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분석] 중국의 아프리카 저가 전기차 실험, 현지 자동차 업계 우려 고조

2025년 07월 07일 오후 11:42
2025년 1월 17일 중국 허페이에서 한 작업자가 차량의 충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Kevin Frayer/Getty Images2025년 1월 17일 중국 허페이에서 한 작업자가 차량의 충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Kevin Frayer/Getty Images

중국이 전기차(EV) 산업에서의 국제적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공장을 건설했거나 현재 건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인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케냐 등 신흥 지정학적 강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주요 산지인 아프리카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국영 자동차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세로 인한 수익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낮은 인건비를 활용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수입 차량에 기본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자국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는 100%란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유럽 또한 일부 국가의 경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자동차협회(AA) 부문장 등을 역임한 뒤 독립적인 자동차 산업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남아공의 레이튼 비어드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점점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 SAIC(상하이자동차)와 둥펑자동차를 비롯해 BYD(비야디),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GWM(그레이트월모터스) 등이 포함되며 모두 중국의 보조금과 정책 혜택을 받고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023년 유럽의회 연설에서 중국이 막대한 국가 보조금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춘 값싼 전기차를 세계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대형 제조업체 일부는 자국 내에서 판매하지 못한 전기차를 개발도상국으로 대량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현지 업체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 경쟁을 유발해 불만을 사고 있다.

남아공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경제학자 다위 루트는 “중국이 저소득 국가들을 글로벌 에너지 혁명의 중심에 두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동시에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앞으로 전기차 판매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석탄 없는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화석연료인 석탄을 사용하는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앞으로 가장 큰 전기차 시장 중 일부는 아프리카 신흥 강국들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에 형성될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산업화와 제조업 기반 확대로 인해 세계 평균을 웃도는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주요 금융 그룹 중 하나인 도이체방크(DB) 전문가들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는 이미 ‘매우 중요한 경제적‧인구학적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DB 보고서는 “전 세계 생산가능인구의 거의 3분의 2가 글로벌 사우스에 거주하며 세계 에너지 및 전환 금속 생산량의 40%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구매력 기준(GDP)으로는 세계의 3분의 1, 무역과 해외직접투자(FDI)의 4분의 1, 군비 지출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DB는 글로벌 사우스가 단순히 초강대국 간 경쟁의 무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공급망 재편, 인구 이동, 지속가능성의 성공 여부, 달러의 지배력, 기술 패권 경쟁의 향방, 자원 배분에 이르기까지 세계 질서 재편 과정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발도상국 경제 연구 기관인 ‘디벨롭먼트 리이매진드(Development Reimagined)’는 2025년과 2026년 최소 44개 아프리카 국가가 각각 세계 평균 성장률 전망치인 3.2%와 3.3%를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0개국 중 6개국이 아프리카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추세는 2026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의 대표적인 고성장 국가는 남수단(27.2%), 리비아(13.6%), 세네갈(9.3%) 등이다.

아프리카자동차제조업협회(AAAM)의 집행위원 마이크 휘트필드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전기차 관련 자산을 아프리카 대륙 내 최대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국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상은 남아공, 나이지리아, 이집트, 알제리, 에티오피아 등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들 5개국은 아프리카 전체 국내총생산(GDP) 2조8000억 달러 중 약 1조4000억 달러를 차지하며 대륙 경제 활동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다위 루트는 중국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리비아, 세네갈, 우간다,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의 주변부 경제에도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레이튼 비어드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지난 3년간 아프리카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차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이라며 “값은 저렴하지만 도요타·포드·닛산의 고급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기능들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기능에는 전동식 창문, 블루투스 연결 기능, 높은 연료 효율성 등이 포함된다.

“아프리카에서 전통적으로 볼 수 있던 일본, 유럽, 미국의 입문형 및 중급 브랜드들이 중국 브랜드에 점점 밀리고 있다”고 비어드는 말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은 비용 효율적인 생산 방식과 규모의 경제, 마케팅에서 우수하다는 메시지를 내세우지만 그들의 성공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어드는 현재 아프리카의 전기차 시장이 54개국, 16억 인구가 거주하는 대륙 전체에서 약 2만 대의 전기차와 1000대도 채 되지 않는 충전소 정도의 규모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전기차를 생산하라고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진출한다면, 아무리 그 대륙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충전소는 몇천 개뿐이고 전기차 수요도 아직 거의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그걸 과연 ‘도박’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조건은 다른 나라라면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단점이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실패할 수가 없다. 그들이 특별히 뛰어나거나 용감하거나 비전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돈’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는 그들의 놀이터인 셈이다.”

지난해 9월 개최된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아프리카 전기차 보급 계획이 중국의 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약속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노력을 ‘현대화’라고 칭하며 아프리카가 이 과정의 필수적인 부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하네스버그 자유시장재단(Free Market Foundation)’의 정책 담당자 자케레 므템부도 다수의 분석가들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유사성을 지적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2년 전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출범할 때를 되돌아보면 당시에도 지금 우리가 듣는 중국의 ‘세계 녹색 에너지 혁명 주도국’이란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상적인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 산업과 인프라 부문의 과잉 생산 능력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려는 시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비어드는 중국의 아프리카 전기차 진출이 친환경을 내세운 전략이라기보다 청정기술 부문의 과잉 생산 능력 문제와 막대한 재정 손실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단언했다.

“많은 사람이 중국이 지나치게 탐욕스러웠다고 말할 것”이라고 비어드는 말했다. “중국은 이들 산업에서 너무 빠르고 무리하게 성장해 이제는 모든 것을 과잉 생산하고 있다. 관세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으며 예전처럼 제품을 많이 팔지 못해 기대했던 수익을 잃고 있다. 아프리카 진출은 중국 내 생산이 수요보다 빨라지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다.”

므템부는 “그 ‘다른 시장’에는 아프리카의 석유 부국이자 경제 대국인 나이지리아와 알제리, 이집트,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포함된다”며 “이들 국가는 경제가 확장되고 다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플랫폼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BYD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약 21%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로코의 자동차 및 전기차 산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므템부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현지에서 신제품을 판매하고 공장을 건설하는 투자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이 지역들”이라며 “모로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중국이 아프리카 투자 파트너를 찾는 데 있어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강력한 서비스업과 성장하는 산업 및 제조업 부문을 갖추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에 적극 투자하는 정부가 있는 국가들을 원한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 기관 ‘켄 리서치(Ken Research)’에 따르면 45억 달러 규모의 모로코 자동차 시장은 도시화, 가처분 소득 증가, 전기차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 등의 요인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

‘아프리카 에너지 포털(Africa Energy Portal)’에 따르면 베이징은 모로코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여러 기업이 이곳에 공장을 계획하거나 건설 중이다.

므템부는 최근 몇 년간 에티오피아 역시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받는 아프리카 시장 중 하나라고 전했다.

“정부가 내연기관 차량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에티오피아가 현재 전기차 사용이 가장 활발한 국가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에티오피아 현지 전기차 시장 동향을 다수 매체에 보도하는 언론인 사라 아세파는 에포크타임스에 “현재 중국산 전기차 수천 대가 우리 나라 도로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비어드는 아프리카 주요 자동차 제조 중심지 중 하나인 이집트가 특히 중국 자동차 제조사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리, 체리, 퍼스트오토웍스(FAW), MG 등 여러 중국 업체가 이미 이집트에 생산 및 조립 라인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2024년 BYD는 르완다와 케냐에서 연간 4만 대의 전기 오토바이를 생산하기 위해 현지 전기차 제조업체와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므템부는 아프리카가 외국인 투자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중국 공산당 정권과 거래할 때는 “안일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아프리카 전역에 전기차 공장을 세우는 것은 단순히 아프리카를 돕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아프리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우리는 중국의 투자를 진정한 목적 그대로 봐야 한다. 즉 중국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 다른 누구를 위한 투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므템부는 “아프리카는 중국이 청정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배터리, 차량 사업 등 그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 아프리카의 핵심 광물 대부분이 중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우리는 이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중국과 체결하는 협약은 반드시 아프리카인들에게 이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