 닉슨 전략’이라는 개념도 언급된다. 1970년대 미국이 중국과 손잡고 소련을 견제했던 전략의 역전판, 즉 러시아를 회유해 중공을 고립시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대결 대신 협상에 힘을 쓰는 것 역시 중공에 대한 국제적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의 일부분으로 이해된다.

이란 타격, 미국의 전략 전환에 중대한 분기점

이러한 구상이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로 부상한 데에는 이란의 약화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은 주요 방공망, 드론 체계, 핵시설에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주요 지휘부가 약화됐고, 정권 자체의 안보 역량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긴장 유발 능력이 상실되면서, 미국 입장에선 전략적 여유가 생긴 셈이다.

6월 말 미국 국방부는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 공습과 관련해 “세 곳의 핵 거점 중 두 곳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7월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와 이란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비록 푸틴이 즉각적인 휴전을 거부했지만, 이란이 무력화된 가운데 러시아의 전쟁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공도 주시…“러시아의 실패는 곧 베이징의 위기”

중국 외교부 왕이 부장(장관)은 지난 2일 유럽 방문 중 EU 외교 고위 대표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면, 미국의 전략적 초점이 중국으로 옮겨질 것”이라며 불안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대 정치학과 천스민(陳世民)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존재 자체가 중공에 큰 이익이 되고 있다”며 미국이 러시아와 협상하면서 중공을 겨냥한 힘이 분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하며, 미국은 핵우산 등 최후의 억지력을 제공하는 역할만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위기가 모두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지만, 미국은 이미 전략적 중심을 중공 견제로 전환한 상태”라며 이와 같은 사실은 미국의 군사적 상대를 중국 한 곳만으로 규정한 국방부 전략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3월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국방부 내부에 배포한 ‘임시 국가 방위 전략 지침’에서는 미국은 러시아·북한·이란 등의 위협에 대한 억제를 동맹국에 맡기고, 군사적 역량을 중국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군의 최대 목표가 중국 억제라는 것이다.

“미국, 더는 중공의 변화 기대 안 해…정면 대결 국면”

예 교수는 “미국은 더는 중공이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미·중 경쟁은 전면적인 대결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지금 중공을 향해 대놓고 ‘나는 이렇게 하겠다, 네가 어쩔 건데’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이란처럼 직접 폭격은 할 수 없는 만큼,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중공을 고립시키고, 중공의 외교력을 동원한 반미 세력 규합 움직임을 와해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베트남과의 통상 협정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한 40% 환적 관세(세컨더리 관세) 조항을 포함시켰고, 영국과의 협정에서도 공급망 안정 조항을 삽입했다. 미국의 대중 통상 정책이 단기적으로 완화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중공을 겨냥한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5월 1일 중공 고위층과 일선 관리들을 겨냥한 영상 선전물을 공개해 첩보 협력을 유도하고, 내부 불신을 조장하는 심리전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중공 당국의 고강도 반부패 운동과 맞물려 정권 내부 균열을 심화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반부패 운동에 반감을 가진 내부 인사들을 정보원으로 포섭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중공을 압박하는 행위다. 미국은 현재의 중공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중공 구성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이탈자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다만 담장대학교 전략연구소 션밍스(沈明室) 교수는 “중공이 내부 권력 투쟁과 경제난, 군 내부 부패까지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입장에선 이를 정면 돌파할 절호의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9월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지만, 설령 무산되더라도 미국의 대중 압박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션 교수는 “러시아를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는 건 쉽지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려 할 뿐 아니라 중국의 도움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인 해법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 묶어 두고, 미국은 전력을 다해 중공을 견제·제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경제·정보전…미국의 전방위 압박 본격화

중공은 초한전(超限戰, 경계가 없는 무제한 전쟁) 전략으로 미국을 맹폭해 왔다. 정치, 경제, 문화, 언론 분야에서 침투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 개입을 시도하며, 펜타닐 등을 이용해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 마약 전쟁을 벌여 왔다.

미국은 그동안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며 일방적으로 당해 왔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하면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관세 전쟁’으로 묘사된 고율 관세 외에도 화웨이 등 중국 핵심 IT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군사 훈련 및 안보 협력 증대로 맞서고 있다. 특히 중공과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 필리핀 등에 대한 미국의 공조는 중공의 대외 전략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신형 전투기와 폭격기 개발, 동맹국과의 공동 무기 훈련 확대, 내부 친미 인사의 양성 등도 미국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다. 션 교수는 중국 본토 내부에서 권력 다툼과 분열이 지속될 경우, 유력 인사를 회유하거나 친미적으로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것도 장기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 교수 역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은 기술 패권 경쟁”이라며, “미국은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압도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내다봤다.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쑹탕, 이루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